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YOONSEUNG

 

싱그러운 5월의 봄날, 가방하나 둘러메고 휙 어디론가 나들이 가고픈 마음이다. 봄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맘을 위해 전문 아트프로젝트 기업 (주)윤승이 지상(紙上)전시를 펼친다. 지면의 면면은 구름비행기가 떠다니는 하늘이 되고, 만발한 꽃이 융단처럼 펼쳐진 꽃밭이 되고, 새움이 터지는 봄 들판이 되고, 때론 봄의 향을 가득 머금은 도자기가 된다. 봄빛을 담아 펼쳐내는 지상전시회로 들어가 보자. 사뿐 사뿐 봄 꽃잎을 밟으며.

 

이희용
시간까지 담아내다

이희용 정물 91x182cm 2016 

 

은회색 바탕에 놓여있는 도자기는 탐나게 아름답다. 처음 작가 이희용의 작업을 접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그의 작업이 흑백 사진으로 착각한다. 이게 연필로 그려진 작업이라 하면 더 더욱 놀라움이 탄성을 연발하며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뛰어난 묘사력을 바탕하고 있다. 사진임을 믿어 의심치 않을 만큼 정교하게 재현된 화면의 도자기의 표면에는 시간의 때와 미세한 실금까지 세세히 표현되어 있다. 그의 이러한 집착과 고도의 노동이 이루어 낸 결과로 이루어진 화면은 도자기가 품고 있는 시간까지 담아내고 있다. 특히나 도자기를 감싸고 있는 짙은 어둠은 연필만이 갖는 특유의 느낌으로, 단순한 검정색이 아닌 빛나는 어둠의 표면을 만들어 내며 더욱더 김은 공간을 선사한다.

 

이병호
삶의 허무함과 무상을 나타내는 조각

이병호 Childhood 36x18x19cm 2007

 

하얀 대리석으로 조각된 듯한 소년의 얼굴이 점점 해골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실로 끔찍한 모습으로 변해감에 너무나 충격적이다. 이러한 놀라움도 잠시뿐, 곧 소년의 얼굴은 본래 앳된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렇게 되돌아왔다가 다시 해골의 모습으로 변환되기를 반복하는 이 모습에서 우리는 생명의 유한성을 재확인하게 된다. 삶의 허무함과 무상을 뜻하는 라틴어 바니타스(vanitas) 이 단어 자체가 작가 이병호의 작업을 압축하는 표현일 것이다. 움직이는 조각 자체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처럼 철학을 담아내는 의미있는 움직임을 작업에서 보여주고 있기에 그의 작업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명호
재연과 재현을 묻고 답하는 나무와 캔버스의 대화를 기록하는 행위

이명호 Tree…#4 78x100cm 2013

 

근자에 사진이라는 매체를 가지고 이처럼 핫한 작가가 또 있을까? 영국 패션디자이너 마리카트란주가 그의 작업이미지를 도용하고, 에어프랑스의 VIP 1만6,000명에게 보낼 기프트세트를 위해 그에게 로열티를 지불하는 등 작가 이명호는 항상 이슈와 함께하고 있다. 뉴욕 요시밀로의 전속작가로서 국제적 활동의 기반까지 갖춘 그는 ‘사진행위 프로젝트’ 라는 개념을 통해 ‘재연’과 ‘재현’의 문제를 끊임없이 묻고 답하고 있다. 들판에 위치한 나무에 대형 캔버스를 배경으로 설치하여 대상을 재현해 내는 그의 작업은 회화적 맥락에서 대상을 다시 드러나게 하는 재현이자 이러한 회화적 과정을 다시 반복하는 재연적 행위이다. 이러한 철학적 개념을 차치하더라도 그의 작업이 품고 있는 회화성 짙은 그의 작업은 많은 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특히나 나무라는 대상이 가진 아름다움에 집중시키는 그의 행위적 결과가 고스란히 사진으로 기록되어 있기에, 이를 유추해 보는 재미까지 그의 작업은 여러모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요소가 많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아름답고 철학적인 무엇이 있다면 이것이 명작이지 않겠는가?

 

김태균
BLUE, 압도적인 아름다움

김태균 If you go away 145x96cm 2015

 

파아란 하늘을 옮겨놓은 듯 하늘에 떠가는 구름까지 담긴 하늘이 프레임 안에 담겨있다. 또 하나의 프레임에는 바다를 담아온 듯 일렁이는 파도와 함께 푸른 바다가 담겨있다. 푸른색으로만 가득 채워진 작가 김태균의 작업은 그림 같기도 하고, 사진 같기도 해서 구분하기가 어렵다. 사진 작업인 그의 작업은 화창한 푸른 하늘과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담아내고 있어서일까? 그저 푸른색만이 화면을 점유하고 있는데 이 푸른 빛 하나만으로 우리의 시선을 홀리고 있다. 무언가를 인위적으로 애써 표현해내려 하지 않고, 덤덤히 담아낸 작업 앞에 서면 다양한 상상을 투영시키면서 파란색과 연결된 무한 상상의 세계로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푸른 바다에 미쳐 계속해서 바다만 찍어오다가 카메라의 렌즈가 향한 방향은 하늘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또 푸른빛이었다. 벽면에 담긴 파아란 하늘과 푸른 바다 앞에서 내가 꿈꿀 수 있는 모든 파란 빛깔의 이야기가 엮어지며 침잠하게 된다. 파란색 하나만으로 그가 만들어 내는 이 압도적인 아름다움은 무언가를 색색으로 표현해내려 하는 재현의 노력자체를 의심하게 할 만큼 완벽하다.

 

김은주
무한반복 그어진 선으로 만개한 꽃

김은주 가만히 꽃을 그려보다 105x127cm 2008

 

연필이라는 재료는 너무나 흔한 물품으로서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항시 애용하는 필기구이다. 그래서일까? 이 단순한 재료가 갖고 있는 쓰임의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일반적인 쓰임의 방법 외에 별달리 시도하지 않는다. 작업을 업으로 삼는 작가들조차 긋고 문지르고 비비고 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작가 김은주는 이 정도가 틀리다. 무안히 그어내고 또 긋는다. 국화잎 요철 하나하나를 따내고 무수히 그 꽃잎 모양을 따라 연필로 그어냄으로써 그 꼿잎 모양 그대로의 요철을 갖게 된다. 이렇게 올록볼록하게 만들어진 화면의 요철은 드러난 이미지에 생생한 입체감을 선사하며 그녀 작업만의 아우라를 만들어 낸다. 특히나 무수히 그어진 선들은 그 획획 마다 그어진 행위가 고스란히 드러나며 화면에 요동치고 있는데, 겹겹이 쌓여진 이 흑연들이 만들어 내는 표면은 빛을 받아 반사시키며 은빛으로 빛난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화면에 그려진 꽃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며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인 묵(墨)빛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무한 ㅉ반복의 긋는 행위를 통해 그어진 선으로 만개한 꽃은 실제의 꽃 보다 더 아름답고 진한 생명력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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