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그린테크 산업 동향 및 우리의 대응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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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테크 스타트업 동향


필자가 근무하던 베를린의 KIC유럽 사무소 인근에 그린테크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 육성하는 ‘에코서밋(Ecosummit)’이라는 회사가 있다. ‘2030년 탄소중립(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해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실현’를 미션으로 가지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 5월 그린테크 분야 우수 스타트업을 선발해 처음으로 영상 피칭 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초까지 베를린, 런던 등 주요 도시에서 오프라인으로 개최되던 피칭 이벤트가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영상으로 개최됐는데 120여 명이 온라인으로 동시 참가한 가운데 11개 팀이 피칭을 실시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개최된 행사였지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참가자가 많았고, 피칭 시 분위기 또한 뜨거웠다고 한다. 이는 스타트업 업계가 코로나19의 충격으로부터 헤어나는 해법을 찾아 조금씩 적응해나가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피칭에 참가했던 팀 중 몇 개 스타트업은 투자자로부터 관심을 받아 투자 유치를 위한 후속 미팅과 협의에 들어갔다.

스마트 미터링(계측) 솔루션을 보유한 독일 하이델베르크 소재 ‘디스커버지(Discovergy)’사는 시리즈 B단계 펀딩을 협의 중이고, 뮌헨 소재 에너지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 발굴 플랫폼 회사인 ‘그린컴 네트워크(Greencom Networks)’사는 시리즈 C단계 펀딩을 추진 중이다. 런던에서 참가한 전기차 충전 솔루션 회사 ‘EO 차징(Charging)’사는 28세의 젊은 창업자가 매력적인 피칭을 함으로써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투자와 관련해 상호 협의 중이라고 한다.

‘에코서밋’사는 당분간 영상으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7월 이후에도 거의 매달 영상 피칭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 그린테크 분야 스타트업들도 관심을 갖고 준비해서 이 온라인 피칭행사에 참가한다면 출장비와 오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효과가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린테크 분야의 또 다른 예로, 박지성 선수가 한때 활약했던 도시인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소재한 ‘EIT 이노에너지(InnoEnergy)’를 살펴볼 수 있다.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기관으로, 코로나19 이후 유럽 복구 계획 중 그린 뉴딜을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보고 많은 관계자들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EIT 이노에너지'는 3월 초부터 그린테크 분야 스타트업을 선발해 이들의 사업 계획을 철저히 검토한 후 기업가, 투자자 등과 2천여 회에 달하는 미팅과 전화상담을 실시했고, 100여 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에게 자금 마련 및 마케팅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이 기관은 올해 11월 4~5일 베를린에서 개최 예정인 ’비즈니스 부스터(The Business Booster(TBB))’에서 150개 이상의 그린 뉴딜 분야 혁신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서 1,000명 이상의 스타트업, 에너지 기업, 투자자 및 정책 입안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서 최첨단 에너지 기술과 솔루션을 라이브 데모로 체험할 수 있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으며 비즈니스 파트너 및 투자자 네트워킹도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스타트업들도 많이 참가해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 나아가서는 스타트업 지원 공공 및 민간기관에서도 우수기업을 선발해 공동으로 참가할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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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그린 뉴딜 정책


필자가 1990년대 중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근무할 당시 이미 독일에서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정책이 전개됐으며 민간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그 당시 필자는 현지에서 같이 근무하던 한국계 독일인과 공동으로 독일의 풍력에너지 설비를 한국으로 수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태백산맥 인근, 제주도, 서해안 등지의 후보지를 찾아다닌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풍력에너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상대적으로 불리한 자연조건 등으로 인해 민간과 공공에서 관심을 가지고 협력할 파트너를 찾지 못해 기획단계에 머물고 말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린 뉴딜의 범위가 넓어 전 분야를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대표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도국가인 독일의 정책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독일의 에너지 정책 전반의 핵심 기조는 ①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②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③ 기술 혁신을 통한 성장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하에 2011년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21% 감축하기로 한 교토의정서 외에, 2020년까지 40%, 2030년까지 55%, 2040년까지 70%, 2050년까지 80~90% 감축하는 목표를 수립, 추진 중에 있다.

또한, 전력생산 중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의 목표가 올해까지 35%였는데 2년 전 이미 목표를 달성했고, 작년에는 40%에 육박했다. 2019년 독일의 에너지 믹스(Mix)는 신재생에너지 40%, 갈탄 18.8%, 천연가스 15.1%, 원자력 12.4%, 무연탄 9.4%, 석유 및 기타 4.2%였다. 신재생에너지 내에서의 비중을 보면 육상 및 해상 풍력이 약 19%, 태양광 8.5%, 바이오매스 9.5%, 그리고 수력이 3%대를 차지했다.

2019년 우리나라의 에너지 믹스를 보면 신재생에너지는 6.5%에 그치고 화석연료인 석탄 40.4%, 원자력 25.9%, 액화천연가스(LNG) 25.% 등이었다. 그 외 국가로 확대해 보면 미국 10%, 일본 18.4%, 중국 25.8%, 베트남 38.1% 순이다.

 


시사점과 대책


최근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글로벌 그린 뉴딜>이라는 책을 발간,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할 경우 지구의 생물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멸종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산업화 이후 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했고 0.5도가 더 올라가면 되돌릴 수 없는 한계점인 1.5도 상승에 도달하기 때문에 그 전에 신속히 대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그린 산업 연구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에너지 그리드, 산업·상업·주거 건축물, 교통·물류 인프라 등 전반적으로 친환경체제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는데,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공짜인 태양과 바람을 적극 활용하는 그린 뉴딜 정책 주도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신재생에너지로 발전량을 증대하는 것이 필요함은 자명한 일이다. 이를 위해 산·학·관·연이 일체가 돼 ① 태양광, 풍력 등으로부터 에너지 수확을 증대시킬 수 있는 신기술개발에 집중하고, ② 그린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한 기업보조금 및 융자 지원을 증대하며, ③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정보기술과 융합함으로써 그린 산업 혁신대책을 마련하고 ④ 그린 산업 세부 분야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등 종합적인 정책이 조속히 마련, 추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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