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가 총액 100개 업 중 미∙중 기업 76곳
스냅, 페이팔, 메이투안 등 스타트업 두각 나타나
최근 보호주의 확대 등 창조적 파괴 여건 악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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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오늘날 신기술로 세계를 주름잡는 대기업들은 거의 다 미국 아니면 중국 기업이다. 글로벌 시가총액 100대 기업 가운데 두 나라의 기업이 76개다. 2000년만 해도 41개를 차지하던 유럽기업은 이제 15개에 불과하다. 시가총액 비중, 기업공개 규모, 벤처캐피탈 자금조달액, 유니콘 등을 기준으로 보면 이러한 편중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따지고 보면 대기업이라는 것이 긍정적 의미만 가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더딘 의사결정체계와 같은 지병을 가지고 있다. 1980년대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 주식회사는 얼마 못 가 붕괴됐다. 그렇지만 효율적인 기업이 태어나 자라고 격심한 경쟁 속에서 사라지는 건전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반영하는 것 역시 분명하다. 독일의 경제학자 슘페터는 이를 ‘창조적 파괴’라고 이름 짓고 자본주의 체제의 중요한 발전과정으로 설명했다. 

지난 20여 년간 미국과 중국은 효과적으로 창조적 파괴 프로세스를 작동시킬 수 있었다. 거대한 국내시장, 발달된 자본시장과 벤처캐피탈네트워크, 수준 높은 대학 등을 배경으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태어났다. 기업가를 높이 평가하는 문화도 한몫했으며 특히 정치가 창조적 파괴를 뒷받침했다. 미국은 기꺼이 창조적 파괴를 감내했고 중국은 IT서비스 산업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최소화했다. 

지난 25년간 설립된 기업가치 1,000억 달러(약 110조 원) 이상인 19개 기업 가운데 9개가 미국기업, 8개가 중국기업이다. 유럽기업은 하나도 없다. 애플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거대 기술기업들이 자기 위치를 다지는 가운데 스냅(채팅프로그램), 페이팔(온라인결제), 메이투안(배달서비스) 등 많은 기업이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 이후 새로운 에너지가 분출하고 SPAC 등 자금 조달 붐이 일면서 두 나라 기업들이 핀테크나 전기차 등 새로운 기술의 프런티어를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 간 격차는 미국과 중국이 기술혁신에 공을 들인 데 비해 유럽과 기타 지역이 현실에 안주한 것과 관련 깊다. 유럽에서는 시장에 대한 정치적 간섭이 컸던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위기가 경제통합을 정체시켜 기업들의 디지털 경제 전환을 어렵게 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을 제외한 브릭스 국가들도 글로벌 기업을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됐지만 성과는 보잘것없다. 일본은 2010년대 초반까지 총리 재임 기간이 평균 1년에 불과할 정도로 정치 불안이 심했다. 아베 총리가 엔화 약세를 유도함으로써 기업들에 부분적으로 도움이 됐지만, 구조개혁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미-중의 글로벌 비즈니스 레짐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현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전반적인 국가 위상의 하락세를 보인다. 여기에 보호주의 확대, 산업정책 증가, 비즈니스 활기를 약화시키는 징벌적 조세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시진핑은 대규모 민간기업을 공산당 체제와 사회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 알리바바의 창립자 마윈에 이어 빅테크 기업가 3명을 추가로 길들였다. 정부가 기술자립 등 정책목표를 위해 민간기업들을 자유 넘치는 경쟁자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전 세계 많은 나라와 지역 가운데 두 나라에서만 창조적 파괴가 이뤄져 온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다. 그나마 두 나라가 그러한 경로에서 벗어나고 다른 나라들은 개방과 경쟁에 바리케이드를 치는 현실은 더욱 불편한 광경이다. 

향후 10년 혹은 20년 세계 경제는 어디로 향할까? 그 안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세계 경제의 모습을 예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거센 파도를 겪으면서 세계 경제는 예측을 불허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많다. 엄청난 변화 가능성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렇지만 엄밀히 말해 호기심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왜일까? 

 

신민영 한국M&A협회 부회장
신민영 한국M&A협회 부회장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민영 부회장은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과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M&A협회 학술부문 부회장과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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