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우 더루트컴퍼니 대표, 로컬 농산물 고부가가치 브랜드 상품으로 만들어
농가 소득 높이는 선순환에 집중하는 스타트업
강원도 대표 작물 '감자' 중 '씨감자'에 주목
첫번째 작물로 선택...재배농가 컨설팅 등 통해 농가 생산효율 20~30%가량 끌어올리는 성과도
최근 청송사과 선보여...다음은 고구마, 감귤 준비

김지우 더루트컴퍼니 대표.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김지우 더루트컴퍼니 대표.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스타트업투데이] 강원도 강릉 청년들이 한데 뭉쳤다. 농업인들의 저소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미션을 가지고 '더루트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의기투합한 것.   

더루트컴퍼니는 로컬 농산물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 농가의 소득을 높이는 '선순환'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이다. 더루트컴퍼니가 가장 먼저 집중한 건 강원도 감자. 그 중에서도 감자의 종자를 의미하는 '씨감자'다. 김지우 대표는 "강릉과 강원도를 대표하는 작물이 감자"라며 "공동창업한 권태연 최고제품책임자(CPO)의 아버지가 국내에서 유일한 농촌진흥청 씨감자 작물명인이라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품질 좋은 씨감자부터 농가 재배관리와 유통까지, 감자 작물의 밸류체인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가에서 단순히 작물을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재배컨설팅을 병행하는 것이다. 

농사 경험도 많지 않은 청년들이 전문 농사꾼에게 컨설팅을 진행한다는 게 의아할 법 하지만 김 대표의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간다. 김 대표는 "농업을 오래했다고 전문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경험을 주지만 이론 배경이 없는 농업인은 기상 변화나 돌발적인 바이러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그래서 재배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작물이 자라나는 주기에 맞춰 농가를 직접 돌며 재배 현황을 체크하고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유다. 더루트컴퍼니의 조언을 받은 농가들은 컨설팅을 받지 않은 인근 농가에 비해 올 평균 25%, 최대 32% 생산효율이 향상됐다.

더루트컴퍼니는 최근 청송사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다음 농산물로는 고구마와 감귤에 주목하고 있다. 김지우 대표는 "현재는 신선식품에 집중하고 있지만 농가들과 힘을 합쳐 가공식품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더루트컴퍼니에서 변하지 않는 한가지는 농업, 농가들이 마주하고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더루트컴퍼니가 제일 먼저 주목한 강원도 강릉의 감자.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더루트컴퍼니가 제일 먼저 주목한 강원도 강릉의 감자.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 김지우 대표님은 로컬 창업자를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 기업에서 '농가'와 '농산물'이라는 구체적인 분야에 집중하게 된 셈인데요. 이렇게 농가로 눈을 돌린 구체적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 로컬 창업가들을 육성하는 일과 지역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지역은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마주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농업 분야가 눈에 들어왔어요.

강원도는 이전부터 산업적 자본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주로 농업이나 관광 분야가 발달해있는데요. 관광 분야는 다양한 흐름을 타면서 나름 시대의 눈높이에 맞춰 변화해가고 있지만, 농업 분야는 여전히 변화가 많이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반적인 고령화 문제나 농업인 감소 등이 있고 이를 시장과 연결해 줄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미디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현재 더루트컴퍼니의 구성원과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 더루트컴퍼니에서 저는 사업 기획과 전략을 맡고 있어요. 다양한 사업과 브랜드를 만들고 성장시켜온 경험을 조금 좁혀서 해보고 있는 셈이에요. 권태연 CPO는 농식품 전반의 프로덕트를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품질부터 농가와의 커뮤니케이션 등을 전반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엄상석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비즈니스의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판매 채널을 관리하고 경영지원과 임팩트 핵심성과지표(KPI) 등을 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김혜린 디자이너는 더루트컴퍼니의 브랜드들을 매니지먼트하는 브랜드 디자이너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 현 구성원들은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요?

- 지역에서 창업을 하는 일은 사실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만큼 사람이 많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저희 또한 고교 동창이거나, 원래 지역에서 알던 사이였던 사람들이 만나 함께 더루트컴퍼니를 설립했습니다.

 

▲ '감자'를 첫 주요 작물로 선택한 건 권태연 CPO의 영향이 컸겠죠?

- 네 맞습니다. 권태연 CPO와 함께 공동창업을 하면서 강원도 감자와 농업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권태연 CPO의 아버지가 국내에 유일한 농촌진흥청 씨감자 작물 명인이시기도 하시고, 강릉과 강원도를 대표하는 작물이라고 생각해서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루트컴퍼니가 제일 먼저 주목한 강원도 강릉의 감자.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더루트컴퍼니가 제일 먼저 주목한 강원도 강릉의 감자.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더루트컴퍼니가 제일 먼저 주목한 강원도 강릉의 감자.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더루트컴퍼니가 제일 먼저 주목한 강원도 강릉의 감자.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 씨감자가 뭔가요? 그리고 왜 중요한가요?

- 씨감자는 감자의 종자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먹는 감자를 재배할 때는 감자를 심게 됩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만나는 감자를 땅에 심으면 감자가 열리는 것인데요. 감자는 영양번식을 하기 때문에 감자를 그냥 놔두면 싹이나고 거기에서 감자가 다시 자라납니다.

그런데 실제 농업인들에게 상품성과 수익성의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재배량이 보장돼야하는 것이죠. 그 수량성 등을 보장하려면 바이러스에 약하지 않거나 기형적인 모양을 갖추지 않은 감자들이 많이 나와야 해요.이 때문에 감자의 종자를 만들고, 농업에 활용하기 위해 특별히 관리하고 재배한 감자 종자를 씨감자라고 합니다.

이처럼 농업인들이 감자 재배를 위해 심는 씨감자는 결국 농가의 한 해 농업의 결과를 만드는 첫 번째 변수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식용감자를 박스갈이를 통해 씨감자로 둔갑해 판매하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바이러스가 있는 씨감자들이 시장에 나오게 되면 이러한 감자를 구매해 심는 농업인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고 있어요.

더루트컴퍼니는 국내 민간에서는 가장 많은 씨감자 종자를 보유하고 있는 왕산종묘와 협력해 품질 좋은 씨감자부터 농가 재배관리와 유통까지, 감자 작물의 밸류체인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더루트컴퍼니가 제일 먼저 주목한 강원도 강릉의 감자.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더루트컴퍼니가 제일 먼저 주목한 강원도 강릉의 감자.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 직접 감자 재배 농가들을 돌며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고요.

- 농업을 오래 했다고해서 전문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간은 경험을 주지만, 이론적인 배경이 없는 농업인들은 매년 변화하는 기상이나 여러 바이러스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재배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좋은 씨감자 뿐 아니라 재배 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감자와 여러 작물들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주요한 시기마다 농가를 돌며 재배 현황을 체크하고, 여러 상황에 맞는 솔루션들을 주게 되면 이러한 관리 자체가 농가의 수확량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곧 농가 수익 증대로 이어지게 되거든요.

2021년의 경우, 재배 관리 컨설팅에 따라 농업을 해 온 농가들의 경우 근접 농가들에 비해서 평균 25%, 최대 32% 정도 생산효율이 향상됐어요.

 

▲ 사실 계약된 농가의 감자들을 전량 수매해 판매한다는 계획이 이뤄지려면 그만큼 고객 수요가 있어야 하잖아요. 자체 유통브랜드를 론칭한 후에 농가 계약을 맞춰서 늘려간 건가요?

- 더루트컴퍼니는 감자를 포함한 여러 작물들을 유통하는 채널을 여럿 가지고 있어요. 사실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장 큰 채널은 GS리테일과 같은 기업(B2B) 채널이 있고요. 필요에 따라서는 가락시장과 같은 농산물도매시장에도 농식품을 출하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렇게 유통 볼륨이 큰 계약에 따라 농가 계약을 진행하고,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채널의 유통은 규모적으로는 크지 않지만, 저희의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유통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데 디자인의 역할을 강조했는데요.

품질 좋은 농식품들은 많지만, 농식품 시장은 아주 오래된 시장이고 규모 또한 굉장히 크기 때문에 우리의 농식품들을 달라보이게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은 우선 시각적인 차별성을 만들어 저희 브랜드인 어니스트 팜과 어니스트 어스에 차별성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둘째로 농식품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물별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매우 다르고, 이러한 디테일을 패키지나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소개서에 담는 일들이 결국에는 좋은 브랜드 경험을 만든다고 믿고 있거든요.

저희가 추구하는 사회문제 해결이나 제로 웨이스트 같은 것들을 위한 디자인들은 농식품 만큼이나 중요한 브랜드 가치에요.

 

▲ 직접 판매도 하지만 일부는 가락시장 등에도 유통하고 있다고요. 각 유통채널별 비중은 얼마나 되나요?

- 유통채널별 비중은 매년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B2B 하이퍼마켓이 70%, 가락시장 등 농산물 유통시장이 20%, B2C 채널에서 10% 정도 비중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저희는 농식품을 대량으로 유통하는 방향 보다는 최종소비자에게 직접 유통하는 채널의 비중을 높여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 최근 강릉 지역 스타트업과 강릉 시내에 감자를 주제로 한 감자유원지라는 공간을 조성 중이라고 들었어요. 현재 진척상황은 어느 정도 인가요?

- 감자유원지는 감자를 중심으로한 로컬 농식품 경험 공간이에요. 현재는 브랜딩과 공간 기획을 진행 중에 있고, 올해 안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자유원지의 경우에는 로컬 농식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가공한 식품, 이를 활용한 식음료(F&B) 다이너 브랜드를 주요 콘텐츠로 구성하고 있고요. 농식품을 주제로 한 공간 경험을 위해 재미있는 가드닝과 미디어 콘텐츠도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농식품 분야에 없던 다양한 층위의 경험을 제안하는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청송사과.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더루트컴퍼니에서 판매중인 청송사과를 직접 생산하는 농업인들.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청송사과.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청송사과.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청송사과.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청송사과. (사진=더루트컴퍼니 제공)

▲ 감자 외에 청송 사과도 유통 중이에요.

- 온라인 B2C 채널에서 감자 한 작물로만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농식품을 다양하게 확장해보자는 전략을 구상하게 됐고, 그 첫 번째가 청송 사과입니다. 사실 사과라는 작물을 먼저 선택한 것 보다는 좋은 농업인과 생산자를 알게 된 것이 선택의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루트컴퍼니는 농업인들의 저소득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물 보다는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는 좋은 생산자를 만나는 것이 앞으로도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과 부합한 일이에요.

 

▲ 다음 농산물로 눈여겨 보고 있는게 있나요? 

- 다음 농산물로는 고구마와 감귤 등을 생각하고 있어요. 또한 신선 식품뿐 아니라 기존 농가들과 함께 다양한 가공식품들을 만들면서 농식품의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고 더루트컴퍼니와 어니스트 팜, 어니스트 어스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갈 예정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농업 분야와 농가들이 마주하고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저희의 미션이에요.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성과 어니스트 팜, 어니스트 어스가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를 지켜가며 비즈니스를 해나가고 싶습니다.

[스타트업투데이=김나영 기자] mmm@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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