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자(First mover)로 도전해야 기회 있어

산업부 전경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부 전경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우리나라 개화기 소설을 보면 신작로 개발을 위해 측량 기사들이 논밭 한가운데서 작업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시공에 앞서 설계와 프로젝트관리(PM)가 대표적인 엔지니어링 산업분야이다. 그 시작은 태초에 인류가 정착해 움막을 짓기 시작하였을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이렇듯 엔지니어링은 시공과 더불어 인류발전의 역사이며 특히 건설, 플랜트, 정보통신 등 전 산업분야에서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였다. 또한 엔지니어링은 설계자의 사업경험과 기술노하우에 의해 성과품질이 좌우되는 대표적인 ‘사람중심’의 산업이다. 이처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엔지니어링 산업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지식기반 지능형 서비스로 진화해야

1960년대부터 시공과 더불어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여 외형적으로는 전체 6천여개사, 종사자 25만명, 세계 11위의 산업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본설계, 프로젝트 관리 등 고부가가치 사업이 아닌 고위험 저부가가치 영역(상세설계, 시공)에 치중된 영업방식은 저가수주와 후발국의 추격으로 인해 해외프로젝트 수주감소, 수익성 저하의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실제로 전체 엔지니어링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 비중이 95% 이상을 차지하고 해외진출 경험이 있는 기업도 70여개사에 지나지 않다. 또한 국내 SOC투자 감소는 국내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R&D 등 기술력 제고를 위한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이 대다수이다.

 

이 결과, 시공분야 기술수준은 선진국대비 95% 정도이나 설계분야 기술수준은 70%, 프로젝트 관리 수준은 65%이며 이 격차는 더욱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도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의 국제유가 급락 등에 따른 재정압박으로 발주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장기간 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점진적 유가상승 등 회복국면의 모습이 보이나 아직은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해외선진기업들은 전통적 설계역량에 4차 산업혁명기술을 접목하여 지식기반 지능형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변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특히 중국 등 신흥강국들과 차별화를 위해 기본설계, 프로젝트 관리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 AI, 빅데이터, AR/VR 등 첨단기술을 도입하여 지능화된 엔지니어링 기술진화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면에서는 우리나라에게 기회가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4차 산업 요소기술을 활용한 기술 및 시장은 전 세계가 아직 경합중이며, 우리나라 강점인 ICT 및 지능정보기술을 기반으로 동등한 선상에서 기술개발 경쟁이 가능하다. 선진기업들도 고도화를 위한 기술개발 초기단계인 지금이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선제적 기술개발 투자의 적기이다. 물론 선진국과의 설계역량 격차가 있어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간 부족했던 전통적 엔지니어링 역량을 기반기술 지능화, 전주기 디지털통합화 등 엔지니어링 고도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선택과 집중-설계지능정보화, 프로젝트 관리지능화, 통합운영고도화

그럼 어느 분야부터 출발해야 되는지 검토해 보아야한다.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학계, 연구기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바, 설계지능정보화, 프로젝트 관리지능화, 통합운영고도화라는 기술개발 3대 중점추진분야를 제안해 본다. 먼저, 설계지능정보화는 각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설계단계별 정형•비정형 정보를 빅데이터화하여 플랫폼 상에서 설계지능화와 자동화를 지원하는 스마트엔지니어링 기술을 말한다. 이 기술을 설계분야에 활용하게 되면 국내 엔지니어링사의 난제 중 하나인 설계시수(인원투입, 즉 man-hour)를 많이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국내 수많은 중소 엔지니어링사들은 수행과업에 필요한 도면을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그리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AI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신 기술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으로 명함을 촬영하여 연락처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것처럼 사물이나 구조물의 이미지 또는 아날로그 도면을 스캔하여 전용엔지니어링 툴에 입력하고 이를 인식 및 디지털로 자동 변환할 수 있다. 이러한 자동인식 기술은 현재 국내 엔지니어링사를 통해 시제품 개발단계에 있으며 이를 사업화, 상용화에 성공하면 엔지니어링 도면작업의 효율이 크게 증가하고, 자동변환 솔루션을 활용하여 글로벌 엔지니어링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프로젝트 관리(PM)의 지능화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프로젝트의 투자타당성 분석, 비용산정 등 프로젝트 선행단계와 리스크 관리, 공정, 시운전 등의 프로젝트 수행단계에 있어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지능형 프로젝트 관리기술을 말한다.

 

예를 들면, 빅데이터와 AI 기반의 지능화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 입찰시 엔지니어링 기업의 담당자들이 검토하는 계약서 및 시방서에서 발주처의 무리한 요구사항을 사전에 자동으로 체크하고 적절한 대응논리가 추천되며 모니터링됨에 따라 과도한 공기지연과 원가상승 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IBM사 등 해외 선진기업들도 아직 초기단계 이며 특히, 해외기업들이 제공하지 않는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수요에 맞는 프로젝트 관리 기술개발도 필요하다. 이러한 프로젝트 관리 지능화 기술을 통해, 수주한 프로젝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큰 규모의 손실을 예방하고 해외 기업과의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며, 더불어 기업의 수익성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전주기 통합‧운영 고도화는 엔지니어링 전주기(설계-시공-운영)간의 데이터와 시스템을 상호 연계시켜 단계별 변경사항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반영되도록 하는 지능화된 협업시스템 기술 및 운영, 고장진단, 비용절감과 같은 운영관리의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 기반의 O&M(Operation and Maintenance, 운영관리) 의사결정 시스템 기술을 말한다.

 

최근 해외 발주처들은 완공된 플랜트 설비의 O&M을 위한 예방정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수주기업에게 엔지니어링 단계의 모든 설계 및 시공 자료를 디지털화 하고 이를 3차원(3D)기반으로 통합하여 준공시 산출물로서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들은 해외 선진기업들만의 리그인 O&M 시장으로 진출을 시도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엔지니어링 기술을 활용하여 전주기 통합시스템에 기반한 지능형 O&M 솔루션들이 국내에서 개발되어 활용될 수 있도록 솔루션과 플랫폼 개발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 엔지니어링 기술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도전정신’ 필요해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현 엔지니어링 기술이 스마트 엔지니어링 기술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걸림돌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 엔지니어링 기업은 4차 산업혁명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기술로의 출발에 있어 "선도자(First mover)"역할은 기피하고, 다른 기업이 성공한 쇼케이스(show-case)의 검증을 본 후에 따라 하기식의 “추격자(Fast-follower)”쪽을 선호한다. 플랜트 경기위축 등으로 기업들의 R&D투자가 급속히 축소된 열악한 재무상황에서 수 십 억원의 신규투자와 기술개발•도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두번째 걸림돌은 축적된 데이터의 부족과 인공지능을 통한 의사결정에 대한 신뢰도 문제이다. 프로젝트 당 수 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에 걸맞지 않게 국내 엔지니어링사들은 디지털화된 데이터 축적이 빈약한 상태이다. 특히,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들은 해외 플랜트 설계 시 개개인 별로 가지고 있는(주로 엑셀파일로 보관) 각자의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필요 시 공급사로부터 견적을 받아서 사용해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회사 차원의 표준화된 DB구축이 어렵게 되었다. 또한 엔지니어링 분야에 AI를 도입한 경험이 부족하여 AI 의사결정시스템의 초기 제품에서 원하는 정확도를 확보하여 고객사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AI 어플리케이션의 개발과 활용을 주저하고 있다.

 

이러한 걸림돌과 취약점을 제거하는데 정부의 엔지니어링 R&D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AI기반의 엔지니어링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과 도입에 있어서 정부차원의 연구개발 과제를 추진하여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으며, 중소기업 인력의 전문성 향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문인력 양성사업도 균형 있게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엔지니어링 전문기업들의 동업자 정신과 협력이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엔지니어링 기업, 학계, 연구기관들의 각고의 노력과 정부의 맞춤지원 그리고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하여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기술역량을 제고하고 글로벌 7대 엔지니어링 강국으로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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