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6조 원, 2020년 62조 원, 2021년 111조 원 기록
피치북데이터, “인력∙제품 없는 스타트업 투자 사례 증가”
초기 스타트업 투자 증가 이유는?

지난해 미국 시드(seed) 단계와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입된 투자 규모는 약 111조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미국 시드(seed) 단계와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입된 투자 규모는 약 111조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투데이] 지난해 미국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3일(한국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지 시장조사기관 피치북데이터(PitchBook Data)는 지난해 미국 시드(seed) 단계와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입된 투자 규모가 930억 달러(약 111조 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에는 520억 달러(약 62조 원), 이보다 앞선 2016년에는 300억 달러(약 36조 원)가 조달됐다. 최근 5년간 3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피치북데이터 관계자는 “그동안 스타트업 업계에 유입된 현금은 지속해서 늘었지만, 대부분 자금은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어느 정도 증명한 후기 단계의 민간기업에 투입됐다”면서도 “최근에는 인력이나 제대로 된 제품이 출시되지 않은 스타트업에 투자한 사례가 느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역시 늘었다. 시드 단계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평균 기업가치는 2016년 1,300만 달러(약 155억 원), 2020년 1,600만 달러(약 191억 원)에서 지난해 2,600만 달러(약 약 310억 원)로 2배 정도 증가했다. 이전보다 많은 자금이 유입됐지만, 스타트업 수가 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투자자는 주로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다”며 “최근에는 스타트업 트렌드가 종종 공공시장을 따른다는 점에서 고성장 기술주에 특히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IT 기반 스타트업, 고성장 이뤄∙∙∙닷컴 붐 이후 최고 수익 창출

사진=도어대시
사진=도어대시

실제로 일각에서는 지난해가 2000년대 초반 닷컴 붐(dot-com boom) 이후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등 IT 기반 스타트업이 최고의 수익을 올린 해로 보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솔루션 기업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와 음식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DoorDash)가 지난해 고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스노우플레이크는 2012년 설립된 이후 6년 만에 2억 6,300만 달러(약 3,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2020년 9월에는 30억 달러(약 3조 5,800억 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달성하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했으며 국내 파트너 기업으로 SK C&C와 한컴MDS를 선정했다. 

미국 최대 음식배달 플랫폼 도어대시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배달 문화가 확산된 점이 성장요인으로 꼽힌다. 관련 업계는 2021년 4분기 도어대시를 통한 주문 총매출은 107억 달러(약 12조 6,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21세기에 매머드를 만난다고?” 융∙복합 기술 기반 스타트업 투자↑

지난해에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융∙복합된 기술을 확보한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헤지펀드를 통한 자금의 대부분은 후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입됐다. 헤지펀드가 융∙복합된 기술을 확보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발굴에 눈을 돌렸다는 게 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사진=블랭크스트리트
사진=블랭크스트리트

미국 투자회사 타이거 글로벌(Tiger Global)이 지난해에만 투자한 스타트업은 340개 이상이다. 이중 커피 리테일 블랭크스트리트(Blank Street)는 스타벅스와 차별화된 커피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주목받았다. 

스타벅스처럼 매장에서 파는 커피가 아닌 이동형 차량이나 작은 규모의 가게에서 커피를 판매한다.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에 제품을 테이크아웃하는 단순한 사업 구조로 돼있다. 

블랭크스트리트는 지난해부터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중심으로 지점을 점차 늘려 갔으며 1년 만에 두 차례에 걸친 2,500만 달러(약 300억 원), 3,500만 달러(약 418억 원) 등 총 6,000만 달러(약 718억 원)를 투자받았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CEO의 역량과 제품에 대한 잠재성을 보고 투자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생명공학기업 콜로살(Colossal)이다. 지난해 11월 하버드 유전공학자와 협력해 매머드를 복원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영화 <쥬라기 공원> 속 테마파크처럼 콜로살이 앞으로 만들 공원이 ‘명소’로써의 잠재성에 주목했다는 게 투자업계의 관측이다. 

앞서 콜로살은 지난해 9월 1,600만 달러(약 191억 원)를 모금했으며 앞으로 800만 달러(약 95억 원)를 추가로 조달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한편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자금이 급격하게 유입되면서 시장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지 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기도 전에 기업가치가 1억 달러(약 1,200억 원)로 평가되는 경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다음 투자라운드에서 더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투자하기 전에 스타트업 배경이나 해당 분야에 대해 충분한 연구 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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