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패션에 관심 증가 추세
노마제이, 폐페트병 재활용해 수영복 제작
친환경 소재에 직접 제작한 드로잉 아트 패턴 입혀 독창성 추구

노마제이의 수영복(사진=노마제이 제공)
폐페트병으로 만든 노마제이의 수영복. (사진=노마제이 제공)

[스타트업투데이] 옷을 제작하고 소비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환경 파괴는 얼마나 이루어질까?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폐수의 약 20%, 탄소 배출량의 10%가 패션 업계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옷 제작 시엔 표백과 염색을 위한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또한, 합성 섬유는 보통 생분해성이 낮아 자연적으로 분해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나일론의 경우 분해 기간이 30~40년, 폴리에스터 옷은 수백 년의 시간이 걸린다. 

옷이 썩거나 소각되는 과정에선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며,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쉽게 구매하고 쉽게 버리는 옷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윤리적 소비, 가치 소비가 떠오르면서 패션 업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많은 브랜드에서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의 노력을 시작한 것이다. 

2019년 G7 정상회의 “패션 협약”에는 에르메스, 샤넬, 버버리, 아디다스, 나이키, H&M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 150개가 동참했다. 주요 원자재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며 섬유와 포장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줄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패션을 위한 변화가 시작되면서, 국내에서도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친환경 패션 아이템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환경을 위해 한 발자국을 뗀 스타트업 '노마제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버려진 페트병으로 만든 수영복 

박주현 대표. (사진=노마제이 제공)
박주현 대표. (사진=노마제이 제공)

친환경 수영복 브랜드 노마제이는 2021년 6월 오픈한 신상 스타트업으로, 사용한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수영복을 선보인다. 아직은 박주현 대표가 혼자 모든 일을 진행하고 있다. 

노마제이는 박 대표의 경험에서부터 시작됐다. 박 대표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던 시절, 호주의 유니크하고 다양한 수영복 브랜드들을 접했다. 

이를 보고 영감을 얻은 박 대표는 한국에 돌아갔을 때 흔하지 않은 디자인의 유니크한 수영복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국에 귀국하자마자 준비 과정을 거쳐 노마제이를 오픈했다. 

“노마제이의 수영복은 전통적인 란제리 패턴에 기초하여 패턴 설계부터 사이즈 그레이딩까지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하기 때문에 여성의 체형에 더 잘 맞게 디자인한 수영복입니다.” 

박 대표는 산업디자인과 전공으로 패션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영복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도움을 받고자 란제리 연구소를 찾았다. “이효신 란제리 디자인 연구소”에서 전통 란제리부터 차근차근 배우며 란제리 패턴에 기반한 수영복을 제작했다.  

란제리는 1mm의 차이가 다른 착용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몸에 더 잘 맞는 핏 연구를 위해 수십 번의 샘플 가공을 진행했다. 다양한 시도 끝에 섬세한 속옷의 패턴을 노마제이만의 수영복 패턴과 사이즈 그레이딩법으로 옮길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여행'을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즐길 수 있는, 살아가면서 기억에 남을 소중한 순간으로 꼽았다. 그 즐거운 순간과 기억을 함께하는 옷이 바로 수영복이라 생각하여 많은 패션 아이템 중 수영복에 집중 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재생 플라스틱 원단 위에 드로잉 아트 패턴을 입히다 

플라스틱 재생원단에 직접 제작한 드로잉 아트 패턴을 입혔다. (사진=노마제이 제공)
플라스틱 재생원단에 직접 제작한 드로잉 아트 패턴을 입혔다. (사진=노마제이 제공)

 “흔히 ‘친환경’하면 투박하거나 심플함을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노마제이의 수영복은 친환경 소재에 직접 제작한 드로잉 아트 패턴을 입혀 어디서든 볼 수 없는 유니크함과 매력을 가집니다.” 

노마제이의 수영복은 실제로 알록달록한 색감과 패턴을 자랑한다. 모로코의 타일 패턴을 재해석하기도 하고, 경쾌한 느낌의 플라워 패턴을 사용하기도 했다. 

노마제이에서 사용하는 수영복의 원단은 국제재생표준인증인 GRS(Global Recycle Standard) 인증을 획득한 100% 재생 플라스틱 원단이다. GRS 인증은 리사이클 섬유의 원료부터 생산 과정, 완성된 제품 등이 사회적, 환경적, 윤리적 책임 등의 기준을 만족할 때 부여된다. 

페트병으로 수영복을 제작하기 위해선 우선 페트병을 수거한 후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선별된 페트병을 깨끗하게 세척한 뒤 작은 재생 칩으로 분쇄한다. 그리고 분쇄된 재생 칩을 녹여 원사로 추출한 뒤 재생 원단으로 만들어낸다. 이 원단을 통해 일반 폴리에스터보다 53~77%의 전력을 절약할 수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생 원단을 이용해 노마제이의 패턴을 프린팅한 후 봉제 과정을 거치면 페트병이 노마제이만의 개성 있는 수영복으로 재탄생한다. 

(사진=노마제이 제공)
전통 란제리 패턴에 기초하여 여성의 체형에 맞게 제작한다. (사진=노마제이 제공)

플라스틱을 분해하여 원사로 추출하는 것은 쉬운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주로 대형 회사에서 진행하게 된다. 그렇기에 노마제이와 같은 소규모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원단 수급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원단 최소 수령 단위가 매우 크거나, 단가가 높았으며 최소 수량에 맞춰 쉽게 구할 수 있는 리사이클링 원단은 퀄리티가 떨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퀼리티 좋은 리사이클 원단을 찾아 란제리 디자인 연구소 수강생과 공동 구매를 진행해 부담을 나눴다. 

박 대표는 1인 창업자로서 상품을 잘 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 상표권 등록부터 마케팅, 회계 문제 등 여러 방면으로 신경을 써야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렇기에 항상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알아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친환경 패션을 위한 지원 필요” 

수영복 제작 과정. (사진=노마제이 제공)
수영복 제작 과정. (사진=노마제이 제공)

박 대표는 환경 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패션 산업인만큼 정부에서 친환경 섬유에 대한 개발 지원을 통해 노마제이와 같은 친환경 자재 구매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사실 어떤 브랜드이건 친환경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가고 싶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친환경은 단가가 너무 비싸 쉽사리 시도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소규모 브랜드라면 친환경 소재의 막대한 최소 수량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또한 현재의 창업 지원 사업이 대부분 기술, IT 쪽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지속 가능한 패션 부분의 창업 지원도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이 다시 우리 식탁으로 돌아오고 있는 세상에서, 브랜드로서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절대 저렴하지 않지만 그런데도 할 수 있는 일은 하기로 했습니다.” 

노마제이는 친환경 수영복 브랜드로서 노마제이만의 무드와 정체성을 확립하여 글로벌한 브랜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향후 수영복 외에도 자연과 어울리는 여행 룩, 액세서리 등 리조트웨어 분야로 제품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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