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에서 유해물질 발생 없이 최대 50일 이내 자연 분해 가능
온실가스 배출 저감 및 기후 위기 대응∙∙∙분쇄∙살균 과정으로 재원료화
대체 영역 확대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실현 계획

어스폼 정성일 대표(사진=어스폼)
어스폼 정성일 대표(사진=어스폼)

[스타트업투데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세, 탄소국경세,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등 다양한 법이 제정되고 관련 세율이 상승하고 있다. 이에 스티로폼과 같이 기존에 시장에서 사용되던 포장∙완충재의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다. 

심각한 환경 오염과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석유 기반 소재들은 이제 이전처럼 저렴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친환경 대체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어스폼은 버섯 균사체(Mycelium)와 농어업 부산물을 주재료로 활용해 친환경 포장∙완충재를 개발했다. 환경 문제를 유발하는 처치 곤란 상태의 농어업 폐기물에 버섯 균사체를 배합해 지속 가능한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정성일 대표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치 곤란 농어업 폐기물에 버섯 균사체 배합∙∙∙자원 선순환 시스템 구축 

친환경 포장∙완충재 ‘어스폼’(사진=어스폼)
친환경 포장∙완충재 ‘어스폼’(사진=어스폼)

정성일 대표는 지난 8년간 다양한 스타트업, 예술가, 건축가 등이 기술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실제로 구현∙제작해주는 커스텀 제작소와 임가공 공장을 공동대표로서 운영해왔다. 

정성일 대표는 “인권∙사회∙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작지만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해왔다”며 “하지만 소재와 분야를 가리지 않는 제작소의 다양한 제작 활동을 하면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소비하고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삶의 가치관과 일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어스폼을 창업했다. 사명은 ‘지구’를 뜻하는 ‘어스’(Earth)와 ‘방식∙형태’를 뜻하는 ‘폼’(Form)의 합성어다. 친숙한 단어를 조합해 ‘지구를 위한 자세’, ‘스티로폼을 대신할 친환경 폼’ 등의 다양한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자원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사진=어스폼 홈페이지 갈무리)
자원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사진=어스폼 홈페이지 갈무리)

어스폼은 개발한 친환경 포장∙완충재 ‘어스폼’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어스폼은 통상적인 토양 상태에서 50일 이내, 해수에서 150일 이내에 생분해된다. 자연 분해 시 유해물질은 발생하지 않는다. 매립∙소각 등 일반 폐기 시에도 다른 소재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적다. 수거 후에는 간단한 파쇄와 살균 과정만으로 다시 원재료화∙재활용이 가능하다. 

정 대표는 “어스폼은 버섯 균사체와 폐기하기 위해 비용∙에너지가 소비하는 원료들을 재료로 이용해 자원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벼, 왕겨, 고사목 톱밥, 굴 껍데기, 감자 껍질, 맥주 찌꺼기, 커피 찌꺼기, 과일 껍질, 해조류 부산물 등을 복잡한 처리 과정 없이 간단하게 원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녹차 추출물 기반 화장품의 친환경 패키지를 화장품 생산 공정의 부산물인 녹차 잎이나 녹차 줄기를 주재료로 생산 가능하다”며 “지역 사회에서 수급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운송과 관련된 에너지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ESG 파트너 될 것” 

어스폼을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사진=어스폼)
어스폼을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사진=어스폼)

어스폼은 올해 초부터 외부 활동을 시작한 초기 스타트업이다. 회사 설립 이전 1년은 시제품 제작에, 설립 이후 1년은 연구∙개발에만 몰두하며 실효성 있는 버섯 균사체 기반 친환경 소재를 완성했다. 현재 버섯 균사체를 이용한 생분해성 친환경 포장재의 제조 방법 및 이에 의해 제조된 생분해성 친환경 포장재 등에 핵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정 대표는 “국내 선행 사례가 없는 아이템이다 보니 시장 개척 및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며 “심도 깊은 연구와 많은 종류의 시제품 제작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구체화하고, 각 분야 최고 수준 전문가들에게 다방면으로 자문을 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기업 ‘파타고니아’(Patagonia)를 롤모델로 삼고, 이들이 환경을 바라보는 진정성 있는 태도와 이를 비즈니스로 풀어나가는 방법 등을 배우고자 한다”며 “국내 기업 중에서는 불가사리 부산물로 친환경 제설제를 생산하는 ‘스타스테크’(Starstech)의 사업 분야∙모델 등을 참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스폼은 ▲KT&G 상상스타트업 캠프 7기 ▲경희대 캠퍼스타운 캠퍼 5기 우수기업 ▲중소벤처기업부 초기창업패키지 ▲DB손해보험 그린 위드(GREEN WITH) 유 ▲신용보증재단 스타트업 네스트(Start-up NEST) 13기 등 다양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선정돼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 오픈이노베이션에 선정돼 아모레퍼시픽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한 친환경 패키지에 대해 논의 중이다. 

 

KT&G 상상스타트업 캠프 7기 데모데이 전시에 참여한 모습(사진=어스폼)
KT&G 상상스타트업 캠프 7기 데모데이 전시에 참여한 모습(사진=어스폼)

정 대표는 “외부 활동 기간이 짧음에도 다양한 브랜드와 기업으로부터 협업 및 소재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이달 중 꽃꽂이용 스트로폼 대체품과 친환경 향수 패키지 양산이 시작되며, 하반기에는 자체 상품과 기업 콜라보레이션 프로모션 패키지가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어스폼은 최대한 많은 스티로폼 포장∙완충재를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어스폼 소재 자체에 대한 친환경 소재 소비문화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또 농어업 부산물과 기업의 폐기물 등 원재료의 무상 수급 확대를 통해 제품 단가를 낮추는 동시에 기업의 지속 가능성 증대에서 힘쓴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소비자가 어스폼 솔루션을 이용하면서 얼마만큼의 탄소 배출량을 절감했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어스 플랫폼’도 준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소재를 넘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고자 한다. 자생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 뒤, 오는 2024년 초여름 즈음 투자 유치를 통해 스케일업을 도모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환경 문제는 여러 가지 사회적∙경제적 문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어스폼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을 차츰 확대해 나아가면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ESG 파트너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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