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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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우리는 이전과 달리 연말과 연초에 파티보다는 조용히 보내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어쩌면 경제적·사회적으로 모임을 자중하자는 암묵적인 약속과 배려가 어느새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하게 자리 잡아서 그런가 봐.

특히 경영자로서 회사의 재무 상태와 현금흐름을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에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수준을 넘어 피부에 와 닿는 상황에서 왁자지껄 웃을 수는 없잖아.

특히 오프라인에서의 모임은 방역과 코로나19로 취소되기 일쑤였고, 온라인이나 비대면 미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손은 놓더라고. 매년 성황리였던 전시회는 열리지 않거나 열렸더라도 한산했고, 해외로 진출하려던 기업들은 기약 없는 계약 연기나 수출·납품 취소에 어찌할 바를 몰랐어.

그렇게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도 신사업이나 새로운 아이템 개발이든 무언가 시도해 볼 엄두도 못 낸 회사들이 많아. 오히려 현상 유지 내지는 손해를 최소화하는 데 급급하고, 투자와 신규영업은 신기루처럼 멀어지다 보니 어떻게든 융자라도 받아보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될 것이 눈앞에 선해.

그래도 이래저래 안부인사를 전하는 도중 안타까운 폐업 소식과 연락이 끊어진 대표들도 있고, 모두에게 생존이 제1순위 미션이기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버텨냅시다”가 공통 인사말로 통용되더라고.

그만큼 참 힘든 시기를 마주하고 있고, 그 끝을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더 마음을 무겁게 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암울한 가운데서 마냥 좌절해 있을 수는 없어. 그 사이에 시간은 또 흘러가고 고정비용과 불쑥 날라오는 고지서에 대한 고민만 더 늘어날게 뻔히 보이니까.

MMORPG 게임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게임 속 던전이나 필드에서 활동하다가 죽은 아바타를 부활시키는 주문이나 아이템이란 게 있어. 물론 아바타의 경험치나 소생에 따른 패널티가 있지만, 되살아난 아바타를 운영하는 유저는 그 필드에서 실패, 실수를 곱씹으며 이전보다 더 조심스레, 더 노련하게 행동하게 되지.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폐업이나 휴업에 대한 고민을 할 거야. 이대로 버텨야 하나, 아니면 이쯤에서 정리해야 하나. 원치 않은 상황까지 극한에 몰리면 자괴감과 후회가 밀려오는 압박감을 이겨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아. “무조건 버텨라, 견뎌라”가 해답은 아닐 거야. 때로는 물러서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최선일 수 있어.

간혹 사업에 실패했지만 재도전하는 대표들과 만나는 기회가 있는데, 진심으로 가슴 깊이 존경하고,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해. 그분들은 쨉쨉 펀치가 아니라 어퍼컷, 스트레이트와 같은 강펀치를 맞는 경험을 하고, 그 두려움과 고통을 알면서도 도전하는, 어찌 보면 무모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용감한 사람들이야. 그분들을 응원하고, 격려해주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하는 자세로 대하는 문화가 더 널리 자리 잡아 가야하지 않을까?

또한, 정부는 재창업·재도전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야 해. 분명 기업들에게 신규고용을 통해 채용한 인력에 대한 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경력 채용이 효율적인 측면에서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현재의 채용 시장에서 증명되고 있어. 그 때문에 ‘중고신입’, ‘경력있는 신입’이라는 아이러니한 단어들이 생겨났잖아.

창업이나 사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과 초짜 창업가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어. 하다 못 해 임원이나 경영진의 경력을 가진 창업 멤버가 있다면, 그나마 격차를 좁힐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는 이러한 팀빌딩을 갖추기 쉽지 않은걸.

이러한 창업 경험·경력이 있는 인력들과 신규 창업자들 사이에 매칭이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으려면 디테일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인재의 이력추적을 통해 업데이트 지속 및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면 유용할 거야.

국가적으로 창업·사업을 경험한 사람은 고급인력이야. 해당 분야에 전문지식이나 경력에 대한 이야기는 논외로 치더라도 나름 일반인들이 두려워하고, 꺼리는 창업이라는 바다에 몸을 내던진 용자일 뿐만 아니라 사업을 영위하면서 고객을 응대하고, 업무를 수행하고, 사람을 채용하고, 온갖 잡일부터 복잡하고 난해한 서류작업까지 원스톱으로 경험했다는 것은 학교나 직장에서도 얻을 수 없는 실전 능력이라고.

그러한 인재들이 자의든, 타의든 사업을 접으면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 또는 일에 연결이 돼야 연속성이 있을진대, 대부분은 폐업 후에 빚을 갚기 위해, 부양을 위해, 생존을 위해서 이전의 경험을 살리지 못하는 전혀 다른 일자리로 내몰린다는 점이 아쉬워.

이러한 사회적 문제는 스타트업 창업자에게만 국한되지는 않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들자면, 최근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에 대한 논의를 들어 볼게.

우리 사회에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의 공백 기간이 생겼던 여성들이 다시금 직장으로 돌아가서 그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부가적으로 낮아지는 출산율이나 일자리 미스 매칭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라고 확신해.

그리고 정부도 이런저런 지원책과 기업차원의 협조를 독려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경력단절여성 인력이 경력을 이어가는 직장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 보여. 참고로 필자의 아내도 두 아들을 키우고 이제 다시 사회로 발걸음을 내딛으려 하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너무나 좁아진 채용시장과 업무환경, 근무조건 등을 보고는 좌절해서 고민을 털어놓더라고. 이러니 출산과 육아는커녕 결혼조차 포기하게 되는 거지.

반면 우리 사회 구성원 간의 합의도 필요할 거야. 경력단절여성과 재창업자들에게 주어지는 지원책과 정책은 다른 누군가에는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나올 수 있어. 청년 실업률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만큼 취업의 기회마저도 박탈당했다고 자조하는 사회초년생, 취업준비생인 청년들에게는 공감을 받지 못할 이야기일 거야.

물론 그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연구해야 하고 어떠한 절충

안을 만들어 낼 것이냐에 대해 더 많은 의견 수렴과 논의가 필요할 거야.

이 두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재도전·재창업·재취업이라는 형태로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기회와 그들을 받아들여 줄 환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거야.

우리 모두가 다 실수 없이 성공할 수는 없어. 때로는 실수나 능력의 부족함이 아니라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위기, 어떻게 해결하지 못할 만큼의 외부 상황이 발생해 실패를 경험하게 될 수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봉쇄와 감염으로 인한 경제위기나 국제통화기금(IMF), 리먼 브라더스 금융 위기 등은 우리가 미처 준비할 수조차 없었고, 그로 인해 많은 실직자와 사회문제가 발생했듯이 개인의 문제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례들이 있잖아.

흔히 창업자들끼리 모여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원샷원킬’이라는 표현을 쓰곤 해. “한 번의 기회에 꼭 성공해야 한다, 그다음 기회는 없으니까”라는 뜻이지.

물론 이전보다는 재도전·재창업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늘려주려는 시도는 점차 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이 마음 한구석에 늘 상주하고 있어.

게다가 폐업한 회사를 향한 시선들이 굉장히 부정적이거든. 사실 창업을 하는 것보다 수성하는 것이 더 어렵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 정리하는 것인데 이러한 경험을 무능으로 치부하는 편협한 시각들이 여전히 존재하지.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서 스타트업보다 무난하고 다수가 따라가는 길을 선호하게 되는 거야. 안전해 보이는 길만 쫓아가다 보면, 결국 공무원이나 공기업만을 바라보는 게 당연하잖아.

물론 실패가 다음번에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아. 하지만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힌트가 되어 줄 수 있어. 우리는 결과적으로 성공이든, 실패든 간에 모두 수많은 선택과 결정 앞에서 수많은 시간과 고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야.

이러한 과정들이 우리에게 밑거름이 돼 이전보다는 더 나은 선택, 이전보다는 더 빠른 판단, 이전보다는 더 정확한 타이밍을 가늠할 수 있게 만들어 주지. 그렇기에 재창업·재도전을 선언하고 다시금 재기를 준비하는 대표들에게 응원과 관심을 기울여 주면 좋겠어.

그러한 인재들의 경험과 인프라,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매칭도 시켜주고, 지원도 해주면서 그들이 이뤄왔고, 갖춰 왔던 능력들이 사장되지 않게 말이야.

‘노력했다는 사실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결과 중심의 사고방식에 공감은 하지만 설령 잘하지는 못했을지라도 노력했다는 사실을 인정해 주고 다음에는 더 잘하게 될 거라는 걸 누군가는 알아준다면, 적어도 이 혹독한 시절에서도 우리가 따스함을 나눌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 그 힘으로 다시금 재도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야.

우리나라의 모든 수험생, 고시생, 취준생을 포함해서 경영자와 노동자, 경력단절여성부터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잠시나마 결과만으로 평가하는 시선으로 재단하는 것이 아닌 수고했고, 애썼다는 위로와 힘을 주는 세상이 되길 바라. 그리고 그러한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하자고.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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