중기부, 개방형 혁신으로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선순환 구조 만들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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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중소기업을 경제의 중심에 놓고 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더 많은 기업이 성공하고, 우리 경제의 활력도 커질 것입니다. 기업이 정부와 시장을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도전과 재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4일 열린 ‘2019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지난 3월 경제 활성화 및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제2벤처붐 확산 전략을 발표하고 3개월이 지났다. 벤처·창업 투자 동향과 성과, 올해 정부가 추진하려는 큰 틀에 대해 살펴보자.

 

경제성장률 하락 전망, 경제 생태계 구축 중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5월 15일 발간한 ‘2019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 갈등 심화, 선진국 및 신흥국 경기 하방, 브렉시트 지연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미국 성장률은 전년 2.9%보다 0.6%p 떨어진 2.3%, 유럽은 전년 1.9%보다 낮은 1.3%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 경제도 지난해보다 0.1%p 둔화될 것이며,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의 국가들은 경제 성장 정체를 겪을 것으로 예측했다. KIEP는 전반적인 경기 하방 요인으로 인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0.3%p 하향 조정한 3.2%로 수정했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3.3%의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또 IMF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2.6%로 제시한 데 이어 한국은행,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 국내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이 2.3%~2.5%의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정부는 세계경기 둔화로 체감경기가 낮다는 목소리에 공감하며,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대 중후반으로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3대 중점 산업으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 육성하는 것을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다. 국가 경제성장을 위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경제 생태계를 구축함과 더불어 제2의 벤처붐을 일으켜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제2의 벤처붐 가속화, 혁신 벤처·창업 열기 확산 기대

중기부는 올해 ‘활력 중소기업,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비전을 목표로 △민간 주도 정책 개편 △중소 제조업 혁신을 통한 근본적 체질 개선 △소상공인·자영업자 육성 등의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한다. 또한 중기부는 2019년 역점 추진과제로 스마트 제조혁신, 혁신 창업·벤처국가 실현, 소상공인·자영업자 혁신 지원, 상생 협력 통한 포용적 성장 가속화 등을 내세웠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발맞춰 중기부는 제2의 벤처붐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중기부는 올해 창업, 투자·회수, 재도전 및 규제혁신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약속했으며, 이를 통해 벤처·창업 열기를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중기부는 해외 유명 벤처캐피탈이 국내 창업·벤처기업에 100% 투자하는 ‘해외VC 글로벌 펀드’ 3,000억 원 조성, 3,000 억 규모 M&A펀드 조성, 창업 제외 업종 네거티브 규제 전환 내용을 포함한 ‘창업지원법’ 전면 개정, 신기술·신서비스 스타트업 및 유니콘 기업의 자유로운 사업화가 가능한 ‘규제자유특구’ 지정 등과 같이 스케일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규제 완화에 나선다.

중기부는 1조 원 규모의 모태펀드 출자를 마중물로 민간자금을 벤처투자 시장으로 유입해 4.8조 원의 벤처펀드를 만들 예정이다. 아울러 민간의 자유로운 벤처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벤처투자촉진법’을 제정함으로써 현장에서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의무투자 산정 기준 및 범위 등 내용을 구체화한 하위법령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지역 창업·벤처 열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지역 창업기업을 우대함으로써 지역별 스타벤처 탄생을 유도하고 1,000억 원 규모의 전용펀드 조성 및 인센티브 부여 등 지방투자재원 확충, 지방투자 비중도 지난해 17%에서 올해 20%까지 상향한다. 

한편, 중기부는 연대보증 면제 확대, 부실채권 단계적 정리, 저신용 기업에 특별자금·보증 공급 및 소액 성실상환 제도 신설 등을 통해 벤처·창업의 실패 부담을 완화시키고 재도전 환경을 만드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18년 벤처투자 전 분야 역대 최고 성과 달성

중기부는 지난해 핵심 국정과제를 △민간 주도 △일자리 중심 △상생혁신 세 가지 방향으로 세운 다음, 40개 정책 추진 및 82회 현장방문 등 업계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먼저 정부는 유니콘 기업 육성을 위해 혁신모험펀드 10조 원을 조성하고, 벤처업계에서 제안한 규제완화 등 129건 정책을 수용, 정책에 반영했다. 이로써 2017년 3개에 불과했던 유니콘 기업이 올해 5월 기준 8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의 기업가치는 쿠팡, 크래프톤, 옐로우모바일, 우아한형제들, 엘앤피코스메틱, 위메프, 비바리퍼블리카, 야놀자 순으로 높았다. 

또한 정부는 민간주도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 창업부담금·세제감면, 정책금융기관 연대보증 폐지, 기술 금융 추진 등 창업·벤처 생태계 변화를 이끌었다.

특히 벤처투자 분야는 민간제안펀드 신설, 모태펀드 추경 출자, 소셜벤처펀드 신설 등 벤처 투자를 확대했다. 지난해 벤처투자 3조 4,249억 원, 펀드조성 4조 6,868억 원, 투자금 회수 2조 6,780억 원을 달성하는 등 모든 분야에서 역대 최고치의 성과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신규투자의 경우 1,399개사에 기업당 평균 24.5억 원이 투자됐으며, 전년(1,266개사, 2조 3,803억 원) 대비 기업수와 금액 기준, 평균 투자규모(’17. 18.8억 원)가 확대됐다.

ICT 제조, ICT 서비스 등 ICT 분야 투자금액이 26.1% 비중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전년보다 8.6%p 증가한 바이오·의료 분야가 2위를 차지했다. 그 중 스마트 헬스케어, O2O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의 투자는 1만 3,460억 원으로 2017년 대비 71.1%가 증가했다. 1,328개사의 투자원금과 수익을 합친 회수총액은 2만 6,780억 원으로, 전년 1만 7,965억 원 대비 49.1%가 증가했으며, 투자원금 대비 수익배수 또한 2.1배로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한국·미국·중국, 투자 활성화로 투자 규모 최대치 

창업은 이제 산업 혁신을 주도하는 미래 핵심 성장동력이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 투자 중요성이 함께 부각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성장기 스타트업의 스케일업과 엑시트에서 성과가 미흡한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한·미·중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비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미국, 중국은 스타트업 대상 투자 활성화로 인해 2012년 이후 투자 규모가 가장 크게 증가했다. 2012년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의 70%를 차지했던 미국 비중이 감소한 반면,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투자 유치 건수는 연평균 65%로 급증했다. 특히 중국은 투자금액이 42.7%p 증가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서는 1억 달러 이상 금액을 특정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메가투자의 경우 미국·중국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지난해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전체 금액의 절반 이상이 메가투자에 해당됐다. 스타트업 강국답게 미국·중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메가투자 유치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메가투자가 가장 활발했던 지난해에는 우리나라(3개)를 포함해 미국(55개), 중국(35개) 등 모두 역대 가장 많은 유니콘 기업을 창출했다.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단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시드·엔젤 투자가 65%, 미국은 후기 투자가 7%, 중국은 초기 투자가 34%의 비중으로 활발히 이루어졌다. 우리나라가 시드·엔젤 투자 비중이 큰 요인으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허가, 엔젤투자 세제 혜택과 같은 정부지원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미국은 이미 스타트업 투자가 활성화돼 있는 환경에서 대규모 VC 투자 유치가 가능하고 후기단계 유니콘 기업들이 까다로운 IPO(기업공개)를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에 대한 투자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초기 단계뿐 아니라 중기투자도 활발하게 진행됨에 따라 단계별 투자가 골고루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미래 신성장 산업인 핀테크,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미국 스타트업이 선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이 뒤이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기부는 1조 원 규모 모태펀드 출자로 민간자금을 벤처투자 시장으로 유입해 4.8조 원의 벤처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중기부는 1조 원 규모 모태펀드 출자로 민간자금을 벤처투자 시장으로 유입해 4.8조 원의 벤처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 선순환 구조 개선, ‘개방형 혁신’ 도모

최근 국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는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으나 ‘창업→성장→회수’의 선순환 구조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대규모 투자유치를 주도하고 있는 서비스 테크 등 신산업 분야 스타트업 투자 및 CVC, 글로벌 VC등 민간 모험자본 부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신산업 분야 규제 완화, 민간 모험자본 다양화를 통한 스케일업, 엑시트 촉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산업 발굴을 위해 대기업 등 협력사와의 혁신에서 벗어나 스타트업, 대기업, 대학·연구기관이 서로 소통하는 ‘개방형 혁신’으로 성장시킨다는 것이 중기부의 올해 목표다. 이는 각 기관들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접목함으로써 기업 성과를 극대화시키는 개방형 혁신 전략을 통해 혁신 창업을 이루고, 유니콘 및 1,000억 벤처기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중기부는 2019년 스타트업, 글로벌 기업, VC 등 혁신 주체들의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개방형 창업 공간을 마련해 네트워킹을 활성화할 예정이며, 지역 혁신주체를 포함해 해외 VC 등과의 네트워킹까지 가능한 ‘한국형 중관촌’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중기부는 민간 주도로 진행되는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을 개최해 국내외 스타트업과 VC가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함은 물론 R&D 과제를 공동 발굴하는 ‘기술교류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벤처투자 동향을 보면 국내 VC는 157개로 2017년 대비 16개사가 증가, 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사)의 경우 20개사가 신규 등록해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창투사 자본금 요건이 2017년 5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완화됨에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 유한책임회사(LCC)형 또한 전년 대비 4개사가 증가한 24개사로 나타났다. 수익배분이 벤처캐피탈리스트에게 이루어지며 안정적인 펀드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벤처·창업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가운데, 머지않아 국민과 기업이 체감하는 ‘성장-분배가 선순환을 이루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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