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생산지 빈곤 농부 및 지역 여성 자립 지원
대나무 칫솔 제조 규격화∙자동화
“모든 칫솔 회사들이 대나무 칫솔 생산하도록 솔루션 제공하고파”
칫솔 외 다양한 플라스틱 대체 제품 개발 목표

닥터노아 박근우 대표(사진=닥터노아)
닥터노아 박근우 대표(사진=닥터노아)

[스타트업투데이] 탈플라스틱,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플라스틱은 영원히 썩지 않는 물질로 계속 지구에 쌓이고 있다. 작게 분해된 미세플라스틱은 사람이 먹는 식수, 소금, 물고기 등에서 지속해서 발견되면서 심각한 환경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플라스틱 제품 사용에 관한 각국 정부의 규제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플라스틱 제품 규제가 존재하며, 그 강도는 거세지고 있다. 산업 시장에서도 대체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닥터노아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플라스틱 대체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소셜벤처다. 현재 대나무 칫솔을 생산∙판매해 대나무 생산지 빈곤 농부와 지역 여성의 자립을 돕고 있다.

닥터노아 박근우 대표는 “지구에 이익이 되는 가치 있는 제품을 넘어 뛰어난 고객경험을 만드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며 “대나무 칫솔에서 시작해 다양한 지속가능한 제품을 개발해 플라스틱 산업을 혁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근우 대표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가가치 높은 ‘대나무’ 상품으로 사회 문제 기여

박근우 대표는 세계 빈곤 지역에서 국제 구호활동을 진행했다(사진=닥터노아)
박근우 대표는 세계 빈곤 지역에서 국제 구호활동을 진행했다(사진=닥터노아)

박 대표는 닥터노아 창업 전, 치과 대학을 졸업하고 2년 반 정도 치과 의사로 근무했다. 2008년부터는 남부 아시아와 중부 아프리카의 빈곤 지역에서 국제 구호활동을 했다. 그는 2015년 4월, 에티오피아 ‘훌라’라는 지역을 방문해 대나무 숲에서 살아가는 빈곤한 소수민족을 보게 됐다. 

박 대표는 “이때부터 대나무라는 자원에 관심을 갖고 대나무 생산지의 빈곤 문제를 다룬 여러 논문을 읽었다”며 “그러던 중 ‘프로스페리티 이니시에이티브’(Prosperity Initiative)에서 작성한 논문을 읽게 됐다”고 전했다. 

논문에 의하면 베트남 탕호아성 북서부 지역에는 베트남 최대 대나무 생산지가 있다. 이 지역의 월평균 가족 소득은 68달러(약 9만 원) 정도로 매우 빈곤하며, 이로 인해 지역 사람들이 여러 폭력적 상황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논문은 이 지역에 풍부하지만 잘 이용되지 않는 대나무를 소득자원으로 만든다면, 약 16만 3,000명의 사람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닥터노아 팀(사진=닥터노아)
닥터노아 팀(사진=닥터노아)

이에 박 대표는 부가가치가 높은 대나무 상품을 직접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대나무를 소득 자원으로 바꾸기 위해 고민했고, 직업 특성상 익숙하게 접했던 칫솔을 아이템으로 선정했다. 이후 2016년 닥터노아를 설립했다.

함께하고 있는 계요한 공동대표는 대학교 2학년 때 우간다에서 세라믹 정수기 소셜벤처 ‘스파우츠 오브 워터’(SPOUST of Water)를 창업한 경험이 있다. 우간다는 오염된 물로 질병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계 대표는 지역의 점토 등을 이용해 빈곤한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는 값싼 정수기 개발사업을 6년간 진행했다.

이경태 최고기술경영자(CTO)는 공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네팔의 전기가 없는 마을로 가 태양광, 소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기 만드는 사업을 했다. 박 대표는 “네팔의 산간 지역은 매우 춥다”며 “이 CTO는 전기를 통해 난방을 가능하게 해 지역 주민의 삶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특허 제조 공법으로 품질 좋은 대나무 칫솔 생산∙∙∙가격 경쟁력↑

닥터노아 대나무 칫솔(사진=닥터노아)
닥터노아 대나무 칫솔(사진=닥터노아)

닥터노아는 현재 대나무 칫솔을 주력 제품으로 개발∙생산하고 있다. 닥터노아 칫솔은 비료와 살충제 없이 자라 산림 경영 인증을 받은 대나무를 ‘핫프레싱 공법’(Hot Pressing Tech)으로 가공해 제작한다. 핫프레싱 공법이란 열과 압력으로 대나무 표면을 다듬는 특허 제조 공법이다. 대나무를 자르고, 깎고, 다듬는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한 번에 표면을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다. 곰팡이 억제를 위해 자연 유래 오일로 이중 코팅 마감했으며 다양한 사이즈로 제작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높였다. 굿디자인 어워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 등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닥터노아는 칫솔 외에도 합성화학 성분과 플라스틱 튜브를 사용하지 않은 천연 치약, 생분해 가능한 실크 치실과 같은 친환경 구강 용품도 만들고 있다. 모든 제품에 불필요한 포장은 최소화했으며 100% 재생 펄프지를 사용했다.

박 대표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고 품질 좋은 대나무 칫솔을 만들고 있다”며 “닥터노아의 가장 큰 경쟁력은 친환경 소재 개발에 최적화된 경험을 가진 ‘높은 인재 밀도’를 구축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뛰어난 인재 밀도를 바탕으로 수작업 중심의 목공 작업이었던 대나무 칫솔 제조를 규격화하고 자동화했다”며 “전 세계 대나무 칫솔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회사(Hidden Champion)가 됐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닥터나우 고체치약(사진=닥터노아)
닥터노아 고체치약(사진=닥터노아)

약 4만 8,035kg의 플라스틱 대체

닥터노아는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KOICA CTS) 사업에 참여해 3억 원을,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에 참여해 7억 원을 지원받았다. 그는 여러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기술 연구∙개발(R&D)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대나무 칫솔을 개발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인들은 ‘플라스틱 칫솔 산업은 규모가 매우 크고 발달돼 있기 때문에 어렵다’는 부정적 반응이었다”며 “모든 것이 쉽지 않았지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닥터노아는 매년 3~4배의 매출 성장을 달성하고 현재까지 약 62억 5,000만 원의 투자금과 30억 원 이상의 지원 자금을 확보했다. 2019년 3월 미국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Primer Sazze Partners)로부터 첫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2020년 3월에 프리 시리즈 A, 2021년 8월에 시리즈 A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닥터나우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닥터노아 홈페이지 갈무리

닥터노아의 주된 이용자는 지속가능한 환경,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걱정하는 20~40대 여성이다. 대나무 칫솔 판매량은 2020년 3만 개에서 2021년에는 75만 개를 기록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한 누적 판매량은 190만 개 이상이다. 닥터노아는 이를 통해 현재까지 약 4만 8,035kg의 플라스틱을 대체하고, 세계 환경 보호 단체를 통해 약 3억 5,900만 원의 자금을 기부했다.

닥터노아는 2025년까지 전 세계 모든 플라스틱 칫솔 회사들이 대나무로 칫솔을 만들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셜 임팩트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박 대표는 “단순히 세상에서 대나무 칫솔을 가장 잘 파는 회사가 되고 싶지는 않다”며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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