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부터 생산·판매까지 책임지는 참여형 플랫폼

진창수 샤플 대표와 나건 교수가 디자인한 샤플 Dr.Nah 캐리어 & 백팩
진창수 샤플 대표와 나건 교수가 디자인한 샤플 Dr.Nah 캐리어 & 백팩

 

지난 7월 18일경, 언론에는 와디즈에서 진행하고 있는 샤플 Dr.Nah 백팩 & 캐리어 펀딩이 역대 최고 펀딩액을 경신했다는 보도가 연이어 올라왔다. 이 제품을 생산 판매한 샤플은 순식간에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시장에 비해 다소 늦은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 규모는 약 8,000억 원 수준(2016년 기준)으로 조만간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속에서 샤플은 중간 유통과정이 없는 D2C를 지향하며 디자인의 제품화와 판매를 돕는 소비자 참여형 플랫폼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Q. 샤플은 어떤 회사입니까?
샤플(SHAPL)은 디자이너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플랫폼으로, 소비자에게 가치를 인정받은 디자인을 제품화해 생산에서 판매까지 돕는 소비자 참여형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간 유통과정이 없는 D2C(Designer to Customer) 개념이 핵심입니다. 또한 샤플은 전 세계 4,200만 명의 디자이너들이 SHAPL.com에 자신의 디자인을 언제든지 업로드해 생산·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2013년 1인 창업으로 시작했는데, 당시 스마트 샤워용기를 킥스타터(Kick Starter)에서 5만 5,000달러의 펀딩을 받아 45개국에 판매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와디즈(Wadiz)에서 여행캐리어 제품으로 30,332% 펀딩을 달성했습니다. 최근에는 KTB네트워크로부터 시드단계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스타트업4’와의 인연은 2017년 1월 스타트업4가 주관하는 ‘투자융합포럼’에 참가해 사업소개를 하고 많은 조언을 들은 바 있습니다.
 

샤플의 사업 전개도
샤플의 사업 전개도

 

소비자 참여형 플랫폼
Q. 샤플의 참여형 플랫폼 모델을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샤플 사이트에 올린 디자인은 30일 동안 소비자의 평가를 받게 됩니다. 평가 기간 동안 소비자의 ‘좋아요’ 클릭수가 최소 500개 이상 되어야 생산 심사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500~1만 개 사이의 ‘좋아요’를 받은 디자인은 먼저 일정량의 제품을 출시해 시장의 반응을 살핀 후 협의를 통해 생산이 이뤄지며, 1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은 디자인은 바로 제품 생산에 들어갑니다. 샤플은 디자이너에게 제품 판매 당 저작료를 최대 10%까지 제공하고 있어 디자이너에게 안정적인 수익은 물론 자본금 없이도 자신의 꿈을 이룰 기회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이미지를 업로드 하는 것만으로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으며, 판매된 수량 만큼의 저작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디자인 저작권은 디자이너에게 있고, 생산과 판매 독점권을 샤플이 가집니다.
플랫폼에 모인 아이디어를 현실화, 상품화한다는 점에서는 자주 비교되는 미국의 퀄키닷컴(www.quirky.com)과 유사하지만, 자격조건 없이 모든 대중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받았던 퀄키와 달리, 샤플은 제품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만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Q. 제품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관리일 것인데 샤플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습니까?
샤플과 계약을 맺은 생산 공장은 국제 인증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곳으로 책임자가 상주해 지속적인 품질체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샤플 자체적인 사후관리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저희는 수리가 아닌 제품 교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무지나 애플처럼 말이죠. 소비자가 제품을 수령하고 1년 안에 결함이 발생하면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고 있으며, 제품이 파손돼 수리가 필요하면 30% 할인된 가격으로 새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Q. 샤플의 2017년 성과가 궁금합니다.
뭐니 뭐니해도 2017년의 가장 큰 성과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와디즈에서의 펀딩 성공과 투자유치일 것입니다. 와디즈에서 지난 6~7월에 진행했던 펀딩의 목표액이 500만 원이었는데, 최종 15억 원 정도가 모여 목표액의 30,332%를 달성했습니다.

샤플의 서비스는 제품 디자이너와 소비자들의 참여로 이뤄지는데. ‘그들에게 어떻게 우리의 서비스를 알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샤플의 서비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멋진 디자인 제품을 좋은 품질로 만들어 놀랍도록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제일 잘 하는 것으로 우리의 서비스를 알리자는 생각을 했고, 샤플 Dr.Nah 백팩 & 캐리어를 와디즈에서 펀딩하게 됐습니다.

샤플 Dr.Nah 백팩 & 캐리어는 독일 레드닷 디자인어워드, DFA(Design For Asia)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나건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가 디자인한 제품입니다. 본인이 자주 해외 출장을 다니며 가졌던 바람을 샤플 캐리어에 담았죠. 아주 기본적이고 단순한 캐리어입니다. 무엇인가를 더해서 만든 게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것을 모두 뺀 디자인이죠. 또한 내구성이 좋도록 소재와 바퀴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서 사용하는 트래킹 기능이 더해졌습니다.

최근에는 KTB네트워크로부터 시드 단계 투자로 20억 원을 유치했습니다. 와디즈 펀딩이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은 사례라고 한다면, 이번 KTB네트워크로부터의 투자유치는 투자자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두 사례 모두 매우 의미 있는 결과로 여기고 있습니다. 샤플이 표방하는 D2C(Designer to Customer) 모델이 생산자, 소비자 모두의 만족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펀딩 고객들에게 “여러분은 단순히 백팩과 캐리어만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산, 판매 구조의 혁신에 동참해 주셨습니다”라고 하며 감사의 인사를 드린답니다.
 
 

Q. 이같은 성과의 배경은 무엇입니까?
이번 와디즈 펀딩에서 많은 분들께서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 해주시고 가격에 놀라워하시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의 제품을 좋은 품질로 만들어 놀라운 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사실 가격으로만 보면 인터넷에 찾아보면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디자인의 경우도 주관적 취향이니 절대적일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럼 샤플이 이토록 많은 소비자들이 두 달 이상을 기다리면서까지 구매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샤플의 소통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잘 아는 그 소통 능력이 지금의 성공적인 펀딩을 이끌어낸 가장 주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특히, 샤플 Dr.Nah 홍보 영상은 직접 제작한 것인데, 많은 분들이 영상을 통해 샤플 제품에 호감과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프라인 상에서 ‘제품 리뷰데이’를 진행해 소비자가 직접 그 품질을 확인하는 영상을 많은 사람들이 나누게 함으로써 제품의 신뢰도를 높인 것 또한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즉, 플랫폼 서비스를 하는 제조회사로서 좋은 제품을 잘 표현할 줄 아는 것이 샤플의 힘인 것입니다.

 

소비자와 함께 유통 구조 혁신할 것
Q. 샤플의 제품 또는 서비스의 사업성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와디즈 펀딩 이전에는 접촉했던 투자자들이 샤플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던 것은 맞습니다. 일단 현재 유행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었고, 기관 투자자들도 돈을 맡긴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한창 트렌디한 분야의 서비스만을 바라봅니다. 퀄키도 파산하고 유사 서비스 중 잘되는 곳이 없다 보니 외면을 받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직접 성과를 보여주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조사인 동시에 플랫폼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양질의 마케팅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입증해 보이고자 했습니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의 노트 속에는 아직 현실화되지 못한 수만 가지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습니다. 우린 그걸 잘 만들어 싸게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 자그마한 결실이 와디즈 펀딩을 통해 맺어졌던 것이죠. 향후 킥스타터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전 세계에 샤플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Q. 2018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와디즈 펀딩과 뒤이은 투자유치를 계기로, 2017년 안에 디자이너 나건 교수의 ‘샤플 Dr.Nah 캐리어 & 백팩 2’를 비롯해 10개 이상의 디자이너 상품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한 샤플이 생산한 제품의 마케팅을 위해 ‘킥스타터’에 제품을 론칭해 서비스의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샤플은 디자이너 전략으로 신예 디자이너와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투(Two)트랙 전략을 취할 것입니다. 나권 디자이너와 같은 셀럽은 물론, 전 세계 디자인 학교 졸업생들에게 플랫폼을 알리기 위해 홍보 활동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디자인 자체가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에 지역적인 한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샤플이 충분히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한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샤플 제품의 구매자들은 단순히 그 제품이 아닌 새로운 유통 구조의 혁신을 구매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중개 유통 중심의 커머스가 메이저였다면, 앞으로는 샤플과 같은 플랫폼이 전자 상거래의 메이저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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