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현 대표, 음료의 가능성에 집중∙∙∙바텐더 경험 살려 창업
서울대 식품 생명공학 연구진과 연구∙개발 진행
맞춤형 수면 솔루션 제시 목표

[스타트업투데이] “누구에게나 잠이 오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쉽게 잠이 오지 않는 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결책이 되고 싶습니다.”

로맨시브(Romansive)는 Romantic Progressive의 줄임말로, 기술로 낭만을 구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로맨시브는 수면 음료를 제조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식품 생명공학 연구진이 만든 테크 기반 푸드 스타트업이다. 

“특허 출원된 자체 기술력으로 부작용, 중독성 걱정 없는 수면 음료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기술로 만든 수면 음료가 당신의 밤을 조금 더 낭만적으로 만들기를 바랍니다.”

음료의 매력에 빠져 수면 음료 시장 진출

로맨시브 이수현 대표(사진=로맨시브)
로맨시브 이수현 대표(사진=로맨시브)

서울대 경영학을 전공한 이수현 대표는 편의점에서 아침∙점심∙저녁 하루 3번 신상 음료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행복할 정도로 음료를 좋아했다. 그는 음료가 액체라는 동적인 특성 때문에 섬세한 맛의 울림을 표현할 수 있고, 기능적인 면이나 흡수율이 다른 제형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은 그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누군가에게 가장 확실하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매개체가 음료라고 믿었고, 음료에 대해 진지하게 배워보기 위해 2년 동안 바텐더로 일을 하게 됐다.

그렇게 바텐더로 일을 하면서 그는 단순히 음료를 공부하는 것 이상의 경험을 했다. 그는 밤마다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 소중한 인연을 알아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수많은 손님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빛난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그들은 이루고 싶은 삶의 목표가 뚜렷했고, 그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참 낭만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이야기를 나눠보면 사실 밤에 더 외롭고, 고민이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현실은 낭만적이지 않으니까요. 저는 사람들이 ‘하룻밤만이라도 걱정 없이 푹 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이 대표는 냉정하고 통제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도 사람들이 자신만의 낭만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수면 음료 ‘리체라 슬립샷’을 만들었다. 이 대표의 뜻에 공감하고 함께 합류한 서울대 식품 생명공학 연구진이 기술개발을 진행했고, 이 대표는 바텐더의 경험을 살려 테이스팅을 맡았다.

“미국의 수면 음료 시장은 4,500억 원 규모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펩시가 ‘driftwell’로 수면 음료 시장에 진입했죠. 국내에서는 로맨시브가 리체라 슬립샷으로 첫 진입 주자로 도전하게 됐습니다.”

성분 효능 증대를 위한 특허 기술 개발

수면 음료 리체라 슬립샷(사진=로맨시브)
수면 음료 리체라 슬립샷(사진=로맨시브)

리체라(lichera)는 자유를 뜻하는 ‘liber’와 음료를 뜻하는 ‘cicera'를 합한 말로, 리체라 슬립샷은 '밤의 고민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대표는 수면에 도움을 주는 원료를 단순히 혼합하는 것 이상의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로맨시브는 원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발효 과정을 한 번 더 거쳤다. 또 서울대 식품 생명공학 연구실에서 원료 속에서 수면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찾아 이를 증대하는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산조’라는 대추의 씨앗인 산조인은 동의보감에 실릴 정도로 수면에 효과가 있습니다. 저희는 산조인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LCR-산조인발효물을 만들었습니다.”

리체라 슬립샷에는 이 외에도 L-테아닌, 홉, L-트립토판, 마그네슘, 비타민B 등 수면을 유도하고 불안을 해소하는 성분들이 들어간다. 이 대표는 성분들을 과학적인 배합비로 설계해 음료를 제조한다고 덧붙였다.

“리체라 슬립샷은 부작용과 중독성 걱정 없는 건강한 수면 음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몸에 나쁜 성분은 제거하고 건강한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성분만 고집했어요. 당류가 0g으로, 밤에 마시더라도 부담스럽지 않도록 천연 감미료만을 사용했습니다. 알코올과 카페인 함유량은 0%입니다. 식품의약처에서 허가한 식품 원료를 사용하고, HACCP 인증 공정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했습니다.”

 

박람회에 참여한 모습(사진=로맨시브)
박람회에 참여한 모습(사진=로맨시브)

로맨시브는 리체라 슬립샷을 출시하기 전, 시제품의 형태로 국제 수면 박람회, 웰니스위크, 푸드위크 등 3차례의 박람회를 통해 1,730명의 체험단에 제품을 배포했다. 이 대표는 체험단을 시작으로 팬층을 확보한 후 와디즈에서 첫 펀딩 오픈 후 11,844%의 펀딩률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로맨시브는 예비창업패키지, 국가식품클러스터, SNU 공학컨설팅센터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또 서울대학교 창업지원단, 충주시 농업기술센터,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면 음료 연구∙개발(R&D) 고도화 및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수면 음료에 대한 기술력과 시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벤처캐피털 스프링캠프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안전하고 효과 있는 수면 음료를 만들기까지

서울대 식품 생명공학 연구진과 함게 연구∙개발을 진행했다.(사진=로맨시브)
서울대 식품 생명공학 연구진과 함게 연구∙개발을 진행했다.(사진=로맨시브)

이런 성과를 거두기까지 모든 과정이 수월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리체라 슬립샷을 완성하기까지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발효를 제대로, 과학적으로 하는 공장을 찾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전했다. 단순히 발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균을 선정해서 배양할 수 있고, 원하는 시간과 온도로 발효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로맨시브는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시설을 찾기 위해 전국 총 200곳의 공장에 연락을 시도했다.

“발효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공장들은 매우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실제로 공장에 방문했을 때,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단순 마케팅을 위해 발효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설을 갖춰 과학적으로 발효하는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듭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공장은 정식 시설 없이 단순히 모든 원료를 한꺼번에 통에 넣어 숙성시키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하는 정밀한 발효가 아닌, 단순히 ‘발효를 했다’는 사실로 더 비싸게 팔기 위한 마케팅 목적으로 발효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로맨시브는 포기하지 않고 공장을 하나하나 직접 방문했다. 전국 모든 공장 중에서 단 한 곳이라도 과학적으로 발효를 하는 곳이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공장을 만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 공장에서 서울대 연구진의 특허 출원 기술을 적용해 산조인을 발효한 LCR-산조인추출발효분말을 생산해낼 수 있었다.

 

발효기를 살피는 연구원(사진=리체라 슬립샷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발효기를 살피는 연구원(사진=리체라 슬립샷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또 다른 위기는 ‘쓴맛’이었다.

“대부분의 식품은 공장 한 곳에서 생산되지만, 저희는 공장 두곳을 이용해 리체라 슬립샷을 제조합니다. LCR-산조인추출발효분말을 가지고 음료를 제조하는 2차 공장에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기능성 성분을 과학적인 정량으로 포함하다 보니 살짝 쓴맛이 끝에 감돌았습니다.”

이 대표는 화학 물질을 사용해 쓴맛을 없애는 방법과 쓴맛을 음료에 조화시키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로맨시브는 건강한 수면을 돕는다는 브랜드 철학에 맞게 쓴맛을 조화시킬 방법을 찾고자 했다.

그는 바텐더로 일했을 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쓴맛을 맛있게 잡을 방법이 무엇일지 연구진들과 함께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러던 중 캄파리(Campari) 계열 칵테일에서 영감을 받아 맛을 완성시켰다. 

“캄파리란 비타 오렌지, 캐라웨이, 코리앙더, 용담의 뿌리 등을 배합 시켜 만든 리큐르의 일종입니다. 특유의 쓴맛에도 불구하고 시트러스 계열의 균형 잡힌 향과 질감으로 애호가들이 많은 술입니다. 캄파리처럼 쓴맛을 없애지 않고 자몽 농축액과 천연 감미료를 사용해 섬세한 맛을 구현했습니다.”

“맞춤형 수면 솔루션 제시하고파”

수면 음료를 시작으로 아이스크림, 젤리 등 다양한 식품 수면을 개발할 예정이다.(사진=로맨시브)
수면 음료를 시작으로 아이스크림, 젤리 등 다양한 식품 수면을 개발할 예정이다.(사진=로맨시브)

이 대표는 이렇게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나온 리체라 슬립샷의 가치를 소비자가 알아보고, 재구매할 때가 가장 보람차다고 말한다. 많은 소비자가 잠을 깨고 싶을 때 에너지 음료를 마시듯, 잠이 오고 싶을 때 리체라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불면증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카페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각이 많아져서 등 어떤 이유로든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상비용으로 리체라 슬립샷을 사서 챙겨 먹는 경우도 있고,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지인에게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는 약이나 수면유도제와 달리 다음 날 아침에 몽롱하지 않고 개운하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아침부터 집중해서 일에 몰입해야 하는 교대 근무자, 금융업계 종사자, 수험생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맨시브는 수면 음료를 시작으로 맛을 다변화한 젤리,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수면 식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수면 전문가들과 연구∙개발을 지속해서 진행해 수면 고민을 유형과 목적으로 분석하고,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수면 솔루션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대표는 이를 통해 수면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지치고 고민이 많아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밤, 어디선가 자신의 낭만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로맨시브가 도움을 주고 싶어요. 조금 더 발전될 내일을 위해서, 오늘 밤이 조금 더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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