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도시가 주목받는 특별한 이유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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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동거시대 맞아?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거의 쑥대밭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내 관광산업 중 일부는 호황을 맞고 있다. 새롭고 의아하기도 하다. 언뜻 보면 불황이 아닌 관광산업 활황이 아닌가 싶지만 알고 보면 사정은 그렇지 않다.

여름 성수기 해외여행이 일상화된 지 오래지만 올해는 꼼짝없이 해외로 가는 하늘길이 막히는 바람에 경제 사정이 비교적 나은 가정은 가급적 북적이는 지역을 피해 서울, 제주 등 특급호텔 스위트룸을 예약, 휴가를 즐기고 있다. ‘호캉스(호텔 + 바캉스)’, ‘펜캉스(펜션 + 바캉스)’가 유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무더위가 다가오면서 전국 주요 해수욕장에 연일 피서객이 북적이자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관리주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철저한 ‘K방역(생활 속 거리 두기 등 감염 예방 수칙)’ 실천은 물론이고 예년 해변가의 흔한 풍광이던 ‘야간치맥(음주)’은 이제 엄연한 범법행위가 됐다. 적발 시 최대 300만 원의 상당한 벌금이 부과된다.

주요 피서지 강릉, 양양 등은 해변가 쓰레기로 벌써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니 예전의 흔한 여름철 성수기 관광지를 보는 듯하다.

국내 골프 애호가들도 상대적으로 한적하고 쾌적한 골프장들을 찾으면서 골프산업만큼은 코로나19와 상관없이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제주를 비롯 전국 유명 골프장의 경우, 주말은 물론 평일 예약이 동나고, 캐디들은 몰려드는 골프장 고객으로 연일 과로에 시달려 파업까지 불사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쯤이면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맞는지 의아하지만 일상이 돼버린 코로나19로 인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국민들의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충분히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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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여행’, ‘마이크로 투어’가 답

얼마 전 우연히 충남 서산, 예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온 적이 있다. 일요일 오전 일찍 출발했는데 일산에서 출발, 서해안 고속도로가 뻥 뚫려 1시간 남짓 걸려 서산에 당도했다. 휴일 교통체증으로 악명높은 서해안 고속도로를 내내 시속 100k로 달릴 수 있다니. 코로나19의 일상화가 가져온 상대적인 혜택이기도 하다. 이번 여행은 서산, 예산의 주요 곳곳을 돌아보는 힐링, 사색 여행이기도 했다.

불교계 제2의 원효로 불리는 ‘길 위의 큰스님’ 경허선사의 천장암, 원효대사가 걸었다는 옛 사색(산책)길, 천주교 박해성지 해미읍성마을, 윤봉길 의사 기념관, 대한민국 소목장 무형문화재 목음 조찬형선생 전시관까지. 서산, 예산의 역사, 문화와 함께 아름다운 바다와 산, 계곡, 조용한 농촌동네를 한바퀴 돌며 뜻깊은 하루짜리, ‘작은 여행(trip)’을 다녀왔다. 물론 소박한 향토 지역 음식체험은 기본이다.

비대면(untact) 코로나19 동거(with covid-19) 시대가 장기화함에 따라 우리 주변의 많은 일상이 바뀌고 있다. 전 세계가 동시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른바 ‘동시 쇄국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하늘길, 바닷길이 막히니 세계인들은 저마다 최소한의 동선을 활용해 삶과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으로 나타나는 여행 트렌드가 있는데, 이른바 ‘작은 여행’, ‘근거리 여행’, 또는 ‘마이크로 투어리즘’으로 표현되곤 한다. 쉽게 말해 예전의 요란하고 뻑적지근한, 장거리 여행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작은 여행’, 1~2시간 이내의 근거리 여행을 뜻한다. 어차피 당분간 해외여행은 불가능하고 복잡한 국내 유명 관광지는 어쩐지 불안하다.

작고 조용하고 한산한 도시를 찾는 이가 부쩍 늘고 있다. 최근에는 사업장, 직장마다 휴직, 재택(탄력)근무로 인해 한꺼번에 떠나는 휴가철 피크는 덜한 편이지만 예전처럼 수려한 관광지 풍광과 경치, 놀거리, 재미보다는 힐링, 치유, 안정, 스트레스와 공포로부터의 해방을 원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는 이동통신사 SK텔레콤과 KT의 교통, 트래픽 빅데이터를 활용, 올해 관광이동 패턴, 현상 등을 분석했는데 6개의 키워드로 요약, 발표했다. 근거리 여행(Short distance) 증가, 아웃도어, 레져, 캠핑활동(Activity) 증가, 가족(Family) 단위 관광 증가, 자연 친화, 청정지역 환경(Eco-area) 선호, 전통적 관광중심지 변화(Tourist site), 관광욕구 수요 존재(Yet) 등 한마디로 ‘S.A.F.E.T.Y(안전)’를 뜻한다. 이렇듯 코로나19의 일상화는 여행패턴까지 바꿔놓았다. 도시는 이제 ‘작은 여행’을 꼼꼼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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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여행’은 지역 활력소가 된다

근거리 여행, ‘작은 여행’은 지역의 활력소다. 최근 서울, 수도권 거주자들은 수도권에서 가까운 곳을 더욱 선호하고 있다. 부산·영남권, 광주·호남권 거주자들도 지역에서 가까운 곳을 부담 없이 다녀오기를 원한다. 3~4시간 코스는 웬만하면 사절이다.

경기 가평·양평·파주·이천, 강원 고성과 삼척, 충북 단양, 충남 공주·서천, 전남 나주와 담양, 경남 남해·고성 등은 요즘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작은 여행’ 관광지로 주목할만하다. 사람이 많은 대도시보다 언택트 여행이 가능한 중소도시가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중소도시들은 제각각 비게티이미지뱅크대면, 청정, 근거리, 스토리가 있는 힐링여행 등을 새롭게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도 지역의 유수한 문화유산과 자연에 스토리텔링을 곁들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민·관이 함께 서로 협업하기도 한다. 숙박권, 음식점 할인쿠폰, 지역상품권 등을 공유하며 소수 단위 관광객이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 아직 경제 회복이 예전만 못하지만 쇠약해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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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주말 옆동네 30분 투어, 퇴근길 투어는 어떨까? 또 한적한 골목길 투어는 어떤가? 현대인의 바쁜 생활은 직장과 집 왕래가 대부분이다. 일 년에 한두 번 몰아서 떠나는 휴가가 아닌 일상을 쪼개 치유 여행을 떠나는 것도 코로나19 시대에 어울리는 기법이다.

평소엔 가보지도 않은 옆동네, 시장골목을 느긋한 마음을 먹고 떠나보자. 이른 퇴근길도 어찌 보면 작은 산책여행일 수 있다. 매일 거치는 코스가 아닌 한두 정거장 일찍내려 천천히 거리를 걸으며 다양한 가게, 음식점, 간판 등을 감상하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가 있다.

전국 곳곳에는 역사, 음식 등을 테마로 하는 유명 골목길이 많이 있다. 서울 인사동 골목, 남대문 시장 골목, 홍대거리, 북촌·서촌 골목투어는 이제 외국인에게도 유명 골목이 됐지만 요즘은 근거리에 위치한 유명 골목이 전국에 다양하게 조성된 만큼, 주말마다 찾아가는 것도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다.

‘작은 여행’, ‘마이크로 투어’는 어쩌면 바이러스와 함께 평생 살아가야 하는 우리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생활방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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