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플라스틱 용기 금지 또는 과세 조치 권고
ESG, 기업 존폐 가르는 핵심 가치로 떠올라
“환경보호 인식 변화∙∙∙소비패턴에도 영향 줄 것”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투데이]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주된 쓰레기로 인식되고 있다. 2015년 이후 플라스틱 일종인 비닐봉지와 스티로폼 등을 금지하는 나라도 급격히 증가했다. 

2018년 6월에는 국제연합(UN)이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용기에 대해 금지하거나 과세조치를 해야 한다고 각국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플라스틱 사용 금지 조치에 따라 ‘재활용’(Recycle) 산업을 새로운 시장으로 바라보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2024년 글로벌 재활용 시장 416조 원 전망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기업의 존폐를 가르는 핵심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보호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소비패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김지윤 미국 디트로이트무역관이 2019년 보고한 ‘친환경을 넘은 필(必)환경시대! ‘제로웨이스트’ 열풍’에 따르면 독일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글로벌 재활용 시장이 2017년 2,649억 달러(약 322조 원)에서 2024년 3,767억 달러(약 457조 원) 규모로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환경 친화적인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디자인하는 기업이 등장했다. 

 

코카콜라컴퍼니는 스프라이트의 초록색 페트병을 무색 패키지로 전면 교체했다(사진=코카콜라컴퍼니)
코카콜라컴퍼니는 스프라이트의 초록색 페트병을 무색 패키지로 전면 교체했다(사진=코카콜라컴퍼니)

글로벌 음료기업 코카콜라컴퍼니(Coca-Cola Company)는 페트병 디자인을 과감하게 바꿨다.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먼저 코카콜라컴퍼니는 2019년 무색 착향음료 스프라이트(Sprite)의 초록색 페트병을 무색 패키지로 전면 교체했다. 기존의 초록색 페트병은 복합재질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어렵다. 반면 무색 페트병은 불순물이 적은 만큼, 재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투명도가 높고 이물질이 없는 페트병을 잘게 부수면 섬유나 시트, 솜 등으로 활용도가 높다. 코카콜라는 앞으로 단일 재질의 무색 페트병을 스프라이트의 모든 용량의 제품에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코카콜라컴퍼니가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 환타(Fanta) 등 제품에 100% 재활용이 가능한 폴리에틸렌 세레프탈레이트(rPET)를 적용해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식음료 시장에 선보였다. 올해에는 대형 페트병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2025년까지 제품 중 50% 이상을 재활용된 페트병에 담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이외에도 코카콜라컴퍼니는 ‘지속 가능한 패키지 프로젝트’(World Without Waste Project)를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모든 음료 패키지를 100% 수거해 재활용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게 목표다. 

 

새 비즈니스 모델로 ‘재활용’ 주목

리비리 박스(사진=리비리)
리비리 박스(사진=리비리)

해외 스타트업 업계는 ‘재활용’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국 스타트업 리비리(Liviri)는 2015년 택배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리비리 박스’를 개발했다. 리비리 박스는 재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택배상자로 신선식품과 음식배달에 활용할 수 있다. 최대 75회 재사용이 가능하다. 

리비의 리비리 박스는 튼튼한 내구성을 가진 택배상자와 택배회사의 수거 시스템을 결합시킨 서비스다. 먼저 택배를 받은 고객은 택배상자에 들어있는 음식을 꺼낸 뒤 자신의 주소가 적힌 스티커를 뗀다. 그리고 반송주소가 적힌 스티커를 다시 붙여 집 앞에 내놓기만 하면 된다. 이후 미국 배달업체 페덱스(FedEx)가 택배 상자를 다시 수거해 간다. 

 

제로코가 제작한 용기의 주재료는 바다와 매립지에서 확보한 플라스틱 쓰레기다(사진=제로코)
제로코가 제작한 용기의 주재료는 바다와 매립지에서 확보한 플라스틱 쓰레기다(사진=제로코)

대표적인 친환경 국가 호주 스타트업 업계도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용기 개발에 나섰다. 제로코(Zero Co)는 주방세제, 세탁세제 등을 넣을 수 있는 용기를 제작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닌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용기다. 제품을 다 사용한 사용자가 회사로 용기를 보내면 세척 후 세제를 채운 뒤 다시 판매하는 방식이다. 

제로코가 제작한 용기의 주재료는 바다와 매립지에서 확보한 플라스틱 쓰레기다. 앞서 2019년 12월 제로코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자바해(Java Sea)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6t을 확보해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로 제작했다. 

제작에 사용되는 재료는 생활용수, 팜유 프리(palm oil free), 식물성 기반으로 친환경적이다. 마이크 스미스(Mike Smith) 대표는 “호주 내 2만 가정이 제로코의 재활용 용기를 사용한다면 12개월 안에 약 100만 개의 일회용 플라스틱이 바다와 매립지에 버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내 순환경제 확산∙∙∙플라스틱 사용↓재활용↑

유럽 내에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가 확산되면서 플라스틱의 사용은 줄이고 재활용 비율은 높이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스타트업 컵클럽(CupClub)은 재사용이 가능한 컵을 직접 세척해 각 점포로 배달하고 다시 수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의 건축가 겸 디자이너 사피아 쿠레시(Safia Qureshi)가 2016년 론칭했다. 그는 컵을 폐기할 시점에 재활용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데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컵클럽 컵의 겉 모습은 흔히 카페에서 볼 수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컵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컵클럽의 컵은 재활용이 가능한 폴리프로필렌(PP), 컵 뚜껑은 폴리에틸렌(PE)으로 만들어졌다. 바닥에는 RFID(무선주파수를 이용해 데이터를 읽어내는 인식시스템) 칩이 내장돼 있어 컵의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소비자가 사용한 컵을 매장 밖에 설치된 전용 수거함이나 컵클럽 회원으로 가입한 다른 카페에 반납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수거된 컵은 전문 세척 시설로 옮겨 일괄적으로 세척된 후 매일 아침 서비스를 신청한 매장으로 다시 배달된다. 컵은 평균 132회 사용할 수 있으며 이후 100% 재활용된다. 

 

사진=리팩
사진=리팩

핀란드에서는 재활용 가능한 택배 포장재 리팩(RePack)이 주목을 받고 있다. 내구성이 강한 PP 소재로 20회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다. 

리팩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배송옵션을 ‘리팩’으로 선택 후 보증금을 지불하면 된다. 물품을 받은 뒤 리팩을 평평하게 접고 우체통에 넣어 반환하면 보증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다. 회수된 리팩은 품질 체크를 거쳐 다시 온라인 스토어로 납품된다. 품질이 불량인 경우 업사이클링 등을 거쳐 다시 만들어진다. 

리팩 측은 “일회용이었던 택배 포장재를 줄임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며 “재사용되는 패키지 쓰레기 배출량을 낮추는 동시에 신규 고객을 유입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투데이=김석진 기자] sjk@startuptoday.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