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터틀박스, 커피 정기 구독 서비스 제공
큐레이션 알고리즘을 통한 원두 추천
메타버스 온라인 커피 박람회 개최

[스타트업투데이] 최근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홈카페 열풍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카페에 가지 않더라도 집과 회사에서 맛있는 커피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연스레 다양한 커피 브랜드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커피 원두는 제조 방법, 재배 환경 등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내기 때문에 입맛에 맞는 커피를 고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 '커피 유목민'이 주목할만한 커피 구독 서비스가 있다. '묵직하고 초콜릿 향이 나는 홀빈 핸드드립 원두'와 같은 아주 구체적인 취향까지도 고려한 원두를 구독할 수 있다. 

최근 많은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까지 적용하는 등 트렌드에 발 빠른 모습을 보여준 스타트업 터틀크루의 '카페박스'의 이야기다.

 

카페박스, 새로운 커피 소비 습관 제공

구독형 홈카페 큐레이션 '카페박스' (사진=터틀크루 제공)
구독형 홈카페 큐레이션 '카페박스' (사진=터틀크루 제공)

터틀크루(대표 임용신)는 데이터와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한 커피를 더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도록’ 새로운 커피 소비 습관을 제시하는 스타트업이다.

터틀크루에서 운영 중인 ‘카페박스’는 구독형 홈카페 큐레이션으로, 자체 개발한 큐레이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구독자의 취향에 맞는 원두를 골라 정기배송하는 서비스다.

구독자가 선호하는 커피의 향과 맛, 무게감, 디카페인 여부, 분쇄도 등을 선택하면 취향에 맞는 커피 원두를 추천받게 된다. 콜드브루, 드립백, 모카포트, 핸드드립, 에스프레소 머신 등 커피를 내릴 때 사용하는 기구도 선택할 수 있다.

큐레이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구독자가 선호하는 커피 취향을 파악한다. (사진=카페박스 홈페이지 갈무리)
큐레이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구독자가 선호하는 커피 취향을 파악한다. (사진=카페박스 홈페이지 갈무리)

취향이 파악되면 카페박스는 개개인에게 맞는 커피 로스터리 브랜드 2~3곳의 원두를 맞춤형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게 된다. 현재 약 45곳의 파트너 로스터와 200여 종의 원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원두는 로스팅 후 3~7일 이내에 발송되기 때문에 신선도와 향이 유지된다.

이 정기구독 서비스는 카페 밖에서도 고품질의 다양한 커피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잠실이나 경기 신도시에 있는 아파트들, 강남 테헤란로와 중구 을지로에 있는 오피스 등에서 주문이 많습니다. 대부분 지인 소개로 오신 분들입니다. 기존의 복잡하고 어려운 시장구조 때문에 원두를 주문할 때마다 매번 고민하시던 분들이 고민을 해결했다는 리뷰가 많이 올라와요.”

 

홈카페 시장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다

임용신 대표 (사진=터틀크루 제공)
임용신 대표. (사진=터틀크루 제공)

임용신 대표와 창업 멤버들은 엘리베이터 TV를 운영하는 미디어 회사의 직장 동료였다. 특히 신사업 개발 부분에서 오랜 시간 합을 맞춰왔다. 

“제가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사업이나 상품을 기획하면 디자인 담당 크루 리더님이 미디어와 사용자경험(UX) 디자인을 하고, 브랜딩을 담당하는 크루 리더님은 포트폴리오를 위한 스타트업 광고를 유치해서 운영했어요. 지금이랑 거의 똑같은 구조였죠.”

현재 터틀크루의 팀원 6명은 모두 초기 스타트업 출신이거나 창업경진대회 수상자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회사 설립 전인 2019년부터 복잡하고 어려운 카페 검색을 편하게 만들기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카페 큐레이션 서비스를 운영했다. 당시 개인 카페들이 인기가 많아 주목받다 보니 많은 카페 검색 플랫폼이 출시됐고, 임 대표와 팀원들은 다양한 솔루션 중 큐레이션 방식을 선택했다. 

구독자의 취향에 맞는 원두가 배송된다. (사진=카페박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구독자의 취향에 맞는 원두가 배송된다. (사진=카페박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큐레이션 서비스의 핵심은 신뢰도 있고 정확한 데이터인데, 어느 정도 플랫폼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데이터를 검증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 마땅한 검증 방법을 못 찾던 중, 한 팀원이 “그럼 나가서 직접 해봐”라고 말했죠.”

그날부터 모든 팀원이 밖으로 나가 3개월간 전국 카페 2,000여 곳을 직접 방문하며 데이터를 수집했다. 카페 대표·바리스타들과 인터뷰를 하고 메뉴를 적고 사진을 찍었다. 심지어 매장 내 테이블 수와 화장실 청결 여부까지 확인했다.

“사진을 분류하다 보니 카페 한쪽에 원두 봉투가 진열된 경우가 정말 많았어요. 그곳들을 찾아가 원두에 대해 여쭤보니 공통적으로 홈카페 유통시장이 정말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또 그만큼 시장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했어요.”

이들은 그 이후 카페에서 판매하는 원두를 앱으로 예약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카페 사장님들로부터 원두 예약기능이 언제 나오냐는 문의가 잦았다.

(사진=)
구독을 통해 카페 밖에서도 고품질의 다양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사진=카페박스 홈페이지 갈무리)

임 대표와 팀원들은 시장에서 진짜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2020년 7월에 회사를 설립하고, 작년 1월 큐레이션 기반 맞춤형 홈카페 구독 서비스 ‘카페박스’를 정식 출시했다.

그는 카페박스 서비스 출시 직전까지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쌓인 데이터나 피드백, 성장 가능성을 판단할만한 지표 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도 팀원들은 무작정 고객들을 찾아 나섰다. 우선 샘플 패키지와 UX 디자인을 가지고 기존 연락처에 있었던 카페 사장님들을 찾았다.

“다행히 모두 흥미로워하시고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서비스가 출시되면 먼저 이용해보겠다고 말씀해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소비자의 피드백은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해 수집했다. 초기에 관심을 보인 브랜드 9곳과 3차례에 걸쳐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그 결과 1차 펀딩에 참여한 소비자가 3차 펀딩까지 남아있는 비율이 매우 높은 것을 확인했고, 임 대표는 구독 비즈니스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메타버스로 즐기는 커피 박람회 [ON:카페]

메타버스를 통한 온라인 커피 박람회 [ON:카페] (사진=터틀크루 제공)
메타버스를 통한 온라인 커피 박람회 [ON:카페] (사진=터틀크루 제공)

터틀크루는 지난달 ‘게더타운’의 메타버스를 통해 온라인 커피 박람회 [ON:카페]를 진행했다. 커피 업계 종사자,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사람 등이 함께 커피 강연, 레시피 시연, 커피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임 대표와 팀원들은 전부터 구독자들을 직접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시행되면서 준비 중인 오프라인 페어들이 모두 연기됐다.

대책을 마련하던 중, 게더타운으로 메타버스 페어를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터틀크루 팀원들은 전부터 게더타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순환 재택근무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일단 저희 팀 자체가 이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행사를 주최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기존 파트너 브랜드들의 도움을 받아서 행사 기획과 디자인, 바리스타 섭외, 참석자 모집 등 모든 과정을 일주일 만에 마무리했어요.”

터틀크루는 게더타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순환 재택근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터틀크루 제공)
터틀크루는 게더타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순환 재택근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터틀크루 제공)

‘ON 카페’는 ‘온라인 카페박스 페어’를 줄인 말로, 이름 그대로 오프라인 페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요소들을 메타버스 공간으로 옮겨 표현했다.

페어는 카페박스의 파트너 브랜드를 소개하는 부스, 바리스타가 진행하는 실시간 홈카페 클래스, 커피 관련 Q&A 등 커피 관련 콘텐츠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장기 구독자 인터뷰나 OX 퀴즈, 단체 사진 촬영 등 멤버십을 강화할 수 있는 요소들도 포함했다.

“참석자 전원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집에서 안전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 귀여운 캐릭터로 공간을 이동하며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임 대표는 수집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더 업그레이드된 ON카페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교한 큐레이션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한 노력

터틀크루는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가장 잘 해결했던 스타트업을 찾아 벤치마킹하면서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서비스나 상품기획 회의에서는 꾸까, 술담화, 퍼플독 같은 선배 라이프스타일 구독 서비스들을 많이 참고하는 것 같아요. ‘꾸까 같은 서비스’, ‘술담화 같은 큐레이션’, ‘퍼플독 같은 비즈니스’와 같은 방식으로요.”

임 대표는 카페박스와 같은 라이프스타일 정기배송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로 ‘특별함의 일상화’를 꼽았다. 그는 소비 트렌드가 변하면서 특별한 날에만 주고받던 꽃이나, 특별한 날에만 마시던 와인,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전통주 등을 정기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라이프스타일 정기배송 서비스들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전문가와 소비자의 지식 격차가 큰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페박스 구성 예시. (사진=터틀크루 제공)
카페박스 구성 예시. (사진=터틀크루 제공)

“성공한 선배 구독 서비스들을 보면 정기배송이라는 ‘사업모델’만큼 큐레이션이라는 ‘서비스’도 각자의 개성으로 잘 풀어냈습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만족도가 높은 만큼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 같습니다.”

그는 카페박스 또한 큐레이션을 고도화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페박스에 원두가 처음 입점하면 파트너 바리스타 11명이 직접 커피를 마셔보고 매우 세밀하고 정교한 형태로 초기 데이터를 만든다. 

“전문가들의 데이터를 통해 최초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구독자들의 리뷰를 수집한 후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더 정교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그는 정확한 큐레이션을 통해 취향에 맞는 다양한 원두를 제공하기 때문에 구독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구독 유지율도 90%가 넘는다고 전했다. 구독 유지율이 높으면 똑같은 구독자의 취향 데이터를 꾸준히 쌓을 수 있어 더 정교한 알고리즘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창업에 도움을 준 다양한 지원 사업들

터틀크루가 도움을 받은 지원 사업. (사진=신용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홈페이지 갈무리)
터틀크루가 도움을 받은 지원 사업. (사진=신용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홈페이지 갈무리)

터틀크루는 과거 다양한 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았다. 그중 임 대표는 신용보증기금의 '스타트업 네스트(Start-up NEST)'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손에 꼽았다.

Start-up NEST는 참여기업을 민간 액셀러레이터와 매칭하고, 액셀러레이터의 교육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터틀크루 팀은 당시 ‘더인벤션랩’에 배정돼 교육을 받았다.

“정말 현실적이고 섬세한 피드백과 교육을 받았어요. 지금도 가끔 팀원들과 ‘그때 Start-up NEST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얘기할 정도로 팀 전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됐어요.”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창업가들을 모아 사업비를 지원하고 교육 및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임 대표는 금전적인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른 창업가들을 만나 네트워킹하는 프로그램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내가 지금 하는 대부분의 고민은 다른 창업가도 하고 있거나, 이미 극복했거나, 앞으로 경험할 고민인 경우가 많거든요. 다른 창업가들과 모여 이야기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정교한 큐레이션 제공하고파"

임 대표는 단기적인 목표는 더 정교한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커피를 자주 많이 마시는 사람은 배송을 더 자주 받고, 매달 주문한 커피가 남는 사람은 더 적게 큐레이션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물론 인공지능(AI) 큐레이션 알고리즘 연구개발(R&D)도 1순위로 진행하고 있고요.”

아울러 ‘원두와 드립백’, ‘캡슐과 드립백’처럼 다양한 형태의 커피를 같이 배송할 수 있는 패키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페박스의 다양한 패키지. (사진=카페박스 홈페이지 갈무리)
카페박스의 다양한 패키지. (사진=카페박스 홈페이지 갈무리)

공급자 측면에서는 더 좋은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소규모 로스터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캡슐 커피·드립백 커피 같은 간편한 커피를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 업체와 업무협약(MOU)을 준비 중이다.

로스터가 생산에 필요한 최소 수량을 못 맞추더라도 카페박스 전체 파트너 브랜드 생산량에 맞춰서 단가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생산량의 일부는 선매입을 통한 판매도 보장할 예정이다.

“파트너 브랜드에 원두를 픽업하러 갔을 때 초기부터 함께 해주셨던 사장님들이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함께 기뻐해 주시곤 해요. 고생했다며 토닥토닥해주시기도 하고요. 그럴 때는 정말 감동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나아가 커피뿐만 아니라 커피 머신, 홈카페 기구, 디저트 같은 주변 시장에 대한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홈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성장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