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실거래 시장에서 적정 가격 추정하는 방법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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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30년 전 5,200만 원에 구입한 토지, 지금 시세를 알아보니 2,600만 원” 

주변에서 이런 에피소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왜 이런 문제가 일어날까. 농지 등 토지 시장이 ‘레몬마켓’(Lemon Market)이기 때문이다. 

레몬은 겉에서 보기에는 노랗고 예쁘게 보이지만, 한 입 베어 물면 그렇게 시큼할 수가 없다. 이처럼 겉에서 보기에 속을 알 수 없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가진 시장이 레몬마켓이다. 

농지 같이 매매가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는 부동산은 그 가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해당 농지의 매도자, 매수자 모두 얼마에 매매할지 감이 쉽게 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농지 시장은 감으로 사고, 파는 시장으로 자리 잡았고, ‘호갱’으로 귀결되는 사기 거래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농지 실거래 시장에서 농지 적정 가격을 추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적정 가격은 최저 가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품질에 비례해서 시장 가격에 준하는 가격을 말한다. 

필자는 과거 농지 특성 및 가격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하여 인공지능 기반 농지 가격을 추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더는 2,600만 원 짜리 농지를 5,200만 원에 사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트랜스파머 농지 인공지능 추정가 화면(사진=녹현)
트랜스파머 농지 인공지능 추정가 화면(사진=녹현)

 

‘애그프롭테크’란? 

필자가 설계한 비즈니스 모델은 ‘애그프롭테크’(Agproptech)에서 시작된다. 기술 기반 농업을 일컫는 ‘애그테크’(Agtech)와 기술 기반 부동산을 의미하는 ‘프롭테크’(Proptech)를 합성하여 만든 신조어다. 

데이터 기반 농업과 부동산을 융합하여 전통 농업∙부동산 산업에 대한 사고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농부, 소비자, 부동산 개발업체 모두에 이익이 되는 새로운 융합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자는 게 필자 주장의 요지다. 

이 중심에는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농업 경영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농업’이 있다. 여기에는 토양 상태 모니터링부터 작물 성장 추적, 심지어 드론을 이용한 농지 측량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 

융합 모델은 농업 경영의 타당성을 분석하고 예측하기 위해 소위 4차산업혁명 기술인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사용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농지 가격, 날씨 패턴, 토양 조건, 작물 성장, 작물 가격, 작물 소득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농부들에게 농업 경영을 최적화하는 방법에 대한 인사이트와 권장 사항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농부는 부동산 데이터를 활용하여 토지 예측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애그프롭테크 스타트업은 농지 가격 및 생산성 데이터를 활용하여 작물 소득이 높은 지역을 파악할 수 있다. 

기존 농부는 물론 귀농을 꿈꾸는 예비 농부도 주소지별 농지의 적정 가격 추정 정보를 알 수 있다. 토양 및 기후 분석을 통해 최적 작물도 추천받아 작물의 농업 생산성을 분석 및 예측하고, 실시간 농산물 도매 경락가격을 결합하여 농가 연간 소득까지 추정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농업인 고령화 및 농촌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이바지하자는 것이 이 융합모델의 골자다. 애그프롭테크 스타트업들은 농업과 부동산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함으로써 농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산업 진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즉, 농업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것이다. 

 

트랜스파머 프라이빗 베타버전 화면(사진=녹현)
트랜스파머 프라이빗 베타버전 화면(사진=녹현)

 

빅데이터 학습한 AI로 토지거래 추정하는 방법 

데이터 기반 농업 지능화 서비스, ‘트랜스파머’(Transfarmer)도 이러한 융합 모델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트랜스파머는 최첨단 IT를 상징하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에 가장 전통적 산업인 농업의 주역, ‘농부’(Farmer)를 결합한 합성어이다. 

트랜스파머 프라이빗 베타버전(Private Beta Version)은 주소만 입력하면 평당 추정가를 안내해주는데, 이는 유사한 토지거래 빅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추정값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토양과 기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AI 추천 작물과 향후 사업성도 확인할 수 있다. 즉, AI가 추천한 작물 중 하나를 선택한 후, 기작, 농지 구입 여부, 경지면적 등 조건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연 매출, 순수익 등을 예측할 수 있다. 이 역시 농촌진흥청의 농업소득데이터와 지역별 매일 업데이트되는 농가소득데이터 등을 학습한 AI 추정치다. 

더 많은 이익을 거두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트랜스파머에서 농지 및 시설 가격을 줄이는 등 조건을 다르게 설정하면서 수익 개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많은 발표 자리에서 “농촌에 사람이 오려면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필자는 “돈이 되면 오지 말라고 해도 다 옵니다, 감으로만 농업을 하라고 하는 무책임함으로는 청년 농부들을 데려올 수 없어요”라고 답한다. 

우리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서 더 나아가 챗GPT(ChatGPT) 시대에 와 있다. 얼마 전에는 세계 AI 농업대회에서 AI 기술자들이 숙련된 인간 농부를 이기기도 했다. 

엄마 혹은 음식 전문가의 손맛은 이제 ‘레시피’라는 공식으로 재구성됐고, 이러한 본질과 기술적 발전을 접목한 푸드테크(Foodtech)는 가장 촉망받는 산업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농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감으로 농사를 짓는게 아니라, 농업 경영 데이터라는 '농업 레시피'를 통해 자신의 경작을 분석하고, 추정하는 줄에 서 있게 된 것이다. 

이미 농업 선진국 미국, 네덜란드 등은 십수 년도 전부터 데이터 농업을 추진하고, 그 데이터를 매일 축적∙최적화하고 있다. 한국도 기술 선진국답게 빅데이터, 머신러닝, 사물인터넷 등 기술을 활용하여 농업과 부동산 산업이 함께 혁신∙성장하는 새로운 신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첨단 농업의 선진국, 더 나아가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녹현 김기현 대표(사진=녹현)
녹현 김기현 대표(사진=녹현)

 

김기현 대표는∙∙∙ 

現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데이터매니지먼트 전공 주임교수 

現 국제 데이터 매니지먼트 협회(DAMA) 한국 대표 

前 삼정KPMG 전략컨설팅본부 이사 

前 삼성서울병원 정보전략실 책임 

前 삼성 오픈타이드 컨설팅본부 시니어매니저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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