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번아웃 증후군 대책 위해 주4일제 연구하는 기업 증가
“근로자 생산성 25%→40% 향상했다”는 반응 나와
미국, 유럽 일본 등 주4일제 도입 추진∙∙∙韓 여전히 신중한 입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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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일주일 중 4일 일하고 3일 쉰다면 어떨까. 2019년 말부터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노동시간이 단축되면서 주4일제와 관련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각) <WSJ>에 따르면 미국 내 일부 기업은 번아웃 증후군(의욕적으로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 burnout sydrome)으로 직원의 퇴사가 잇따르자 주4일제부터 의무 휴가제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도입하기 위해 연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4일제는 말 그대로 일주일 중 4일만 일하는 것이다. 국내법에 주4일제를 적용한다면 현행 법정 근로 시간은 주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어든다. 프로젝트성 업무가 잦은 대기업이나 IT 업계가 노동 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실제 주4일제 도입으로 일각에서는 근로자의 생산성이 25%에서 40%로 향상되는 것은 물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Life Balance),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반응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일부 국가는 주4일제를 어떻게 시행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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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주4일제 시행하는 곳은 어디?

미국은 조만간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주4일제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CBS>는 8일(현지시각) 「주 32시간 근무법」(32 Hour Workweek Act)이 법안에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민주당 마크 타카노(Mark Takano) 외 3인의 하원의원은 「주 32시간 근무법」을 공동발의했다. 현행 주 40시간은 초과근무수당(Overtime pay)을 지급하는 근로시간이 기준이다. 이를 32시간으로 줄여 비면제(non-exempt) 직원이 주당 32시간 이상 근무하게 되면 초과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타카노 의원은 “주 4일 근무를 시도해본 여러 국가나 기업에서 업무 생산성 향상과 임금 상승 등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며 “고용주 입장에서도 직원의 건강보험료나 사업장 운영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근로시간 단축을 가장 먼저 시도한 곳은 유럽이다. 특히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언급되는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국가 차원에서 주4일제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당시 아이슬란드 정부는 유치원 교사, 회사원, 사회복지사, 병원 종사자 등 다양한 직군을 대상으로 주4일만 근무하는 실험을 진행했으며 여기에 아이슬란드 전체 노동 인구 중 1%가 참여했다. 

아이슬란드 지속가능민주연합(ALDA)과 싱크탱크(Think Tank)인 오토노미(Autonomy)에 따르면 실험 종료 후 참가자 10병 중 8명이 근무 시간이 더 짧은 곳으로 이직했다. <뉴욕타임즈>는 “참여한 근로자는 기존 성과와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았다”며 “직장에서 더 나은 협업을 이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로 주4일제를 추진하는 곳은 스페인이다. 지난 3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가 진보정당 마스파이스(Mas Pais)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10월부터 시행 중이다. 

 

ⓒ게팅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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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韓 정치권∙∙∙주4일제 도입될까

일본에서는 집권당이 주4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지난 4월 ‘선택적 주휴3일제’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고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経団連)가 회사원에 재택근무와 주4일제를 권장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아웃소싱 업계 관계자는 “자민당은 주4일제가 저출산∙고령화가 가져오는 노동시장 변화와 함께 근로자에게 지금보다 많은 자기계발과 인적 교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일본 사회 유지를 위한 개인 역량 강화, 저출생 고령화 문제 해결 등에 도움을 준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미즈호파이낸셜그룹(Mizuho Financial Group)과 야후재팬(Yahoo Japan) 등이 주4일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인력 파견기업 리크루트그룹(Recruit Group)은 지난 3월부터 직원 1만 6,000명을 대상으로 선택적 주4일제에 들어갔다. 

한편 내년 3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한국에서도 주4일제 도입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인간다운 삶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일과 삶의 균형은 여유가 생기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며 주4일제를 제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사실 정치권에서 주4일제가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주4일제가 공약으로 등장한 바 있다. 

당시 시장 후보였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주4.5일제를, 조정훈 시대전환 당대표는 주4일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아직 주4일제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의 경우 2004년 주5일제 근무가 도입됐지만, 완전한 주5일제는 2012년부터다. 주5일제가 안착한 지 10년밖에 지나지 않은 셈이다. 

현 정부 역시 주4일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주6일제에서 주5일제로 오는 데도 10여 년이 걸렸다”며 “잘 안착하려면 충분한 공감대가 먼저인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스타트업투데이=김석진 기자] sj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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