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 신세계센트럴시티 등 시그나이트파트너스에 투자
시그나이트파트너스, 신세계그룹의 CVC∙∙∙라이프스타일 혁신하는 스타트업 발굴
신세계그룹, “향후 5년간 약 20조 원 대규모 투자 이어갈 것”
동원, GS, 영원무역, 넥센타이어 등 CVC 투자 활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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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대기업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설립이 가능해진 가운데 신세계그룹이 CVC를 통한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 악화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의 이 같은 행보에 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시그나이트파트너스에 5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신규 펀드조성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가 목적이다. 이보다 앞선 13일에는 (주)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역시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각각 30억 원, 20억 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한 총 투자액은 100억 원 규모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Signite Partners)는 신세계그룹이 2020년 출범시킨 CVC로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하고 있다. 창업, 스타트업 투자, 산업 경력 등 다양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가 모여 한국은 물론 해외 시장까지 패션, 뷰티부터 디자인, 재무∙회계까지 탄탄한 역량을 갖춘 창업자의 성공을 돕는다는 평가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문성욱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와튼스쿨 MBA과정을 거쳤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업기획본부장 부사장, 이마트 해외사업총괄 부사장, 신세계 I&C 전략사업본부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남편으로도 알려졌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그동안 문 CEO를 필두로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헬스케어 기업 휴이노 등 30여 곳에 투자해 왔다. 최근에는 푸드테크 기업 쿠캣에 40억 원 투자 후 6개월 만에 지분을 매각하며 12%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쿠캣은 GS리테일에 인수됐다. 

앞으로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리테일테크, 푸드테크, 그린리테일, 패션, 뷰티 등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 관계자는 “신규 펀드 조성 등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앞으로 5~6개 신규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사진=신세계그룹)
신세계백화점 본점(사진=신세계그룹)

 

신세계, 지속 성장 전략으로 스타트업에 투자

일각에서는 이번 신세계의 행보가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5월 향후 5년간 약 20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과 그룹의 지속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투자 4대 테마로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해 오프라인 유통 사업 확대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 ▲자산개발 ▲신규 사업을 발표했고 오프라인 사업 확대를 위해 1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ebay)와 국내 이커머스 기업 W컨셉(W Concept)을 인수했다. 물류 경쟁력 확대를 위해서는 물류센터를 확대하고 시스템 개발 등에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또 신사업 개발과 생산 설비 확대에도 역량을 집중해 이커머스 및 유통분야에 3조 원을 투자한다고 계획했다. 

이밖에도 헬스케어와 콘텐츠 사업 등 그룹의 지속 성장을 이끌 신규 사업 발굴에도 2조 원을 투자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5년이 신세계그룹의 성장 기반을 확고히 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디딤돌을 놓기 위한 매우 중대한 시기”라며 “새로운 경쟁 환경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로 그룹의 핵심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GS건설
사진=GS건설

 

국내 대기업의 CVC 설립 활발∙∙∙현황은?

한편 신세계그룹 외에도 국내 대기업의 CVC 설립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CVC(Corporate Venture Capital)는 비금융권 기업이 재무적∙전략적 목적으로 유망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금융회사다. 기존 벤처캐피탈(VC)은 투자를 통한 재무적 수익 창출에만 집중했다면, CVC는 투자를 통한 전략적 수익까지 함께 고려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국내외 기업형 벤처캐피탈의 현황과 규제 특징’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CVC 투자 규모는 790억 달러(약 102조 원)다. CVC가 참여한 투자 건수만해도 2,099건에 달한다. 

미국 구글(Google)은 2015년 알파벳(Alphabet) 산하의 지주회사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구글벤처스(GV)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특히 구글벤처스는 2009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슬랙(Slack), 블루보틀(Blue Bottle), 제트닷컴(Jet) 등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400여 개에 투자했으며 모기업의 주력분야인 모바일과 인터넷부터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헬스케어, 대체육류, 리테일 등까지 투자 범위를 확장시켰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2월 「공정거래법 시행령 전부개정안」(이하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대기업의 CVC 보유가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이후 지난 3월 동원그룹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가 100억 원을 투자해 동원기술투자를 설립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기술투자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GS그룹은 국내∙외로 CVC 설립에 한창이다. (주)GS는 2020년 미국에 GS비욘드(GS Beyond)와 GS퓨처스(GS Futures)를, 지난 1월 국내에 GS벤처스(GS Ventures)를 설립했다. 지난 5월에는 GS건설이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XPLOR INVESTMENT)까지 설립하며 GS그룹은 총 4개의 CVC를 보유하게 됐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 7월 850억 원 규모의 해외 CVC를 설립하며 ‘1호 스타트업 투자 펀드’에 시동을 걸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1월 넥센타이어의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자회사 넥스트 컨트리 벤처스(Next Century Ventures)도 국내 타이어 업계 최초로 미국 도심항공교통(UAM) 스타트업 ANRA 테크놀로지(ANRA Technologies)에 투자하며 미래 모빌리티 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신상철 수석연구위원은 “CVC는 기업의 장기 발전 전략과 첨단 기술 도입의 가교로써 역할한다”며 “CVC 도입 초기에 기업이 벤처투자 생태계 내 학습곡선을 가파르게 타기 위해서는 초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력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맹주희 연구원은 “국내의 CVC의 허용은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도록 하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받은 것”이라며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일부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 국내에서 CVC의 투자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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