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실패 경험이 가장 큰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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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실패에 따른 부담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패가 없었다면 미국의 우버, 에어비앤비, 중국 알리바바 와 같은 기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스타트업 기업인의 평균 실패 경험 횟수가 1.3회인 반면,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인들은 평균 2.8회의 실패 경험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도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건강한 재창업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조성될 수 있을까?

 


스타트업의 높은 폐업율은 전 세계적 현상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5년 이내 폐업률은 70%를 넘는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폐업이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미국 노동통계국(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 데이터에 의하면, 신규 스타트업의 약 20%가 2년 이내, 45%가 5년 이내, 65%가 10년 이내에 실패를 겪는다. 즉, 장기적으로 10개의 스타트업 중 1~2개만 살아남는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1990년대 이후 일관되게 기록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CB Insgints)에 따르면, 신생 스타트업의 70%가 첫 자금 조달 이후 약 20개월 뒤에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경우, 시드투자를 받거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를 유치한 후, 97%가 고비를 넘지 못하고 실패한다.

2019년 11월, CB인사이트가 스타트업의 실패 원인을 분석한 결과, ‘시장 수요 부재’가 42%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이어 ‘자금 부족’(29%), ‘팀 구성’(23%), ‘경쟁 과열’(19%), ‘가격·비용 문제’(18%),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은 제품’(17%),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제품’(17%) 등이 창업 실패의 주요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온라인 비즈니스 컨설팅업체 ‘아이고스타트업(iGoStartup)’은 유럽 내 스타트업의 50%가 3년 이내에 파산하고, 초기 유럽 기업가의 82%가 실패한다고 밝혔다. 또한, 유럽 테크 스타트업 시장은 북미(1조 3,700억 달러)와 아시아(6,750억 달러)에 비해 2,40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는 등 상당히 뒤처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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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유럽 스타트업 환경, 국내와 어떻게 다른가


이처럼 국내뿐만 아니라 북미·유럽 스타트업들도 실패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나 유럽은 재창업 생태계가 비교적 잘 형성돼 있어 재도전의 기회가 열려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는 환경이 어떻게 다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자금 확보 측면을 살펴보자. 

자금은 사업 성패를 쥐고 있는 열쇠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의 스타트업들은 크라우드펀딩이나 사전 영업(presales)에도 불구하고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영국 런던, 이스라엘 텔아비브, 독일 베를린 등 3곳의 스타트업 자본은 모두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위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재, 멘토링, 기관 투자자 등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 후기 단계 투자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우선 순위를 수익과 성장 중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미국과 유럽 스타트업을 나눌 수 있다. 성장에 중점을 둔 미국 스타트업들은 차세대 페이스북, 우버 등을 꿈꾸며 해당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많은 미국 스타트업들이 성장성을 내세우며 자금을 투자받지만, 수익 창출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유럽은 수익 창출을 중심에 두고 제품 시장 적합성을 판단하고 있다. 물론, 유럽에도 성장 지향적인 스타트업이 많이 존재하며, 미국에도 수익 중심 스타트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하나 다른 점은 미국 스타트업과 달리 유럽 스타트업은 순차적으로 비즈니스 시장 진출 전략을 세운다는 것이다. 유럽은 언어와 문화가 다양해 모든 유럽 국가에 동시 진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스타트업 성장 속도도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 있다. 창업 실패를 자산으로 축적하고자 하는 분위기다. 가령, 스웨덴에는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 구축돼 있어 창업 실패에 대한 개인의 부담이 크지 않다. 한 마디로, 창업에 실패에도 재도전할 여지를 충분히 준다는 것이다.

 


재창업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바뀌어야


우리나라의 재창업 통계를 살펴보면, 창업진흥원의 재도전 성공패키지 사업 기준, 2015년 해당 사업이 신설된 후 올해까지 1,337개사를 지원한다. 2018년 기준, 재창업하는 641개사를 지원했으며, 이를 통해 552억 원의 매출, 210억 원의 투자, 1,492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창업 실패 후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가 경제적 재기다. 미국에서는 금융전문가로 조직된 사업회생관리협회(Turnaround Management Association·TMA)가 기업 구조조정에 관여하고 있는데, 단순 회생뿐만 아니라 기업 실적 개선과 사업 위기관리, 구조조정 수행 등의 기업 리스크를 극복하고 개선된 결과를 도출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을 돕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재기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파산 기업인의 재기 관련 정책 원칙을 마련해 회원국에 제시하고, 기업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사기 등의 부정행위와 관련된 부도가 아닐 경우 1년 이내 법적 절차를 종료하고 신규 창업인과 동등한 위상과 지위를 부여하도록 한다. 

일본의 경우, 중소기업재생지원협의회 운영을 통해 기업이 처한 비즈니스, 경영상황 등의 상세 조사, 위험 원인 분석 등을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한 재생계획안을 수립하고 금융기관과의 조정을 지원한다.

우리나라 역시 이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와 연계해 재창업기업 중 과중채무자의 경제적 재기를 위해 채무조정을 지원하고 정부 지원 사업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재창업 활성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지원 제도의 한계와 보완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제일 먼저 실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하고 재도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와 관련 창업진흥원 관계자는 “재창업 인식 개선뿐만 아니라 기술혁신 중소기업 대부분이 제조분야에 집중된 만큼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조와 지식서비스 분야를 구분해 재창업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재창업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투자유치, 대기업 협업 연계 인수합병(M&A) 등 창업 생태계 연결고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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