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센터 내 무인접수기 도입으로 상담사 일 줄어
상담사, 전문 기술·지식 요하는 엔지니어직 전향 외 다른 선택지 없는 상황
사측은 “디지털화·비대면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 입장
[스타트업투데이]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수년간 상담사로 일해왔던 A씨는 새해 벽두부터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바로 센터 내 상담사가 없어진다는 것. A씨는 “20대에 입사해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지금까지 상담사로 일해왔는데, 상담사 자체가 없어진다니 막막하고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무인주문기 도입으로 상담사 업무 줄어
삼성전자서비스(대표 심원환)는 삼성전자 자회사로, 삼성전자 전자제품의 고장 수리 등 애프터서비스(AS)를 맡고 있다. 전국에서 180여 개가 운영되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는 상담사들이 센터 방문 고객들을 안내하고, 제품을 확인한 뒤 고장 수리를 접수하는 일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2016년부터 시작된 무인접수기(키오스크) 도입으로 기계가 상담사의 역할을 대신하게 됐고, 업무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논란이 점화되고 있는 부분은 센터에서 상담사들에게 유일하게 자리가 있는 엔지니어직으로 전향할 것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센터에서는 엔지니어 외 다른 자리는 없다고 밝혀 상담사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는 상황이다.
A씨는 “전문적 기술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 엔지니어로 전향하라는 건 그만두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무턱대고 나갈 수는 없다”며 “다른 대안 없이 무조건 엔지니어로 일해야 한다고 하니 답답한 마음”이라고 호소했다.
사측 “자연스러운 변화”
이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스타트업투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산업 전반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흐름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비스업 전반적으로 무인 키오스크가 도입되어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는 2016년 중순부터 무인접수기를 도입했는데, 영화관, 공항, 패스트푸드점, LG전자 서비스센터 등 서비스업을 하는 곳은 무인접수가 활성화되어 있다”며 “고객 니즈와 트렌드를 조사했고, 수요에 맞게 도입하게 된 것”이라는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무인접수기가 도입되면서 센터 구조나 레이아웃이 바뀌어 업무가 자연스럽게 변경된 것”이라며 “꼭 엔지니어가 아니더라도 케이스나 충전기 등의 소모품과 에어컨·청소기 필터 등의 자재를 판매하는 상품판매 쪽으로도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담사들은 센터 내 상품판매 자리는 한두 자리밖에 없다며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상품판매 인원은 센터 규모에 따라 다르다. 180여 개 센터가 동일한 레이아웃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유연하게 돌아가고 있다. 자리가 더 많은 센터도 있다”며 “센터에는 고객상담 업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케어하는 등 다른 업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은 상담사에게 상담내용을 불러주는 것보다 버튼을 눌러 입력하는 게 더 쉽다. 그러면서 상담 업무 캐파(CAPA, 생산능력)가 줄었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가 없어진 상담사들이 다른 업무를 하면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무 캐파가 많이 바뀌고 줄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두면 개인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상담사들이 전문성 있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담사 “엔지니어 전향 쉽지 않아” vs 사측 “엔지니어 희망 상담사 많아”
현장에서는 엔지니어로 전향하는 것을 희망하는 상담사가 많지 않다는 의견에 사측 관계자는 “상담사 중에는 엔지니어를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며 “엔지니어로 전향해서 월급을 더 많이 받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런 상담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상담만 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사측의 입장과는 달리 현장에서는 상담사들이 전문적 기술과 지식 습득에 대한 어려움을 예상하며 속속 퇴사에 대한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통보가 아니라 상담사들을 대상으로 희망 여부를 먼저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비전이 있는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라며 관리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무인접수기를 도입하면서 사측에서는 상담사 업무가 사라지는 상황에 대한 대안이나 계획은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사측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고민해 온 부분이라고 밝혔다. 서비스 물량 변화를 살펴보는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인력을 구성하고, 비전을 세웠다는 것. 그러나 상담사들은 엔지니어 전향은 갑작스러운 통보와 지침에 가까웠다며 반발하고 있다.
성추행·성희롱 위험에 노출
한편, 무인접수기 도입으로 상담사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성희롱, 성추행 위험에도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접수기 도입 전에는 데스크 안에서 고객들을 안내했던 상담사들이 무인접수기가 있는 데스크 밖으로 나와 안내를 하게 됐고, 고객들은 의자에 앉아서 대기하거나 이야기하다 보니 일부 고객은 눈으로 상담사의 몸 위아래를 훑거나 성추행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성 상담사들의 유니폼이 치마에서 바지로 바뀌었지만, 상담사들은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센터는 공간이 오픈돼 있고, 밀폐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은 일반화된 사례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불특정 고객과 직원들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온라인 창구나 관리자를 통한 상담 등을 하고 있다”며 “성추행, 성희롱 문제가 아니더라도 고객과 마찰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고객과 직원을 따로 격리시키고 필요한 경우에는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담사들은 “성희롱 등의 문제는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와 함께 엔지니어로 전향하지 않으면 꼼짝없이 일자리까지 잃게 생겨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어 논란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투데이=임효정 기자] hj@startuptoday.kr

엔지니어 아니면 집에가야되니 강제희망이 된것이고
갑작스런 통보로 퇴사한인원들 줄줄이던데
인력을 줄이려는 속셈인듯
그 많은 상담사들 다 엔지니어로 가면
엔지니어도 인원도 줄이겠지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