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2018년)부터 공교육에서 코딩 교육 의무화되면서 사회적으로 코딩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 세계적인 공감대 형성과 코딩교육에 대한 사회 인식 제고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코딩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더는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교육으로서 코딩교육의 당위성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해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곧 다가올 코딩교육 의무화를 앞두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코딩교육은 소프트웨어 교육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2018년 코딩 교육의 내용에 초등학교에서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운다는 표면적인 사실만으로 코딩교육을 SW교육[프로그래밍 교육]으로만 보는 시각이 있다. 아마도 지금 부모 세대들이 컴퓨터를 처음 배웠던 시기에 컴퓨터학원에서 GW베이직, 코볼, 포트란 등과 같은 프로그래밍 교육을 배웠던 기억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재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코딩교육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하는 프로그래밍 코딩 교육과는 다른 교육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교육부의 코딩과정은 종전에 기본 철학이었던 창의성과 인성에 융합적 사고력과 역량을 더하고,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적 창의성, 바른 인성을 토대로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우고자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코딩교육은 문제해결 과정 속에서 생각하는 힘을 가진 인재양성의 도구로서 활용된다는 의미이다. 즉, 코딩교육의 본질은 아이들의 사고력 향상에 있다. 단순히 프로그래밍 능력을 키우는 코딩(소프트웨어 ) 기술을 향상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말이다. 
코딩교육을 제대로 바라보게 된다면 사교육의 유혹에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코딩교육과 관련해 학부모 연수를 다니다 보면 많은 부모가 코딩교육을 또 하나의 스펙으로 여기고 걱정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딩교육을 이렇게 바라보는 순간, 아이들에게 코딩교육은 시작도 하기 전에 부담스러운 과목, 재미없는 과목이 되고 만다. 자신이 생각한 것, 상상한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재미있는 코딩교육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점수를 따야 하는 지겨운 공부가 하나 더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는 막 시작하는 단계의 코딩교육이 영어교육과 같은 전철을 밟도록 해서는 안 된다. 영어교육의 본질은 의사소통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본질은 사라지고, 높은 점수를 받거나 자격증을 취득하여 그저 하나의 스펙으로 취급되고 있다. 사교육이 내세우는 고득점 전략 앞에 힘없이 무너진 영어교육처럼 코딩교육 역시 프로그래밍 자격증 획득과 같은 사교육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게 된다면 사고력 향상은 커녕 아이들이 돌아야 하는 학원을 하나 더 늘리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본질을 봐야 한다. 본질이 아닌 것에 흔들리고 본질이 있어야 할 자리를 내주어서는 안 된다.
 
코딩의 영재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다.
코딩교육이 의무화된다는 것은 ‘보통’ 교육으로서 코딩교육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다만, 의무화 이전에 현재까지 이루어진 코딩교육의 대부분이 정보영재들을 대상으로 하는 SW교육이다 보니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개정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코딩교육의 내용을 살펴보면 초등학교에서는 코딩기초소양교육으로서 놀이 중심의 활동과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그래밍 체험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진다. 중학교 역시 정보 교과를 통해 이루어지는 코딩교육은 소프트웨어의 제작 원리를 이해하고 추상화, 알고리즘과 같은 컴퓨팅 사고력을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었다. 고등학교도 진로와 연계한 심화교육으로서 코딩교육이라 하나 이 역시 영재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초중고 2015년 교육 과정 개편내용(자료:미래부)
 
그 동안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 낯선 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보통의 아이들이 할 수 없는 어려운 교육이 아니다. 아니, 그 동안 정보영재교육에서 어려운 수준의 내용을 힘들게 다루었다면 우리는 그보다는 쉽지만 의미 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가르치면 된다. 꼭 어려운 것을 가르쳐야 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그 속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면, 본인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에 가까운 교육이다.
 
그런데도 일부 연구학교나 선도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코딩교육의 내용 중에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소화하기에는 다소 어렵지 않을까 생각되는 사례가 종종 보인다. 특히, 코딩교육이 처음인 아이들이 과연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일부는 연구학교나 선도학교이다 보니 공개수업을 하거나 보여주는 수업을 해야 하는 사정상 아이들의 수준과는 동떨어진 수업이 이루어진다. 코딩교육에 이제 막 발붙인 아이들에게 ‘인공지능’이니 ‘3D를 넘어 4D’니 뭐니 하는 식으로 수박 겉핥기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코딩교육은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이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좇는 교육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려해 보이고 어려워 보임으로써 뭔가 있어 보이는 그들의 수업 속에는 실상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가르치는 교사가 무엇을 전공했는지에 따라, 혹은 어떤 도구를 다룰 줄 아는 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교사 개인 역량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 전공 내용이나 도구가 초등학교 아이들이 다루기에 적절하지 않은 수준이라면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용을 재구성하거나 방법을 바꾸는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열심히 가르치는 교수 활동만 존재할 뿐 배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수업이다.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 학생 스스로 만들어가는 수업, 학생이 재미있고 즐거운 수업, 학생에게 의미 있는 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이 좇아갈 수도 없는 어려운 내용이어서는 안 된다. 조금만 생각하고 노력하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내용, 혼자가 어려우면 친구의 도움 또는 선생님의 작은 힌트가 실마리가 되어 풀어갈 수 있는 수업. 그 속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배움의 희열이 있는 수업. 이것이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코딩수업의 모습이자 구성주의에서 말하는 교육의 본질이다.
이런 코딩수업의 본질적인 부분은 교육의 방식과 형식도 다른 형태가 필요함을 이야기하게 된다. 선생님의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인 티칭(Teaching)에서 아이들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을 중시하는 코칭(Coaching)으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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