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 ‘친환경 생산’+’윤리적 소비양식’ 주목
2018년 미국 업사이클 시장 137억 원∙∙∙재활용 시장 비해 태동기 머물러
해외 패션업계에서 친환경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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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음료수를 마신 후 페트병을 바로 버리지 않고 물을 다시 채우면 페트병을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페트병을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할 경우 인체에 해로운 미생물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되도록 페트병은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페트병을 비롯한 플라스틱이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주된 쓰레기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으며 업계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하거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힘쓰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가 확산하면서 버려진 물건으로부터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upcycle)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폐기물의 재활용을 넘어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해 가치가 높은 제품을 선보이면서 ‘친환경적 생산’과 ‘윤리적 소비양식’의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플라스틱부터 CD∙LP까지” 눈에 보이는 것들이 업사이클 대상

‘업사이클’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폐기물로 발생된 소재를 분리∙수거하고 소재화, 제품화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다. 우리말로 ‘새활용’이라고 한다. 플라스틱 소재는 물론 의류, 유리, 책, CD, LP 등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대부분이 업사이클 대상이다. 

플라스틱 재활용이 아닌 새활용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플라스틱은 원료에 따라 페트(PET),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폴리염화비닐(PVC),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틸렌(PS), OTHER 등 7가지로 분류된다. 이중 OTHER는 두 가지 이상의 원료가 섞인 복합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해서는 동일 원료의 제품을 따로 모아 가공해야 하는데 다른 원료가 섞이면 플라스틱 성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사용하면 할수록 플라스틱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경호르몬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아이다스와 팔리 포 더 오션스가 제작한 ‘울트라부스트 언케이지드 팔리’ 러닝화는 몰디브 해안에서 수거한 그물, 플라스틱병 등 해양 플라스틱 오염 폐기물을 이용해 제작됐다(사진=아디다스)
아이다스와 팔리 포 더 오션스가 제작한 ‘울트라부스트 언케이지드 팔리’ 러닝화는 몰디브 해안에서 수거한 그물, 플라스틱병 등 해양 플라스틱 오염 폐기물을 이용해 제작됐다(사진=아디다스)

 

아디다스 신발을 해양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2018년 발간한 ‘폐기물의 재탄생: 업사이클산업 육성’에 따르면 전 세계 폐기물 재활용 시장은 연간 4,000억 달러(약 514조 원)다. 그러나 업사이클 시장은 태동기로 보았다. 

폐기물 재활용 시장이 가장 큰 미국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연간 2,000억 달러(약 257조 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지만, 업사이클 시장은 1,250만 달러(약 160억 6,000만 원)로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사이클은 해외 패션업계에서 친환경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Adias)는 2015년 해양환경보호단체 팔리 포 더 오션스(Parley for the Oceans)와 손잡고 해양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한 신발을 제작했다. 

아이다스와 팔리 포 더 오션스가 제작한 ‘울트라부스트 언케이지드 팔리’(UltraBOOST Uncaged Parley) 러닝화는 몰디브 해안에서 수거한 그물, 플라스틱병 등 해양 플라스틱 오염 폐기물을 이용해 제작됐다. 러닝화는 해양 플라스틱 95%, 재생 폴리에스터 5%를 사용했고 우수한 착용감을 자랑한다. 신발 끈, 발목을 감싸는 삭 라이너(Sock Liner), 굽 등 모두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이듬해 스페인 축구클럽 레알 마드리드(Real Madrid)의 유니폼과 러닝화를 출시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2016년 리컬렉션(Re Collection)을 론칭했고 플라스틱 물병, 수명을 다한 의류 등을 소재로 활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사람들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 병, 낡은 원단, 헌 옷 등에서 추출한 재생 폴리에스터 원단을 사용한 의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김지윤 미국 디트로이트무역관이 2019년 공개한 ‘친환경을 넘은 필(必)환경시대! ‘제로웨이스트’ 열풍’에 따르면 한 번 가공된 폴리에스터를 재활용할 경우 새로운 폴리에스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석유량과 낡은 의류를 소각할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다. 현재 파타고니아의 이런 친환경 생산방식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미국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도 ‘벽돌’ 만들면?

해외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업사이클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올랐다. 미국 업사이클링 브랜드 에코이스트(Ecoist)는 디즈니(Disney), 코카콜라(Coca-cola), M&M 등으로부터 제품 로고가 박힌 식음료 포장지나 폐기용 라벨을 공급받아 가방, 팔찌 등을 제조하며 플라스틱을 재탄생시킨 혁신 사례로 꼽힌다. 

 

에코이스트가 M&M 포장재로 만든 가방(사진=에코이스트 공식 페이스북)
에코이스트가 M&M 포장재로 만든 가방(사진=에코이스트 공식 페이스북)

에코이스트의 제품은 페루의 숙련된 장인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고부가가치 패션 상품이다. 100% 수작업으로 제조 과정상의 탄소절감은 물론 지역 영세수공업자의 자립을 돕고 지속가능한 직업을 지원하는 등 공정무역(fair trade)도 실천한다. 이외에도 제품 하나가 판매될 때마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캠페인 등 제3세계 지역에 식목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쓰레기 네트워크’라는 독특한 사업구조를 구축한 테라사이클(Terracycle)은 시민으로부터 직접 포장재를 수거해 가방이나 필통 등의 업사이클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 특히 포장재를 생산하는 기업과 협약을 맺어 수거를 대행하며 포장재 제공자가 원하는 학교나 단체에 포장재 당 소액의 기부금을 제공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테라사이클의 네트워크는 5만여 곳으로 미국 초등학교의 75%가 테라사이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분리수거한 쓰레기가 장학금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학생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고 더불어 학생들에 대한 분리수거 교육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콜롬비아의 콘셉토스 플라스티코스(Conceptos Plasticos)는 플라스틱과 고무 쓰레기를 재활용해 벽돌을 만들었다(사진=콘셉토스 플라스티코스)
콜롬비아의 콘셉토스 플라스티코스(Conceptos Plasticos)는 플라스틱과 고무 쓰레기를 재활용해 벽돌을 만들었다(사진=콘셉토스 플라스티코스)

한편 플라스틱 쓰레기로 집을 짓는 재료인 ‘벽돌’을 만드는 스타트업도 있다. 하와이에 자리 잡은 바이퓨전(BYFUSION)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해 벽돌을 만든다. 이 벽돌을 리플라스트(RePlast)라고 명명했다. 100% 폴리스틸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종류의 플라스틱을 리플라스트로 재탄생시킨다. 

바이퓨전 측은 “콘크리트 벽돌을 제작할 때보다 약 95% 온실가스 발생이 줄어들고 단열∙방음도 우수하다”며 “쓰레기장으로 플라스틱을 옮기고 매립하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플라스틱으로 담을 쌓은 뒤 강철 봉으로 가운데를 뚫어 고정만 시키면 되기 떄문에 별도의 고정용 시멘트도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콜롬비아의 콘셉토스 플라스티코스(Conceptos Plasticos)는 플라스틱과 고무 쓰레기를 재활용해 벽돌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폐플라스틱을 조립식 주택의 부품으로 생산∙조립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장난감 블록에서 콘셉트를 차용했다. 

[스타트업투데이=김석진 기자] sj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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