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투자 부문, 두 차례 회계연도에서 62조 원 손실
소프트뱅크, 2분기 펀드에서 6,700억 원 순이익 기록 예측
“손 회장의 공격적 투자, 암의 IPO에 달려 있어”
가장 큰 규모 기술 데뷔 기대 목소리↑

사진=소프트뱅크 공식 페이스북
사진=소프트뱅크 공식 페이스북

[스타트업투데이] 지난 5분기 동안 손실을 이어온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oftBank Vision Fund)가 투자한 기술주의 주가 상승으로 소프트뱅크는 이번 회계연도에서 흑자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 투자 부문은 지난 두 차례의 회계연도에서 480억 달러(약 62조 원) 규모의 손해를 봤고 이를 메꾸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 왔다. 일각에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설립자 겸 회장이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블룸버그(Bloomberg)>의 6일(현지시각) 자 보도 따르면 현지 투자업계는 소프트뱅크가 올해 2분기 펀드에서 평균 730억 엔(약 6,70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소프트뱅크의 이 같은 성과는 스타트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인공지능(AI)이 핵심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투자업계의 설명이다. 

추후 손 회장의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는 영국 팹리스 기업 암(ARM)의 기업공개(IPO)에 달려있다는 주장도 있다. <블룸버그>는 암의 평균 기업가치를 600~700억 달러(약 78~91조 원)로 평가했으며 이르면 9월 상장해 100억 달러(약 13조 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암이 목표한 자금을 모을 경우 알리바바그룹홀딩스(Alibaba Group Holding)와 메타플랫폼(Meta Platforms)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기술 데뷔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프트뱅크, 사상 최대 실적 기대” 

사진=엔비디아
사진=엔비디아

이번 회계연도에서 소프트뱅크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현지 투자업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는 암을 400억 달러(약 44조 원)에 인수하려고 했지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를 비롯한 각국 규제당국의 저지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엔비디아의 기업가치가 1조 달러(약 1,300조 원)의 문턱을 넘어섰고 나스닥 100(Nasdaq 100)에서 올해 상반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투자가 산업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이와 함께 암 역시 데이터 센터와 자동차 부문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현지 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아스트리스 어드바이저리(Astris Advisory) 커크 부드리(Kirk Boodry) 애널리스트는 조만간 소프트뱅크가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실행에 옮길 것으로 전망했다. 부드리 애널리스트가 추정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공개 보유액은 지난 6월 기준 약 11억 달러(약 1조 4,340억 원)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도어대시(DoorDash)와 그랩홀딩스(Grab Holdings), 쿠팡(Coupang)은 이 기간에 각각 20%, 14%, 9%씩 상승했고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31년 만에 급등했다. 3년 만에 최고 실적을 올린 셈이다. 이런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남은 분기에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2021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성과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부드리 애널리스트는 “상장에 앞서 소프트뱅크는 AI 플레이로 투자자에게 암에 투자하는 방법을 제공했다”며 “일단 공개적인 전망치가 나오면 소프트뱅크가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놀랍지도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금융그룹 맥쿼리(Macquarie) 폴 골딩(Paul Golding) 애널리스트는 “현재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지표가 견고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은 소프트뱅크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양한 수익 시나리오와 적용된 피어 배수의 평균을 기반으로 암의 기업가치를 800억 달러(약 104조 원)로 책정했다. 

 

“소프트뱅크 흑자전환, 추후 지켜봐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소프트뱅크의 흑자전환은 추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드리 애널리스트 역시 소프트뱅크의 7월 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기술은 ‘완성’을 위해 가격이 책정된 것처럼 보인다”면서 “7월 수익이 일시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 숲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반등은 ‘강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데다 비전펀드는 암의 상승을 위해 지속해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갈리아노의 라틴노트(Galliano’s Latin Notes) 빅토리아 갈리아노(Victor Galliano) 애널리스트는 암의 가치평가가 ‘공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암 IPO의 잠재적 앵커 투자자로 등장하면서 소프트뱅크의 주가가 상승했지만, 암의 가치평가 측면에서는 여전히 그룹 간 격차가 크다”며 암의 가치평가가 400~500억 달러(약 52~62조 원) 정도로 보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loomberg Intelligence) 마빈 로(Marvin Lo) 애널리스트는 “소프트뱅크가 투자를 재개할 수도 있지만, 특히 암의 IPO 평가액이 300~700억 달러(약 39~91조) 범위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실행 위험성’은 여전히 높다”며 “암의 수익은 스마트폰 칩 재고 감소로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쿠팡, 추가 지분 매각할까? 

사진=쿠팡
사진=쿠팡

한편 국내 투자업계는 소프트뱅크가 쿠팡의 지분을 추가로 매각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소프트뱅크는 쿠팡 등 보유한 주식을 정리하며 공격적인 현금화에 나섰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21년 쿠팡 주식 5,700만 주, 이듬해 3월 5,000만 주에 이어 지난해 12월 3,500만 주를 추가로 매각했다. 이를 통해 소프트뱅크가 확보한 현금은 총 6억 4,650만 달러(약 8,423억 원)에 달한다. 

당시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제대로 된 투자를 했다면, 이 정도로 손실을 보진 않았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영향이 컸지만, 극복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고 온라인 점유율도 올라가면서 주가 역시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싼 가격의 주식을 너무 많이 샀다”고 덧붙였다. 

다만, 쿠팡의 지난해 2분기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시기인 데다 영업 적자도 많이 감소시킨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쿠팡이 본격적인 흑자 전환에 들어갔지만, 장기간 적자, 비전펀드의 수익 악화, 중장기적인 전 세계 기술주 투자심리 동결 등의 영향으로 시장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경쟁 중”이라며 “쿠팡 실적이 가시화됐어도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는 새로운 투자와 구체적인 성과를 이룰만한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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