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1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강연
코로나19 시대, ‘15분 도시’ 최대 이슈
원격의료, 15분 이내 갈 수 있는 인프라 구축 핵심

이언 가천대 길병원 교수가 24일 오전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61회 선명 부동산 융합포럼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시대 비대면 진료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이제는 환자가 의료를 찾는 게 아닌 의료가 환자를 찾아가는 시대”라며 “병원도 네트워크 중심으로 탈바꿈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고 밝혔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교수가 24일 오전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61회 선명 부동산 융합포럼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시대 비대면 진료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교수가 24일 오전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61회 선명 부동산 융합포럼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시대 비대면 진료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 미국 머시버추얼 병원, “환자 없는 병원”

그 동안 우리 사회는 1차에서 2차, 2차에서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도시화가 진행됐다. 도시화는 생산성 향상, 출∙퇴근 시간 단축, 민간과 공공서비스의 접근성 등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확산된 코로나19로 도시는 큰 변화를 맞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 이동에 제한을 받으면서 도시의 기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언 교수는 “수백만명이 사는 대도시가 하루 아침에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바이러스의 확산을 조장하지 않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느냐가 최대 이슈”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어반 로드 셰어링’(Sharing the Urban Load)을 언급했다. 즉, 일부 도심에 집중돼 있던 것들을 어떻게 분산시키냐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파리의 ‘15분 도시’다. 주민들이 걸어서 15분 이내의 범위에서 완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학교, 직장, 의료, 상점, 각종 여가시설 등을 구축하는 것이다.

일본인들의 생활도 도시에서 시골로 바뀌고 있다. 모든 것이 15분 내로 조달할 수 있도록 기능이 분산되고 있다. 중국 칭하이(Qianhai) 역시 ‘도시거실’(Urban Living Room)을 넘어 일(work)과 여행(vacation)이 결합된 ‘워크케이션’(workcation)을 위한 도시계획을 세웠다.

이 교수는 “의료분야도 15분 이내 갈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것을 ‘데스티네이션 메디슨’(Destination Medicine)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의료분야에서 대표적인 데스티네이션 메디슨은 ‘원격의료’다. 환자가 직접 병원에 방문할 필요 없이 통신망이 연결된 모니터 등 의료장비를 통해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세계적으로 의료와 ICT(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이 이뤄지면서 신성장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 병원은 외래 대기실, 병실, 검사실이 있는 물리적 위치가 아닌 네트워크 중심의 시스템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런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설명했다.

미국 머시버추얼 병원(Mercy Virtual Care Center)은 병원 안에 환자가 없다. 의료진은 미국 내 7개 주 38개 병원과 집에서 환자를 돌본다. 300명 이상의 의료 전문가가 비행 관제소처럼 보이는 곳에 앉아 환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방식이다.

MSKCC(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는 지난해 뉴욕 롱아일랜드에 암 위성병원을 열었다. 복잡한 대도시에 사는 뉴욕 시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의료기관이다. 이 교수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에 열며 뉴욕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교수가 24일 오전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61회 선명 부동산 융합포럼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시대 비대면 진료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교수가 24일 오전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61회 선명 부동산 융합포럼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시대 비대면 진료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 “ICT+AI 도입으로 새로운 방식의 의료 접근성 높일 것”

이 교수는 원격의료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환자 중 약 3분의 1은 SNS를 통해 원격으로 진료를 보고 있다”며 “사진이나 동영상을 주고받는 등 환자와 의사의 관계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기존 대면 진료는 3-3-3 원칙에 따른다. 환자와 의사의 대면 시간도 짧다. 반면 비대면 진료는 여유 있게 환자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동시에 안전성 등의 문제로 진료시간이 길어진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았다. 그는 “진료시간이 길어지면 의사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진료비를 올리는 것 보다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AI(인공지능)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고속 통신기술과 AI는 새로운 진료공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방식의 의료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를 찾는 방법이 바뀐다는 것이다.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인력’이다. 이 교수는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구축돼 있더라도 결국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며 “그래서 의료인력 물류창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와 환자가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온라인 상에서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의사 콜센터’다.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환자가 의사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증상 등을 설명하면 AI가 필요한 의료진을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콜센터 직원이 직접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는 매우 힘들다”며 “AI의 역량으로 1차 진료에서는 충분히 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번역기도 입력한다면 의료시장의 국적이 업어져 시장규모가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핑안굿닥터의 AI를 이용한 ‘1분 클리닉’. (출처: 핑안굿닥터)
핑안굿닥터의 AI를 이용한 ‘1분 클리닉’. (출처: 핑안굿닥터)

◇ 기존 산업의 의료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 열려

한편 코로나19가 ‘집’의 개념과 기능을 바꾸면서 가정생활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대면 및 비대면 의료시장이 절충돼 발전될 것으로 보았다. 특히 공유진료공간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공유오피스 기업 컨벤(Convene)과 헬스케어 기업 에덴헬스(Eden Health)의 협력사례가 대표적이다. 에덴헬스는 뉴욕, LA 등 6개 도시 25개 컨벤에 공유진료 공간을 만들었다. 유통기업 월마트(Walmart)는 샵인샵(shop-in-shop) 형식의 진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핑안굿닥터(Ping An Good Doctor)는 AI를 이용한 ‘1분 클리닉’을 설치해 진료를 한다.

기존 산업이 의료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 2018년 핑안굿닥터와 태국 식료품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 그랩프레시(GrabFresh)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앞으로 그랩프레시는 의약품 배달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비앤비형 병원도 생겼다. 대형 병원 근처에 있는 숙소다. 환자들이 쾌적한 공간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 교수는 “이 서비스가 확장되면 집에서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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