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확장에 주목해야 할 때

2016년 말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성 인식 및 합성 기술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음성비서(voice assistant) 플랫폼인 ‘누구(NUGU)’를 발표한 이후 2017년 들어 KT(기가지니), 삼성전자(빅스비), 네이버(클로바), 카카오(카카오 아이)가 연이어 음성비서를 발표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가정용 스마트 스피커와 셋톱박스를 발표하면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후 국내 음성비서 시장은 기대와 달리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실제 이용률도 확대되지 않고 있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음성비서 시장이 제대로 성장도 못하고 끝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반면, 미국의 아마존과 구글, 중국의 알리바바, 샤오미, 바이두는 자체적인 음성비서를 계속해서 개선했으며, 이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음성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와의 연동을 통해 사물인터넷 시대를 열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제 기존의 개인비서 업체는 물론 여러 스타트업들이 개인(가정) 대상의 서비스 시장을 넘어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전문화된 음성비서 플랫폼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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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도 오디오 단말-콘텐츠 시장 확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 경제 시스템이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체류 시간이 늘어난 집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게임과 온라인 동영상, 홈트레이닝 산업은 오히려 성장 기회를 얻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과 팟캐스트(podcast)와 같은 오디오 콘텐츠 시장도 코로나19 사태로 오히려 이용자와 서비스 이용량이 늘어나는 중이다.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거액을 투자해 거물급 팟캐스트 진행자와 독점 유통계약을 체결하고 애플도 유료 뉴스 제공 서비스인 ‘애플뉴스+’에서 텍스트 형태를 넘어 오디오 형태의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집에서 쉽게 오디오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음성비서가 탑재된 스마트 스피커의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스마트 스피커 시장의 확대는 음성으로 작동하는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확대하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오고 있으며 음성비서 자체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업무 특화 기업용 음성비서 시장도 주목

스마트폰과 스마트 스피커에서 음성비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음성비서를 기업 용도로 도입하는 산업들이 등장한 것인데, 도입 업체들은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이나 고객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정 산업에 특화된 음성비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등 전문업체도 등장하면서 기업용 음성비서 시장은 향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헬스케어•의료 산업에서 의료진의 업무 보조 역할
헬스케어와 의료 영역은 최근 음성비서의 도입이 매우 활발히 진행되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아마존은 이미 지난해 4월 의료보험 상호운용성 및 책임법(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HIPAA)을 준수하는 의료용 음성 애플리케이션을 의료기관들과 협력해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개인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한다. 이 외에도 여러 스타트업들이 의사와 같은 의료진이 이용할 수 있는 음성비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음성비서는 의료진이 업무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의료진은 환자 진찰 외에도 다양한 서류 작업과 행정업무를 담당하는데, 음성을 통해 쉽고 빠르게 문서를 작성하고 환자의 기존 의료기록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음성비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세이카라(Saykara)’에 따르면 의사들이 음성비서를 이용할 경우 문서 작업 시간을 2~3시간 줄이고 작성해야 하는 문서 자체도 70%가량 줄일 수 있다.

이 외에도 ‘뉘앙스(Nuance)’와 같은 음성인식 전문업체뿐 아니라 ‘수키(Suki)’, ‘펠릭스(Phelix.ai)’, ‘딥그램(Deepgram)’ 등의 스타트업들이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여러 의료기관에 음성비서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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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게임용 음성비서 개발 추진

일본 소니는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에 음성비서를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직은 상용 제품이 출시되지 않았으나, 여러 특허 문서 등을 통해 ‘플레이스테이션 어시스턴트’라는 음성비서를 개발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콘솔 이용자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음성으로 여러 질문과 조작을 하고 게임 진행에 대한 힌트를 들을 수 있는데, 특히 이용자가 게임을 과도하게 즐길 경우 음성비서가 휴식을 권장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 다른 콘솔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용 음성비서를 개발하지는 않고 있지만, ‘아이작(Issac)’이라는 엑스박스용 음성비서를 개발한 독일의 스타트업 ‘프리다이(Fridai)’에 투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기존 기업용 솔루션에 음성비서 통합 추진

‘코타나(Cortana)’라는 음성비서를 제공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는 일반고객 시장에서는 아마존 ‘알렉사’, 구글 ‘구글 어시스턴트’, 그리고 애플 ‘시리’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결국 컨슈머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그러나 음성비서 사업을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니며, MS가 강세를 보이는 다른 기업용 솔루션의 이용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음성비서를 활용하고 있다.

즉, 코타나를 기업 전용 서비스로 전환한 것인데, 이미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이메일 서비스인 아웃룩에 코타나를 통합해 음성으로 이메일을 듣고 바로 일정을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용이 더 늘어나고 있는 기업용 협업 솔루션 ‘팀즈(Teams)’에 코타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음성기술업체 ‘뉘앙스’는 지난 4월 ‘뉘앙스 믹스(Nuance Mix)’라는 플랫폼을 개발했는데, 이는 기계학습과 음성인식 등 동사가 보유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제공하는 것으로,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직원간 소통이나 고객 응대 등 원하는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맞춤형 개인비서 제작을 가능하게 한다.

인공지능 기반 음성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패러독스(Paradox)’는 아마존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 기반의 기업용 음성 애플리케이션 ‘올리비아(Olivia)’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면접 일정 수립, 입사 서류 관리 등 인사업무에 특화된 솔루션으로, ‘패러독스’에 따르면 이미 200여 개 업체가 도입했다.

 

비접촉 주문 위한 요식업계의 음성비서 도입

패스트푸드 체인 등 오프라인 기반의 음식점들도 비용절감과 업무 효율화, 종업원의 업무 부담 경감, 그리고 보다 빠른 주문을 위해 음성비서를 도입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9월 음성기술 스타트업 ‘앱렌트(Apprente)’를 인수했는데, 고객이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할 경우 걸리는 시간은 1분 이상이지만, 음성으로 주문할 경우 단지 4초 정도만 소요돼 보다 빠른 주문이 가능해진다.

이 외에도 미국의 프리미엄 버거 체인점인 ‘굿타임 버거 & 프로즌 커스터트’는 지난해 스타트업 ‘발얀트(Valyant)’가 개발한 음성비서를 드라이브 스루 주문에 도입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음식 주문에 특화된 음성비서를 개발하는 ‘컨버스나우(ConverseNow)’는 지난 5월 325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컨버스나우’에 따르면 개인에 따른 맞춤형 추천도 가능한 이 솔루션을 도입한 식당들은 주문 건당 금액이 2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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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효율성 개선 목표

기업들의 음성비서 도입은 아직은 보편화된 트렌드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도입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은 기업 내부의 프로세스를 더욱 효율화하거나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음성비서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초기에 도입한 기업들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얻었는지 명확히 알려진다면, 이를 추진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임은 당연하다.

다만, 음성비서를 단기간 내에 도입한다고 해서 도입 목표가 바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음성비서가 각 기업이 속한 산업에 특화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아마존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와 같은 범용 음성비서와 달리 산업에 특화된 용어와 업무 프로세스 등을 인지하고 직원 및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도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업무 시스템과 긴밀히 통합돼야 한다. 그리고 이 점에서 스타트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다양한 기업용 솔루션 업체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수직 시장(vertical market)을 겨냥한 음성비서 관련 기술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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