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육성에 정부와 민간이 힘 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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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해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투데이] <기획특집: 화석연료시대에서 수소시대로> 

탄소 배출 감축에 대한 전 세계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은 화석연료 대안 모색에 발 빠르게 나서야 할 때입니다. 수소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관련 기술을 선점한 국가는 장차 산유국에 준하는 지위를 점하게 될 것입니다.  <스타트업투데이>는 에너지 대전환이 우리나라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담당했던 정만기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의 칼럼을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주] 

 

탄소중립 실현 여건

최근 기후변화의 변동성 확대에 대한 지구촌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2015년 파리협약이 체결된 이후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선진국들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한국이 2018년 배출량 727.6백만 톤 대비 40% 감축한 436.6백만 톤을 목표로 정하는 등 세계 각국의 2030년 탄소배출 감축 목표도 더욱 높였다.

경제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8년 현재 총 탄소배출량 중 발전 37%, 산업 36%, 수송 14%, 기타 분야가 약 13%를 차지하는 가운데 탄소배출 감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발전부문은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신재생이나 원자력으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 태양광은 좁은 국토면적 중 70% 이상이 산지로 이뤄져 녹지를 훼손하지 않고서는 발전량 확대가 쉽지 않고, 풍력은 좁은 국토 면적에 바람의 품질조차 좋지 않아 여의치 않다.

원자력은 안전성 우려로 인해 소규모 증설조차 쉽지 않다. 역대 정부는 발전 부문의 탄소 감축 방안을 내놓기도 했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였고 앞으로도 이행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산업 부문도 간단치 않다. 주요 탄소배출 원인인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반도체 등은 기존 대규모 탄소배출 감축 투자로 인해 에너지효율이 세계 수준으로 높아 추가 감축이 여의치 않다.

 

탄소중립과 수소

이러한 상황에서 수소는 여러 장점으로 인해 탄소중립의 확실한 대안이 될 전망이다. 먼저, 무색, 무취, 무독의 특성에 공기보다 14배 가벼워 <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다른 가스나 에너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수소연료전지의 에너지밀도는 33.3킬로와트시(kWh)로 2차 전지 대비 킬로그램(kg)당 약 100배 높은 점도 강점이다. 가장 큰 강점은 수소는 그 자체가 에너지원은 아니나 저장과 국제간 이동성의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장과 이동성으로 인해 수소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의 지리적 범위를 넓히고 자원 개발 속도를 제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칠레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나, 전력 수요는 전기 공급 잠재력에 비해 적어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을 확대해갈 필요성이 없었다.

그러나 탄소중립이 확산되면서 그린 수소(그린수소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쟁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해 물을 분해함으로써 생산된 수소로, 수소생산과정에 탄소배출이 전혀 없다는 것이 특징)에 대한 세계의 수요가 늘어나면 연간 그린수소 생산 잠재력이 1억 6천만 톤에 달하는 칠레는 재생에너지 발전 지역을 넓혀갈 필요성이 커질 것이다. 그린수소를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는 경우 수소 산업은 칠레의 주력산업이 되어 가면서 국민소득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마디로 수소의 저장이나 국제적 이동성이라는 특성이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의 확대를 촉진하면서 지구촌 재생에너지 자원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칠레뿐만 아니라 호주, 캐나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국가에서 태양광,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한 후 수전해로 그린수소를 만들어 수소운반선 등 운송수단을 활용해 수소무역을 실현해간다면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국가들도 탄소 발생 없는 에너지 사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칠레,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캐나다 등은 그린수소 수출국이 되고, 한국, 일본, 중국, 동남아, 유럽연합(EU) 등 인구밀집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나라들은 그린 수소 수입국이 되면서 현재의 화석연료 위주의 국제 에너지 자원 거래가 수소 거래로 전환될 것이다.

 

수소경제란 경제 전반에 수소 활용이 확산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소경제란 경제 전반에 수소 활용이 확산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소산업과 수소경제 전망

산업이란 모든 분야의 생산적 활동 전반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각 업종을 지칭하는 개념으로도 사용되는바, 후자는 동일 종류의 제품 혹은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들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소 산업이란 함은 수소라는 생산물을 직접 생산, 저장, 운송, 판매하는 업종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수소 산업엔 수소제조업과 수소운송, 판매 등 수소 서비스업이 포함될 수 있다.

한편, 수소생산이나 저장 혹은 운송 관련 설비, 기자재, 운송기계 등 수소생산에 들어가는 각종 기계와 장비를 생산하는 업종이나 수소 환원제철이나 수소연료전지, 수소전기차 등 수소를 사용하는 업종은 수소와 밀접한 관계는 있으나, 수소를 직접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활동이 아니어서 수소 산업으로 분류하기는 적절치 않다.

이들 업종 중 수소 생산, 저장, 운송 관련 설비나 장비, 기자재, 기계 등을 생산하는 업종은 수소 관련 장비 혹은 기계 산업 등으로 분류하고, 수소 환원제철이나 수소연료전지 혹은 수소전기차 등은 수소를 구매해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수소활용산업 혹은 수소수요산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하다.

수소가 전 경제활동으로 확산되는 경우, 수소산업 대신 수소경제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말해 수소경제란 경제 전반에 수소 활용이 확산되는 현상을 의미하며, 직접적으로 1) 수소를 생산, 저장, 운송 그리고 판매하는 수소제조업과 수소서비스업, 2) 수소생산, 저장, 운송을 가능케 하는 기계 설비와 장비를 제조하는 수소관련 기계 혹은 장비 제조업, 3) 수소환원제철, 수소연료전지 혹은 수소전기차 등 수소를 이용하는 수소활용산업, 4) 수소가 활용되는 기타 영역이 포함된다.

2017년 11월 13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제 2차 수소위원회 총회'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혼다 구라이시 세이지 최고운영책임자, 플라스틱옴니엄 로랑 뷔렐 회장, 현대자동차 양웅철 부회장, 에어리퀴드 베누아 포티에 회장, 도요타 우치야마다 회장, 가와사키 요시노리 가네하나 최고경영자, (뒷줄 왼쪽부터)스타토일 슈타이너 에이카스 저탄소 사업담당, 엔지 프랑크 부뤼엘 전무, BMW그룹 클라우스 프뢰리히 AG개발 이사회 임원, 쉘 슈틴 판 엘리스 최고경영자, 다임러 오헨 헤르만 상무, GM 게리 P 스토틀러 글로벌수소전기차 매니저, GM 찰리 E 프리스 글로벌 수소전기차 담당 임원.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2017년 11월 13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제 2차 수소위원회 총회'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혼다 구라이시 세이지 최고운영책임자, 플라스틱옴니엄 로랑 뷔렐 회장, 현대자동차 양웅철 부회장, 에어리퀴드 베누아 포티에 회장, 도요타 우치야마다 회장, 가와사키 요시노리 가네하나 최고경영자, (뒷줄 왼쪽부터)스타토일 슈타이너 에이카스 저탄소 사업담당, 엔지 프랑크 부뤼엘 전무, BMW그룹 클라우스 프뢰리히 AG개발 이사회 임원, 쉘 슈틴 판 엘리스 최고경영자, 다임러 오헨 헤르만 상무, GM 게리 P 스토틀러 글로벌수소전기차 매니저, GM 찰리 E 프리스 글로벌 수소전기차 담당 임원.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탄소중립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수소경제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2017년 11월 27일 프랑스의 에어리키드, 알스톰, 독일의 BMW, 다임러, 미국의 GM과 일본의 혼다, 도요타와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글로벌 다국적기업 18개 사로 구성된 수소위원회는 수소 산업 관련 향후 인류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전과 이를 달성할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온도 상승을 2도로 제한하기 위한 에너지 중심축으로 수소가 등장하면서, 2050년경에는 수소가 세계의 최종 에너지 소비 중 18%를 차지하게 되고, 연매출 2조 5천억 달러의 새로운 수소시장이 형성되며, 수소 분야에서 연간 3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한편, 수소 사용으로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을 6기가톤(Gt)을 줄임으로써 지구 온도상승 제한을 위한 추가 감축량의 20%를 수소가 담당할 전망이다. 수소는 에너지 저장 및 지역별 배분, 탄소배출감축과 산업용 청정에너지 공급 등의 기능을 통해 운송, 산업, 건물, 발전 등 다양한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편, 2021년 영국무역부에 따르면, 전 세계 수소생산량은 현재 7천만 톤 수준에서 2050년경엔 3억 톤으로 늘어나고 2070년경엔 5억 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수소경제 규모도 지난해 2020년 1.2천억 달러에서 수준에서 2050년엔 2.5∼11.7조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편, 수소생산은 2021년 현재로는 생산량 중 95%를 화석연료에서 추출하고 있으나 2050년경엔 75%를 수전해로 생산하게 될 전망이다.

수소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소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새로운 성장 모멘텀 찾아야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탄소중립을 위해서 수소의 잠재력은 매우 높은 편이다. 문제는 아직 여러 측면에서 기술과 경제성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수전해 기술, 수소액상화나 액화기술, 수소운반선이나 수소충전소 장비, 수소생산 관련 기자재나 장비 등이 미흡해 다른 에너지원 대비 아직 수소의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기후변화대응과 탄소중립이 불가피한 명제라면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국가들에게 수소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소활용이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제조업이 강한 우리나라로선 에너지원으로서 수소를 사용하는 문제를 넘어 수소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아야 할 것이다. 수소 생산, 저장, 운송 그리고 활용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각종 장비와 기계 등의 연구·개발(R&D)과 산업 육성에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해 가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투데이=편집부] news@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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