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경보 앱, 내진설계 등 기술개발 활발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으로 지금까지 92명이 다쳤고, 여진 발생 우려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주일 연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나라는 과거 대표적인 재난재해인 지진의 안전지대로 인식되어 왔지만, 최근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진 발생 빈도는 1980년대 16차례, 1990년대 26차례, 2000년대 44차례 등으로 늘고 있다. 이처럼 늘어가고 있는 재난재해에 대한 사전 예측과 사후 피해 최소화를 위한 내진 설계 등 관련기술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4차 산업혁명 요소기술들이 활용되고 있다. 

 

MS, 해저 데이터센터 짓고 지진 예측

마이크로소프트(MS)는 바다 속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나틱(Natick)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인간의 손길 없이 해저에서 5년간 작동하도록 고안된 해저 캡슐 형태다. 이를 통해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은 물론 냉각 문제도 한 번에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로 클라우드 서비스가 전 세계 곳곳에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지진을 예측하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 인구 절반이 바다로부터 200km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됐는데, 사용자와 가까운 바다 속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빠르고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보다 빠른 지진경보 앱, 유레쿠루콜

일본에서 550만 명 이상이 내려 받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유레쿠루콜(ゆれくるコ-ル)’은 지진 발생에 따른 충격이 도착하기 전에 알람을 보낸다. 앱이 벌어주는 시간이 불과 수십 초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속수무책으로 느닷없이 지진에 노출되는 상황과 비교하면 생사를 가를 수도 있다.

유레쿠루콜의 원리는 간단하다. 일본 기상청이 진동을 감지하면 유레쿠루콜이 그 사실을 바로 알아채서 사용자들에게 전파한다. 기상청이 진동을 분석하고 알림 지역을 설정하는 데 시간을 쓰는 동안 유레쿠루콜은 진동감지 사실부터 먼저 알린다. 정확도가 높다는 평가로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유레쿠루콜은 이미 ‘국민 앱’ 대접을 받고 있다. 아이폰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에서 영어로 ‘yurekuru call’이라고 검색하면 된다. 

한국판 유레쿠루콜도 있다. 대구에 소재한 벤처기업 브렌트우드가 제작한 ‘쿠르릉(Kururung)’이다. 원리는 유레쿠루콜과 같다. 한국 기상청이 처음 진동을 감지할 때 쿠르릉도 이 사실을 알게 되고, 곧장 이용자들에게 알린다.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시간을 과감히 없애 1초라도 더 일찍 알림을 제공한다. 

미국에서는 본인의 스마트폰을 지진계처럼 활용할 수 있는 앱이 출시됐다. UC 버클리 연구팀이 개발한 무료 앱 마이셰이크(My Shake)는 사용자가 화면을 세웠는지 눕혔는지 스마트폰이 스스로 알도록 해주는 내장 가속도계를 이용한다. 이 가속도계로 지진동이 발생할 경우 그 움직임을 빨리 감지해 주변에 경고를 전파한다. 마이셰이크 다운로드는 UC 버클리 연구팀 홈페이지(myshake.berkeley.edu) 또는 안드로이드 앱 스토어를 통해 가능하다. 

 

재해재난 통합시스템 구축 중인 ‘복합재난대응융합연구단’

복합재난대응(CPS Cyber Physical System) 융합연구단(단장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이하 CPS 융합연구단)은 지진, 화재, 침수, 테러 등 초고층 건축물 등 대형 복합시설의 재해·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3년 내 구축·실용화할 목표로 2016년에 출범했다. 

CPS융합연구단은 재해·재난 위험요소를 사전에 예측하고, 사고 발생 시 필요한 정보를 수집·분석·통합해 신속한 대응과 복구가 이뤄지도록 제어하는 시스템 개발을 맡게 된다. 현재 국내에는 국가 주요 시설물 600여 곳에 지진가속도계를 포함한 계측기가 설치·운영되고 있지만 관련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운영주체가 없어 유사 시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참여 기관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 4개 출연연구소와 GS건설, 코암테크, 세명이엔씨, DBI, 티엔블루랩, 삼연기술 등 13개 기업 등 17개 기관이다.

예산은 3년간 약 27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이다. 주관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200여 명의 연구 주체가 모여 On-site 융합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쓰나미 악몽’ 인도네시아가 개발한 ‘홍수지도’

2004년 쓰나미로 수마트라 섬 연안에서 수십만 명이 숨진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몬순(장마) 때마다 홍수를 겪는다. 주민들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로 도로 침수 상황 등을 공유하는데, 효율적인 홍수 피해 경보시스템 개발에 골몰하던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점에 착안했다.
 

인도네시아 국립재난관리청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시민과 구조대원에게 위험을 자동으로 경고하는 시스템을 함께 구축했다. 시민들이 SNS에 올리는 정보와 상하수도, 운송, 에너지 같은 정부의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취합한 ‘홍수지도(Petabencana)’다. 이 서비스는 2014년 12월 가동을 시작했고, 그동안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를 크게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 natick 프로젝트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natick 프로젝트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사후 피해 최소화할 강력한 내진설계 기술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내진설계가 의무화되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는 붕괴방지 수준에 대한 중약진지역의 지진위험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내진성능의 목표를 ‘인명의 안전’을 지키는 수준에서 ‘건물의 붕괴방지’ 수준으로 변경됐다. 현재는 좀 더 발전된 건축구조기준에 따라 건축물이 설계되고 있다.

내진설계의 기본개념은 건물을 지진에너지에 저항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이때 지반의 진동에 의해 발생한 지진에너지가 건물의 기초에서부터 토대, 바닥, 기둥, 벽, 보 등의 경로를 거쳐 건물내부로까지 전해지게 되는데, 이러한 지진의 작용에 대해 힘을 어떻게 각 구조부재에 분담시키는가를 해석하는 것이 내진설계의 목표다.

내진설계는 지진의 크기와 발생빈도와의 관계를 확률적으로 분석해 건축물을 설계한다. 즉, 자주 일어나는 지진, 가끔 일어나는 지진, 아주 가끔 일어날 수 있는 지진에 대해서 합리적인 원칙에 의해 설계를 수행하게 된다. 자주 일어나는 지진에 대해서는 피해가 없도록 설계하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최대 지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피해는 감수하되 건물이 붕괴되는 일은 없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건축물 내진설계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희림)가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업계에서는 평한다. 희림은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해외 프로젝트를 통해 지진에 대한 각국의 복잡한 지진설계기준과 지진설계기법을 경험했고, 특히 강진지역인 아제르바이잔, 이란에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경험으로 내진설계 기술력을 세계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희림은 건축물의 규모와 형상, 용도에 따라 최적화된 내진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희림이 설계와 CM을 수행한 아제르바이잔 올림픽스타디움은 내진구조가 적용됐고,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의 랜드마크인 수자원공사사옥은 내진구조를 비롯해 상부에 지진응력을 저감하는 댐퍼(완충시설)를 적용한 제진구조를 적용해 규모 7.5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건축물로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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