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환경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해결의 출발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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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2020년은 코로나19와 함께 부동산 폭등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는 우리 생활에 직격탄을 퍼부었지만, 국제적 비교를 보면 아주 잘 대응한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은 정부 출범 후 두 달에 한 번꼴로 각종 대책을 쏟아내며 노력해 왔지만, 결과를 보면 누구라도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는 실패의 원인 중에서 “정책과 대책의 대결”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흔히 회자되는 말로 “위에서 정책을 세우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보면 이 말이 너무나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20여 차례 이상 정책이 이렇게 효과가 없는 것을 보면 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주택시장 환경과 정책 상황 세 가지

최근 주택시장의 환경과 정책 상황을 살펴보면 첫째,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한 임대사업자 촉진 등 주택구입 장려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장기간의 주택가격 침체 및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확대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부동산에 대한 투자성 수요가 급속히 커졌다. 산불로 비유하면 가뭄으로 나무가 바짝 마른 날씨에 인화성 물질이 너무 많아졌다고 하겠다.

둘째, 주택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데, 정부는 공급 확대보다는 수요 억제를 위주로 했다. 그나마도 코로나로 초래된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를 손대지 못하는 등 과감한 금융과 조세 수단을 활용하지 못하고 다주택자 규제와 조정지역 확대 등 미세 조정대책을 반복하는 미지근한 정책을 지속했다. 특히, 학군과 교통이 완비된 곳에 새 아파트 공급을 차단하고 과거보다 효과가 떨어진 신도시 공급을 추진하는 등 시장의 수요와 다른 정책을 고집했다. 산불이 나서 나름 열심히 물을 퍼부었지만, 발원지를 효과적으로 진압하지 못해 결국은 온 산을 태워 먹은 격이다.

셋째로는 부동산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와 업계에 정부 정책의 신뢰성과 권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수세적으로 정책을 거듭했다.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 모든 전문가와 언론들은 경쟁적으로 정책의 허점과 미비점을 찾아서 비판하고 규제를 회피하도록 조장하기도 했다. 불난 데 부채질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고나 할까.

 

주택가격 안정을 진심으로 바라는 자 누구인가?

이러한 상황은 마치 한쪽 발을 못 쓰는 사자가 하이에나 떼에 둘러싸여 악전고투하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주택시장에 있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은 거의 다 주택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택 건설업자, 부동산 건설업자, 아파트 소유자, 주택 중개업자, 부동산 관련 언론, 부동산 전문가 등등 부동산이 올라야 득을 보는 사람들이 정책 당국의 주변에 포진하여 대결하는 양상이다.

주식시장에서 내년에 주식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나 업계 관계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주택시장 관계자들도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활황을 부추기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주식시장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투자 제한조치라도 있지만, 주택시장에는 그런 규제가 없으니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도 주택가격의 안정을 진심으로 바라는 전문가는 드물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대책을 하나 발표하면 밤새도록 연구해서 바로 다음날 정책의 미비점이나 사각지대를 찾아 보도하고, 규제에서 빠진 지역으로 투자를 유도해서 풍선효과를 일으키는 형국이다. 정부가 분명히 전문가들 의견도 듣고 정책을 만들었을 터인데 정책에서 빠진 것들을 어찌 그리도 잘 찾아내는지 감탄할 지경이다. 언론이 정부 비판의 기능을 해야 하지만, 마용성, 노도강, 수용성, 영끌, 패닉바잉, 똘똘한 한 채 등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업계와 장단을 맞추어 정책 불신과 불안감을 은근히 부추기는 것처럼 보인다. 구청장 등 지자체장도 주민들의 아파트값이 올라가는 것이 내려가는 것보다 훨씬 낫기에 정부 정책에 비협조적이거나, 심지어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도 있다.

 

정책 환경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해결의 출발점

정부정책이 실패해야 이익을 보는 그룹이 많아지니 현장에서 입소문이 어떻게 날 것인지 불문가지이다. 영끌해서 집을 산 사람들, 나름대로 투자한 업계 전문가, 중개업자, 임대사업자, 재테크하고 있는 언론인과 주부들까지 대부분의 주택 소유자가 정책 불신 속에서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여론 주도층이 정부와 정책을 냉소하거나 저항하는 상황에서 정책이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부동산중개업 자격자가 많아지면서 시장에서 부정적 영향이 커진 것이 두드러져 보인다. 주택은 생필품처럼 늘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가장 안전한 재테크 수단으로서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서 수요를 확실히 측정할 수가 없다. (이런 면에서 꾸준히 공급을 지속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다.) 그래서 언제라도 투기적 가수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데, 이것을 현장에서 가장 예민하게 주시하고 또 바닥 여론을 조성, 확산시키는 사람들이 이들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부동산 재테크 교육을 받는 수강생들과 함께 갭 투자를 선도했듯이, 중개업자들도 언제라도 본인과 고객들의 재산과 융자를 동원하여 자신의 투자 이익을 높이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오르다 보니 서울의 경우 한 달에 한두 건만 중개해도 웬만한 월급쟁이 보다 나은 수입을 올리고, 가장 좋은 물건은 본인이 투자할 수 있으니 아파트 단지에 부동산 가게만 늘어서 있는 형국이다. 부동산 공급 부족과 유동성으로 촉발된 부동산 광풍을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되지만, 정부가 정책을 둘러싼 환경을 정확히 인식하지 않고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정부 정책은 발표 그 자체로 정부의 의지 표출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고 움직여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마치 사자가 포효함으로 하이에나 떼를 물리치는 것처럼 정부의 권위와 정책 역량으로써 시장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선도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런 점에서 시장을 제압하는 리더십과 전문성,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책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부디 정부가 그간의 정책 실패 원인들을 잘 성찰해서, 특히 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작금의 환경을 냉철히 고려하여 창의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통해 서민과 무주택자들의 고통을 확실히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전문가와 언론도 재테크를 조장하기보다는 사회 분위기를 잘 선도하여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기대해 본다.

 


김규옥 한국M&A협회장
김규옥 한국M&A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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