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필두로 친환경 제품 사용∙규제 이어져
플라스틱 대체재, 생분해 플라스틱 주목∙∙∙기능성∙친환경성↑
“소비자∙사업자의 지구 환경 위한 선택 범위 넓히고 싶어”

나누 이윤노 대표(사진=나누)
나누 이윤노 대표(사진=나누)

[스타트업투데이] 유럽을 필두로 친환경 제품의 사용과 기존 석유 기반 제품의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해 발간한 ‘유럽 주요국의 탈플라스틱 정책 및 시사점’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연간 사용량은 1950년 200만 톤에서 2015년 3억 8,000만 톤으로 190배 증가했다. 

플라스틱은 우수한 가공성, 낮은 비중, 저렴한 가격 등으로 빨대, 일회용컵, 비닐봉투 등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증가하면서 배달용 식품용기로도 제작된다. 

하지만 대부분 플라스틱의 경우 한 번만 쓰고 버려지는 데다 자연에서 생분해되기까지 500년 이상 걸린다. 폐플라스틱을 소각 또는 매립한다면 그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발생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플라스틱을 대신할 대체재를 찾거나 자연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Bio Plastic)에 주목했다. 기존 플라스틱과 동일하거나 더 우수한 기능성을 갖추면서도 친환경적인 제품 개발에 나선 것이다. 

‘나누’는 친환경 펄프몰드 용기를 개발해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제로플라스틱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이윤노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사탕수수부터 브로콜리 줄기까지” 농산 부산물로 펄프몰드 용기 제작

나누가 개발한 친환경 펄프몰드 용기(사진=나누)
나누가 개발한 친환경 펄프몰드 용기(사진=나누)

‘펄프몰드’(Moldedpulp)는 오래된 종이나 골판지 등 종이계 원료를 물에 녹여 금형(Mould) 상에서 진공으로 흡착해 탈수 성형 및 건조시켜 만든 성형품이다. 각종 포장재나 완충재로도 사용된다. 달걀판이 대표적인 펄프몰드 제품이다. 

친환경 펄프몰드 용기는 재활용이 가능하고 제조할 때 이산화탄소가 적게 배출된다는 점에서 친환경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윤노 대표는 “펄프몰드는 전 세계적으로 강력하게 규제 대상이 되고 있는 스티로폼(EPS) 대체품으로 부상하면서 빠른 속도로 보급되는 제품”이라고 소개하며 “유럽이나 미국을 비롯해 일본에서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사용량이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누는 버려지는 천연소재로 친환경 펄프몰드 용기를 개발했다. 당을 추출한 사탕수수 찌꺼기나 대나무 등이 펄프몰드의 주요 소재다. 감귤껍질이나 쑥과 브로콜리 줄기 등 제주에서 농산물을 재배한 후 남은 부산물도 활용한다. 

이 대표는 “농산 부산물(농산물생산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생산되는 이용가치가 있는 생산물)은 땅에 묻으면 분해 시간이 길고 소각하면 미세먼지나 산물 발생 등 여러 가지 환경문제가 발생하곤 했다”며 “이런 이유로 제주도에서는 농산 부산물 처리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천연 소재를 토대로 나누는 스티로폼 기반의 컵라면이나 배달용 플라스틱 용기, 대형마트에 유통되는 고기∙과일∙버섯 등 신선식품 포장재 등을 펄프몰드로 제작했다. 식품용기가 인체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위생에 대한 부분도 신경 썼다. 이 대표는 “도시락 용기를 펄프몰드로 만든다면 용기에 담기는 음식에 맞게 내수성과 내열성, 단열성, 내유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히 친환경 코팅액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용기 모양에 따른 정교함에도 집중했다”고 말했다. 

 

“환경문제로 환경문제 해결” 전문인력으로 독보적인 기술력 구축

‘나누’는 지난 3월 중소벤처기업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개최한 ‘공공기술 활용 청년 기술창업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사진=나누)
‘나누’는 지난 3월 중소벤처기업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개최한 ‘공공기술 활용 청년 기술창업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사진=나누)

나누는 지난해 5월 설립돼 이제 1년 남짓 된 스타트업인데도 관련 기관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중소벤처기업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개최한 ‘공공기술 활용 청년 기술창업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으며 식품∙유통 분야 대기업과도 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식품용기는 물론 빨대, 숟가락과 포크∙나이프 등 식기류, 강아지 밥그릇 등 반려동물 용품 등 펄프몰드 제품을 지속해서 선보이며 시장과 제품군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액셀러레이터(AC) 씨엔티테크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앞으로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나누'는 식품용기는 물론 빨대, 숟가락과 포크∙나이프 등 식기류, 강아지 밥그릇 등 반려동물 용품 등 펄프몰드 제품을 지속해서 선보이며 시장과 제품군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사진=나누)
'나누'는 식품용기는 물론 빨대, 숟가락과 포크∙나이프 등 식기류, 강아지 밥그릇 등 반려동물 용품 등 펄프몰드 제품을 지속해서 선보이며 시장과 제품군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사진=나누)

무엇보다 이 대표는 나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문 인력 확보를 관련 업계로부터 주목받은 이유로 꼽았다. 

이 대표는 “‘환경문제로 환경문제를 해결한다’는 게 나누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소개하며 “농산 부산물과 천연자원을 소각하지 않고 친환경 펄프몰드 용기 소재로 사용한다면 환경파괴의 주범인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처음부터 나누의 비즈니스 모델이 업계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관련 기관에서 ‘구체적인 기술이 없다’ 또는 ‘구현할 수 있는 능력과 기반이 없다’고 평하기도 했다”며 “특히 나누 설립 전 보건학 전문가로 활동했는데 전문 지식이 없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연구 성과를 내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누는 성용주 충남대 환경소재공학과 교수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하며 전문인력을 통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구축했다. 현재 나누는 이 대표와 성 교수를 필두로 충남대와 공동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충남대와의 협력으로 다양한 소재의 펄프몰드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친환경 코팅기술로 기능성까지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누’ 이윤노 대표(사진=나누)
‘나누’ 이윤노 대표(사진=나누)

한편 이 대표는 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변하는 만큼, 국내∙외 기업에서도 많은 변화가 올 것으로 보았다. 그는 “배달음식을 시킬 때마다 발생하는 용기를 친환경 사용으로 바꾸겠다는 인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소상공인의 노력 등으로 다양한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대체품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하며 “나누는 이런 흐름에 동참해 지구 환경을 지키길 원하는 소비자나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조금이라도 넓히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지속가능한 삶과 다음 세대를, 그리고 더 깨끗한 지구를 위한 행동은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깨어있는 소비자와 정부 정책 등 모두가 어우러져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대기업의 ESG경영과 정부의 그린 기반 사업체에 대한 지원, 석유기반 제품의 규제 등 친환경 정책이 다각도로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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