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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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누구나 일부러 화를 내거나 상대방과 굳이 마찰을 만들어 스트레스 받으려고 하지는 않지만 때로는 업무를 추진하는 데 있어 끌고 가거나 밀어붙여야 하는 상황이 있어. 스타트업이라고 예외는 아니야. 오히려 이런 경우가 더 비일비재하지. 많은 스타트업 구성원들은 압력을 주는 뉘앙스의 커뮤니케이션을 꺼려해. 명령(order)보다는 동의(agreement)를 구해서 일을 진행하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야.

회의를 진행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서로 수평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좋다는 걸 경험적인 측면에서는 인정하지만, 일단 일이 굴러가기 시작하는 시점부터는 오히려 조직적, 수직적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게 낫더라고. 모든 업무에서 수평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야 해. 그런 의미에서 자유와 희망에 찬 핑크빛 미래를 꿈꾸는 스타트업을 상상하는 이들에게 이번 글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어. 어느 정도 조직이 갖춰지고 체계가 바로 선 중소기업과 달리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스타트업에게는 좀 고개가 갸우뚱 할 이야기일 거야. 굳이 까다롭게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싶기도 하고 말야.


“할 수 있다” or “할 수 없다”


횟수를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회의 중에 가장 많이 나오는 고민이 “할 수 있을까, 없을까”일 거야. 경영진 입장에서도 처음 접하는 생소한 미션을 앞에 두고 섣불리 가타부타 확정해서 말하기는 어렵거든. 게다가 스타트업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 의사를 들어 보기 위해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 두고 두루뭉술한 가능성만 타진해보는 경향이 있어.

그렇기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은 “할 수 있다” 또는 “할 수 없다”의 범위 내에서 의사결정을 끝내곤 해. 그래서 이게 당연하게 생각될 수도 있어. 창업 초창기 우리에게는 항상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나누는 작업이 의사결정의 전부였지. 분명한 건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어떠한 압박감이나 고민이 없었다는 거야. 설령 잘못되더라도 책임에 대한 부담감이 적었거든. 그리고 이 시기는 암묵적인 동의를 이끌어내기 가장 쉬운 단계야. 그도 그럴 것이 이 시기에는 “이럴 것 같은데”, “저럴 수도 있잖아”, “이런 방법은 어때?”라는 의견 하나가 강하게 어필되면 전부 우르르 따라가게 되더라고. 반면, 실수와 실패를 많이 하게 돼 있어. 100가지 아이디어 중 99가지는 공상에 불과하게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고 할까? 막연하게 가능성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시간과 노력에 비해 별 볼 일 없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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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보자” or “하지 말자”


그러다 조금씩 '머리가 굵어지고', 하나둘씩 자신의 업무에 전문성이 붙기 시작할 때부터 “이렇게 해볼까”, “이렇게 하진 말자”라는 의견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해. 다들 우왕좌왕 오합지졸이었고, 니 일 내 일이 없이 다 우리 일일 때와 달리, 경험적인 판단이라든가 레퍼런스, 근거들을 들이밀면서 되는 이유 혹은 안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풀어가며 ‘설득’이란 게 왜 그리 힘든 건지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해.

이때부터는 가능성을 논의하기보다는 누구의 논리가 더 합리적이냐를 두고 옥신각신하게 되지.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양쪽 다 맞는 말이고,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나름의 근거들을 제시하기 때문에 골치가 아파. 이전처럼 어느 한 쪽으로 쏠리는 결론이 아니라 누군가는 찝찝함을 갖게 되는 결론이 돼 버리지. 그 찝찝함과 걱정이 '리스크' 관리라는 형태로 진화하기도 해. 사실 이런 의사소통 문화가 자리 잡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는 꽤 흐뭇한 상황일 거야. 대표는 골머리를 싸매는 상황일지언정 조직 측면에서는 이보다 발전적인 의사결정 과정은 없어. 실제로 시행착오 횟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해.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전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진행되는 게 일정과 비용, 수익 등의 숫자로 보이기 시작하거든. 회사로 급성장하는 때가 느껴질 때가 그렇더라고.

그 전까지는 스타트업이란 게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을 뒤집어쓴 일종의 동아리나 친목 활동이 아닐까 고민하기도 했었는데 실제로 행동이 수반되는 “해 보자”, “하지 말자”라는 결정이 나타날 때부터는 우리가 뭔가 하고 있다는 인식이 들더라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고민만 반복하면서 아무 결론도 내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누군가 달걀을 깨버리든지, 닭이 먼저라고 정하고 다음 스텝을 진행하는 게 더 나아.

한편으로는 관리자 측면에서는 더 민감하고 세심해져야 하는 때야.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편을 가르거나 알력이 생길 시기거든. 이제는 누구의 담당이고, 누가 주도하게 되는지 확연하게 알게 되고 책임 소재에 대한 꼬리표가 붙기 시작해. 모든 책임은 대표와 경영진의 몫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담당자에게 압박감이란 놈은 은근 스트레스를 주거든.


“하면 된다” or “하면 안 된다”


“하면 된다” or “하면 안 된다”라는 말에서 마치 군대에 있는 것 같은 답답함이 전해지지 않니? 본질적으로 다수의 구성원의 의견과 반대로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야. 확연하게 예측되는 결과들을 뒤집고 액션을 강요한다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야. 당연히 저항이 클 수밖에 없거든.
과거 직원으로 일했을 때, 경영진과 직원이 완전히 척을 둔 상황에 놓인 적도 있었어. 실무자들은 ‘우리 의견은 무의미하다’라는 푸념을 늘어놓으며, 경영진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했었어. 구성원들 간에 불만도 팽배했고, 점차 회사 일을 하기가 싫어지는 상황이었어. 그래도 월급은 받아야 하니까 출근은 하고, 시키는 대로 할 뿐, 열정이 급격하게 식어버린 건 이맘때였어.

경영진 입장에서 본다면, 직원들의 반대 의견들을 알면서도 일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았을 거야. 게다가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으면서도 프로젝트는 진행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었지. 사실 이때가 가장 위험해.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지고, 회의가 싫어지거든. 서로 얼굴 마주하기 껄끄러워져. 의미 없는 시간은 계속되고, 회사를 향한 실망감은 커지고, 매너리즘에 익숙해지는 구성원들과 지시만 반복하는 경영진들 간의 거리는 멀어지면서 딴마음을 갖기 쉬워지는 위험한 징조가 보이는 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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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인 현실, “해야 한다”


“해야 한다”라는 말에 다른 선택지는 없어. 이미 답을 정해 놓은 상황이거든. 다만, 이것을 언제 말하느냐의 타이밍이 중요해. “해야 한다”는 말이 강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억압받는 것 같아서 싫을 수도 있어. 그래서 경영진들이 의도적으로 입 밖으로 잘 꺼내지 않거나 최후까지 아껴두기도 해. 그런데 이렇게 미루는 것은 바보짓이야. 이미 “해보자” 단계를 지나서 “해야 한다”라는 단계라면 회사의 사정이 매우 안 좋은 상태일 거야.

이것만이 살 길이기에 배수진을 친 상황이랄까? 이미 많은 기회와 시간과 자원을 소비한 시점이야. 마음에 여유가 없기에 더 실수가 잦아지고, 판단이 제대로 안 서지. 조급한 마음에 할 일조차 안 될 거야. 오히려 초반부터 “해야 한다”는 기조를 정해 놓는 게 중요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집단인지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리저리 휘둘리고, 뭘 하는 회사인지 정체성도 흐릿흐릿, 어정쩡해질 거야.

그런 걸 유연성이라고 억지로 포장하지 마. 유연성이란 건 중심을 잡는 골격이 있는 상태에서 얼마나 더 부드럽게 행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이야. 우리가 연체동물을 유연성이 좋다고 표현하지 않듯이 말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초반부터 정해놓는 것이 상상력 확장에 제약을 걸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 아니냐는 헛소리에 귀 기울이지마. 기본적인 방향과 액션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을 가능성이라고 부르진 않아. 계획이 없다고 말하는 거지.

괜스레 회사의 비전, 미션, 핵심 역량을 정하는 게 아니야.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다면 뼈대 없는 연체동물과 다름없어. “해야 한다”라는 것은 우리가 처음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싸워가며 서슴없이 입에 담아야 할 말이야. 오늘 다시 한번 회사의 비전과 미션, 핵심 역량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그리고 우리들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느 단계에 자리 잡고 있을지 차분하게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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