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민의 특허전략] ‘청년 농부’ 상표권으로 독점 가능한가요?
[정경민의 특허전략] ‘청년 농부’ 상표권으로 독점 가능한가요?
  • 정경민 변리사
  • 승인 2019.08.2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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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pixabay

[스타트업투데이] 최근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젊은 농부들에게 핫한 이슈가 있다. ‘청년 농부’ 상표권에 관한 것이다. 청년농부협동조합이라는 곳에서 일정한 비용을 받고 조합원이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청년 농부’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경고장을 발송해 불거졌다.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제주도 분식집들에 ‘모닥치기’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한 경우도 있고, 온라인상에서 ‘효도 의자’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상표권자도 있다. 경고장을 받게 되면 일단 억울하다. 이런 단어가 상표권이 된다고? 아래에서 ‘청년 농부’라는 단어가 상표권으로 보호되는 것이 정당한지, 이런 단어를 쓰면 안 되는지 살펴보자. 

 

1 ‘OhWoah’는 커피숍의 명칭이며 해당 로고는 간판 등에 사용된다.  2 청년농부협동조합은 ‘청년 농부’라는 이름으로 많은 상표를 출원했다.  3 상표 ‘사과’의 지정상품을 사과로 해 출원하면 거절될 수 있다. (출처: kipris.or.kr)
1 ‘OhWoah’는 커피숍의 명칭이며 해당 로고는 간판 등에 사용된다. 2 청년농부협동조합은 ‘청년 농부’라는 이름으로 많은 상표를 출원했다. 3 상표 ‘사과’의 지정상품을 사과로 해 출원하면 거절될 수 있다. (출처: kipris.or.kr)

상표와 식별력

상표법 제33조는 상표의 식별력에 관해서 규정하고 있다. 상표의 식별력이란 상품을 식별하게 하는 힘이다. 즉, 상표가 식별력이 있다면 그 상표는 특정인의 출처표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상표가 식별력이 약하다면 이는 특정인에게 독점시키기 곤란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사과를 판매하는 매대에 ‘사과’라고 돼 있으면 ‘사과’를 브랜드나 상표로 보지 않는다. 이때, ‘사과’는 상품 사과에 있어 식별력이 약하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사과’가 핸드폰에 부착돼 있다면? 모두가 아는 상표인 애플의 경우 핸드폰에 있어서 당연히 식별력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농업인들이 주장하는 ‘청년 농부’가 보통명사라는 것은 즉 ‘청년 농부’라는 상표가 식별력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먼저 상표가 어떻게 출원되는지 간략하게 살펴보자.

 

상표권의 로고와 지정상품

상표는 출원될 때 로고, 브랜드 명칭뿐 아니라 해당 로고가 출처 표시로써 사용될 상품들을 지정해 출원된다. 

아래 예를 보면 상표권자는 로고인 ‘OhWoah’를 상품 간이음식점업, 간이식당업, 다방업, 레스토랑업 등을 지정하며 등록됐다. ‘OhWoah’는 커피숍의 명칭이며 해당 로고는 간판 등에 사용된다. 상표는 로고뿐 아니라 지정 상품도 중요하다. 만약 누군가 ‘ohWoah’라는 이름으로 핸드폰을 판매한다면 위 상표권의 침해를 구성하지 않지만, ‘ohwoah’라는 이름으로 식당을 운영한다면 위 상표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청년 농부’의 경우

청년농부협동조합은 ‘청년 농부’라는 이름으로 많은 상표를 출원했다. 지정 상품도 채소, 유제품, 육류, 해초류, 가공식품, 고추장, 국수, 떡, 농업 관련 정보제공업, 농작물재배서비스업, 광고대행업, 상업정보제공업, 도소매업 등 다양하게 지정했다. 그럼 이런 청년 농부의 등록상표권이 과연 정당하게 등록된 것인지 무효 사유는 없는지 살펴보자.

 

보통명칭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1호는 지정상품의 보통명칭은 등록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통명칭이란 상품이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명칭을 의미한다. 앞서 살펴본 예처럼 상표 ‘사과’를 지정상품 사과에 대해서 출원하면 거절된다.

상표 ‘사과’의 지정상품을 사과로 해서 출원하면 위와 같이 거절될 수 있다. 

청년 농부의 경우 지정 상품은 떡, 국수, 고추장, 농업 관련 정보제공업 등이었고, 청년이나 농부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청년 농부는 지정 상품의 보통명칭이라고는 볼 수 없어 본 조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4 청년농부 검색 결과. (출처: 네이버, 구글)  5 등록된 권리를 회피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출처: pixabay)  6 모닥치기 검색 결과. (출처: 네이버)
4 청년농부 검색 결과. (출처: 네이버, 구글) 5 등록된 권리를 회피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출처: pixabay) 6 모닥치기 검색 결과. (출처: 네이버)

기술적 표장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3호는 지정 상품의 성질 특성 등을 직감시키는 상표는 등록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품의 산질, 원재료, 효능, 용도, 수량, 형상, 가격, 생산방법 등은 본 조문에 해당돼 상표등록이 거절된다. 

상표 ‘과일민트’는 제과류에 출원된 상표로 제과의 원재료가 과일 또는 민트임을 직감시킬 수 있다. 따라서 위 상표는 품질 원재료를 직감시킨다고 해서 본 조문에 의해 거절됐다.

‘청년 농부’의 경우 제품의 품질, 원재료 등을 표시한다고 보기 쉽지 않다. 지정상품과 청년과의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 농부’는 본 조문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타 식별력이 없는 표장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7호에서는 다른 조문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식별력이 없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 본 조문에 해당한다고 봐 등록을 거절하고 있다. 본 조문에 해당하는 예로서 i) 실사 사진 등 외관상 식별력이 인정되지 않거나 ii) 많은 사람이 현재 사용 중이거나 iii) 공익상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 본 조문에 해당한다고 본다. 

상표 ‘ASIA POP STAR’는 ‘POP STAR’ 부분이 많은 사람에게 사용되기 때문에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부당하다고 해서 본 조문으로 거절된 바 있다.

‘청년 농부’의 거절이유를 찾아본다면 본 조문이 가장 유력할 가능성이 있다. 검색포털 등에서 ‘청년 농부’로 검색했을 때 많은 검색 결과로 농부들이 자신을 ‘청년 농부’로 소개하고 있으며, ‘청년 농부’라는 단어가 많은 매체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허청에서는 상표들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봐 등록 결정을 내렸으며, 이를 되돌리기 위해선 무효심판이라고 하는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

 

‘청년 농부’, 과연 쓰면 안 되는 걸까?

제아무리 등록상표권이라 하더라도 효력이 어디에나 미치는 것은 아니다. 길 가다가 애플이라는 단어를 노트에 적거나 SNS로 애플이라고 하더라도 애플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1) 유사판단

상표의 권리범위는 유사범위까지 미친다. 따라서 ‘청년 농부’와 다른 단어를 사용하거나 등록상표권인 ‘청년 농부’의 지정 상품과 다른 지정상품에 사용한다면 ‘청년 농부’ 상표권의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 다만 ‘청년 농부’ 상표권은 다양한 지정 상품을 다각적으로 보호하고 있기에 농수산물, 가공식품 등을 판매하거나 농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버들의 경우 유사 범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2) 상표적 사용

상표권의 효력은 어느 경우에나 미치는 것이 아니라 상표를 상표적으로 사용한 경우만 미칠 수 있다. 상표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의 의미는 상품 또는 서비스업의 출처를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형식적으로 상표를 제품이나 포장에 표시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출처표시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상표적 사용이라 볼 수 없다. 

- SNS 등에 본인을 ‘청년 농부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은 상표적 사용이라고 보기 어렵다.

- SNS의 채널 이름을 ‘청년 농부 AAA’라고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 과일, 채소 등을 팔면서 ‘청년 농부 xxx가 판매하는 과일’이라고 표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 별도의 식별력 높은 로고를 병기한 상태에서 자신을 ‘청년 농부’라고 소개하며,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청년 농부’라는 글자의 크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상표적 사용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상표적 사용인지 여부는 단정적으로 얘기하기 어려워 개별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본인이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므로 가까운 변리사 사무실을 찾아가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제주도에서 ‘모닥치기’라 하면 떡볶이에 김밥 등 이것저것을 섞은 음식을 의미한다. 어느 날 ‘모닥치기’라는 상표를 식당업 등에 등록받은 상표권자가 제주도 분식점들을 대상으로 경고장을 다량 발송해 문제가 됐다. ‘모닥치기’는 제주도에서만 잘 알려진 단어이므로 식별력이 부족하다고 보기는 다소 어렵다. 하지만 ‘모닥치기’는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 누구나 음식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상표적 사용이 아니라고 보인다. 상표권자는 언론의 뭇매를 맞고 권리행사를 중단했지만 실제로 소송에 갔다 하더라도 승소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3) 선사용권 인정 여부

상표법 제99조에서는 부정경쟁의 목적 없이 상표 출원 전부터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수요자에게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된 상표의 사용자에게는 그 상표를 계속해서 사용할 권리를 인정해주고 있다. 따라서 ‘청년 농부’ 상표권 출원일인 2016년 12월 13일 이전부터 ‘청년 농부’라는 단어를 사용해왔다면 위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쭉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본 사안의 경우 ‘청년 농부’ 상표권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도 있고, 무효가 아니라 하더라도 상표를 사용하는 형태들이 상표적 사용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표권자의 권리행사는 쉽지 않으리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등록이 무효가 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권리다. 상표를 무효로 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행정심판 절차에 들어가야 할 수도 있다. 등록된 권리를 회피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유사 범위가 아니라거나 상표적 사용이 아니라고 과신해 사용하다가 거액의 벌금이나 합의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어 주의를 필요로 한다. 상표적 사용임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자신을 과신하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아가, 상표권의 정당한 권리자라 하더라도 무리하게 권리행사를 시도하는 경우 영업방해 등으로 역공을 당할 수 있으므로 항상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