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임 식품으로 장기 운송∙판매 용이
특허 기술로 생버섯 처리 가능
“한국 음식 해외에 소개하고파”

[스타트업투데이] 많은 농산물이 유통업체가 정한 크기∙모양 등 외적인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폐기되거나 헐값에 처분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은 한 해 13억 톤에 달한다. 버려지는 농산물은 썩으면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메탄가스를 발생시킨다. 지난해 세계식량계획(WFP)은 식품 폐기물로 30억 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속 전 세계적으로 못난이 농산물 해결에 나서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은 못난이 농산물 유통 캠페인을 벌이고, 일본은 식품 손실 저감 법률을 시행하는 등 가치소비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60.5%의 응답자가 못난이 농산물 구매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 중 95.5%는 재구매 의사가 있다고 응답하는 등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송화버섯(사진=픽찌 제품 판매 페이지 갈무리)
송화버섯(사진=픽찌 제품 페이지 갈무리)

네이피 손정미 대표는 2018년, 지인이 운영하는 버섯 농장을 방문한 후 농민의 고충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버섯을 재배하고 수확하면 전부 판매해야 하는데, 유통망이 있음에도 저장 창고에 따로 보관하는 버섯의 양이 상당했습니다. 보관된 버섯의 용도를 묻자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버섯은 판매되지 않아 버리거나 동물의 사료로 쓰인다고 했습니다. 영세농가는 저장창고마저 없어 땅에 묻어 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녀는 버려지는 버섯을 이용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네이피를 설립했다. 손정미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염 절임 식품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생 송화버섯을 사용해 버섯 장아찌를 만든다(사진=네이피)
생 송화버섯을 사용해 버섯 장아찌를 만든다(사진=네이피)

네이피는 한국의 음식을 세계로 알리고자 하는 농식품 제조가공 기업이다. 네이피는 못난이 농작물을 활용해 저염 절임 식품을 만든다. 현재 송화버섯 장아찌 브랜드 ‘픽찌’를 운영 중이다.

픽찌 제품은 간장, 고추냉이, 고추장, 된장 4가지 맛으로 이뤄져 있다. 통버섯이나 말린 버섯이 아닌 생버섯을 슬라이스 방식으로 제조해 바로 섭취할 수 있다. 버섯은 천안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4종의 소스는 네이피가 개발하고 특허 출원한 소스다.

“저는 반찬을 그릇에 담아 먹는 것이 귀찮았습니다. 혼자 살다 보니 반찬을 예쁘게 꺼내놓고 먹는 일이 적었고,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먹을 수 있는 반찬을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픽찌 제품 역시 편리성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됐습니다.”

픽찌 장아찌는 반찬 외에도 여러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샐러드나 튀김의 소스로 이용하거나 삼겹살과 같은 고기와 함께 먹어도 된다. 크림치즈를 바른 베이글과 함께 섭취할 수도 있다.

 

총 4가지 맛이 있다(사진=네이피)
총 4가지 맛이 있다(사진=네이피)

네이피의 주 소비자는 20~50대 여성이다. 손 대표는 재구매율이 높은 편이며, 소량이지만 해외로 수출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 식품 수출 시 운송∙판매 기간을 고려하면 약 1년 이상의 유통기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절임 식품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네이피는 저염이면서도 장기 보존이 가능한 절임 식품 제조방법에 특허를 갖고 있다. 손 대표는 이 기술을 통해 방부제나 보존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보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생버섯으로 절임 식품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곰팡이가 빨리 생기기 때문입니다. 네이피는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 생버섯 처리 기술을 국내에서 독보적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픽찌의 염분은 어린이 간장과 비슷한 1.8% 이하입니다.”

손 대표는 좋은 재료로 좋은 가공식품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농산물을 이용해 좋은 가공식품을 만드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버섯 절임 식품 특허와 생버섯 처리 기술을 이용해 앞으로도 신제품 개발에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품에 대한 관심, 창업으로 이어져∙∙∙벤처기업 인증까지

네이피 손정미 대표(사진=네이피)
네이피 손정미 대표(사진=네이피)

손 대표는 어려서부터 의식주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음식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장사도 하고 식품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식품에 자신이 있었고, 항상 ‘나만의 제품’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6월, 1인 법인을 설립하고 재도전성공패키지를 통해 네이피를 창업했다. 그는 음식을 대량으로 생산했을 때 일정하고 변하지 않는 맛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꾸준히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1년 만에 10건의 특허 등록과 출원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연구개발전담부서와 벤처기업으로 인증도 받았습니다. 특히 벤처기업인증은 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확인한 것 같아서 의미가 큽니다.”

손 대표는 네이피가 아리랑티비 출연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세종혁신센터에서 성공사례 발표 기회를 얻기도 하고, 수출, 마케팅, 사업화 등을 지원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와 창업진흥원의 지원사업이 초기 창업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비 창업자가 이런 지원사업을 많이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실패는 경험의 또 다른 이름"이라며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가 된다는 것은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실패하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대표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또한, 혼자서 창업했지만,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것은 인재라는 생각으로 팀 빌딩을 구상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현재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팀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투자 유치할 것”

과학벨트 파이널 데모데이(사진=네이피)
과학벨트 파이널 데모데이(사진=네이피)

네이피는 올해 본격적으로 투자유치와 스케일업에 나선다. 지난 4월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파이널 데모데이’에 진출해 기업설명회(IR)를 진행했다.

손 대표는 오는 6월 베트남 박람회를 시작으로 9월 도쿄, 싱가포르 등으로 해외 소비자를 만나러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K-푸드와 한국의 절임 식품을 해외에 소개하는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전문적인 팀원을 보충해 해외 수출계약을 성사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피는 농가와 제조원, 제조원과 유통업자, 농가와 사회의 상생을 추구합니다. 또 자연을 보호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ESG 경영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유통기한이 짧아서 버려지는 음식, 제조과정에서 버려지는 농산물, 수확량이 많아서 산지 폐기되는 농산물 등에 관심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을 연장하고 농가의 손실은 줄이면서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겠습니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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