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2-06 10:32 (금)
[윤순학의 도시문화마케팅] ‘위트(wit)’ 넘치는 조형물은 도시의 활력소
[윤순학의 도시문화마케팅] ‘위트(wit)’ 넘치는 조형물은 도시의 활력소
  • 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 승인 2019.09.20 13: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스타트업투데이]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많이 나아지셨습니까?” 

원로정치인의 과거 선거 캠페인 중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 한 연설문장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국민이라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네 살림살이는 더욱 빡빡해진 느낌이다. 

각팍한 삶에 웃음기 사라진 낯빛이 밝을 수 없다. 도시는 갈수록 쉴 새 없이 바쁘고 삭막해져만 간다. 거대한 빌딩 숲과 고층아파트, 요란한 소음과 부딪히는 인파, 정감있는 안락한 휴식처도, 쉼터도 태반 부족하다. 

바쁜 도시민에게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하자.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건강미 넘치는 유머와 위트다.
위트(wit) 넘치는 도시가 좋다!

바쁘고 지친 일상으로 도시민의 삶은 참 팍팍하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도시들도 조금은 경직되어있고 딱딱하고 정형적인 틀에 갇혀있지 않나 싶다. 삭막한 도시생활. 한 조각 유머와 위트가 도시민에게 청량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브뤼셀 ‘오줌싸게 소년상’

벨기에가 자랑하는 오줌싸게 소년상을 아는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브뤼셀의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이기도 한데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그랑팔라스 광장 한편 골목에 자리 잡은 아담한 크기의 오줌싸게 소년상은 수많은 관광객에게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는 사랑받는 존재이다.

유래는 여러 설이 있지만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 앞에 겁도 없이 한 꼬마가 용감하게 그 앞에서 오줌을 쌌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1619년 제롬 뒤케느와(Jerome Duquenenoy)라는 조각가가 이를 계기로 만들었다. 올해로 400주년이 된 역사적인 기념물이기도 하다. 

특이하게도 이 소년상은 1,000여 벌 이상의 옷을 가진 옷 부자이기도 하다. 외국 정상들의 벨기에 방문 때 자국의 전통 옷을 지어 주는 관례로 세계 전통 의상들이 따로 전시되어 있을 정도이고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지어준 한복도 있다.

소년상의 세계적인 명성에 힘입어 오줌싸게 소녀상, 오줌싸는 강아지도 차례로 등장했다. 브뤼셀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방식과 해학이 담긴 위트 있는 조형물 시리즈이다. 소년상을 주제로 한 다양한 기념품과 악세서리 등은 관광객에게 불티나게 팔려나가는데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훌륭한 관광상품으로도 한 몫하고 있다.

우리도 밤에 이불에 지도를 그린 오줌싸게 아이에게 소금 소쿠리 씌우고 동네 한 바퀴 돌게 하는 어른들의 장난기(?)가 담긴 풍습이 있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삼청동 북촌 초입에 ‘소쿠리 쓴 오줌싸게 소년(소녀)’상을 세우면 어떨까? 그럴싸한 스토리텔링 카피를 덧붙여서. 관광객은 물론 도시민에게도 미소를 전해줄 위트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전국 주요 도시, 역사 유적지에 있는 많은 상징,조형물들은 대부분 거대하고 위엄, 장엄하다. 때론 비장하기까지 하다. 우리의 고되고 아픈 역사의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도시들도 가끔은 재치와 위트가 담긴 상징물이 있었으면 한다. 

알고보면 우리도 삶의 철학과 풍자, 해학이 담긴 전래동화와 민담, 구수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 도시 곳곳에 많은 스토리가 숨어 있다. 도시 곳곳에 위트를 심자

 

월스트리드 황소상. ‘부자의 꿈’

뉴욕 월스트리트의 상징물 황소상도 필수 관광 포스트 중 하나다. 

월스트리트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이 황소상 앞에서 인증샷이 필수다. 남녀 할 것 없이 체면도 안 가리고 황소상의 뒤태(우람한 황소의 생식기가 있는)를 어루만지며 부자가 되기를 기원한다. 

‘부자의 꿈’은 세계 모든 이들의 영원한 로망이다. 

흔히들 주식이 상승하는 '강세장'을 불마켓(Bull Market)'이라 칭하는데 황소는 뿔을 밑에서 위로 치받고 공격한다는. 그 모습이 마치 주가가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에 비유한 참 재치있는 표현이다. 

‘그냥 부자되세요~’, ‘수익률 200% 주식 대박’ 등의 진부한 문구보다 더 강렬하고 멋들어진다. 그날그날의 주가 수치를 알리는 대형 전광판에 금테를 씌운들 이보다도 더 끌릴까? 게다가 수컷 황소의 거대한 상징물을 적나라하게 달고 서 있는데 말이다.

우리의 금융 1번지, 여의도 증권가는 어떤가? 평범한 오피스 빌딩 외에는 별다른 기억이 없다. 한국증권거래소 건물 앞엔 여느 관공서와 다름없이 대형 야외주차장과 차량진입로가 잘~(?) 꾸며져 있다. 방문객은커녕 일반인조차도 무관심하게 지나갈 뿐. 

 

‘난쟁이’의 도시, 폴란드 브로츠와프

폴란드 작은 도시 브로츠와프는 여행 베테랑이 아니라면 아주 생소한 도시이다. 과연 이 도시의 매력은 무엇일까? 신기하게도 도심 지역 곳곳을 지키는 상징물은 키가 무릎까지도 오지 않는 작은 400여 개의 난쟁이상이다. 아무리 봐도 화려하지도 대단한 존재도 아닌듯한데 각양각색의 난쟁이상은 각각 형색과 직업이 다르고 저마다의 메시지가 있다.

난쟁이상은 1980년대 중반 냉전시대. 소련 정권을 조롱하는 반체제적인 오렌지 운동을 기념하는 파파 난쟁이(Papa Dwarf)로부터 시작된다. 어느덧 지금은 400여개가 가까운 난쟁이가 브로츠와프 올드타운 곳곳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체제운동, 장애인 차별 반대, 여성 투표 참여 권장 등 뜻깊은 목적의식과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상징물이 대부분이고 적절한 은유와 풍자, 위트를 담고 있다. 최근엔 ‘화가 난 반 고흐’난쟁이상이 등장했다. 아마도 미술계에 대한 조롱과 풍자가 담겨 있으리라.

브로츠와프 시내 여기저기 산재해있는 난쟁이상을 두루 찾아다니면서 관광객은 저절로 도심 구경을 덤으로 하게 된다. ‘보물찾기’ 게임처럼 관광객은 곳곳의 숨은(?) 난쟁이상을 찾아다니며 흠뻑 재미를 만끽한다. 브로츠와프 구도심의 옛 도시 체취 감상은 자연적으로 터득된다. 

이제 유명해진 난쟁이상 덕분에 폴란드 브로츠와프는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도시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난쟁이’상 덕분에 매년 9월에는 제법 큰 규모의 난쟁이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고 하니 스토리와 ‘위트’있는 상징조형물이 도시의 문화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도시가 문화를 먹고 사는 셈이다.

 

우리도 풍자와 해학이 넘쳐나는 땅이다.

오늘날의 우리 대한민국의 도시는 너무 삭막하고 심지어 인정사정없고 쌀쌀맞기까지 하다. 물론 모든 도시가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요즘 평일, 주말과 상관없이 서울 광화문 일대(청와대 옆길, 경복궁, 북촌, 서촌 등)와 광화문광장, 청계천, 서울광장에는 많은 외국 관광객이 눈에 띈다. 단순 관광객이든, 비즈니스 출장차 온 이든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정말 많아졌구나 하고 실감하게 된다. 연간 1,600만 명이 연간 한국을 찾는다. 

우리도 앞의 예(브뤼셀, 브로츠와프등)에서 처럼 이 일대에 아담, 소박하지만 위트 있는 기발한 상징물을 세워보면 어떨까? 근엄한 세종대왕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도 물론 소중한 우리의 보물이지만 소박한 우리 국민의 정서를 담은 것이라면 더 좋다.

옛 구전동화에 나오는 담배 피우는 호랑이도 좋다. 인왕산 호랑이가 내려와서 곰방대를 물고 지나가는 이에게 윙크하는 코믹한 연출도 해봄 직하다. 

흥부 놀부전에 나오는 제비가 물어준 박(그것도 복(福)이 넘쳐나오는)을 서울 한복판에 새워두고 모든 이에게 행복을 기원하는 스토리텔링을 가미해도 좋다. 

별주부전에 나오는 토끼와 간은 또 어떤가? 우리의 친근한 옛이야기지만 세계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소재이다. 

금도끼 줄까 은도끼 줄까? 혹 달린 할아버지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는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청계천 초입에 금도끼 주는 ‘행운을 부르는 산신령’을 세우고 동전 던지는 이에게 깜짝 이벤트를 연출한다면?

도심 한복판에 조선말 풍속 화가였던 김홍도, 신윤복의 작품을 리메이킹 할 수도 있다. 그림 속에 표현된 다양한 소재가 그림 밖으로 나와 거리의 조형물이 될 수도 있다. 천재화가 이중섭의 작품 ‘황소’가 서울광장에 등장해도 좋다.

우리도 풍자와 해학, 위트가 넘쳐나는 민족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