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방송통신업체가 얻을 수 있는 것

해외 주요 방송통신사업자들은 다양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자체적인 기술·플랫폼·콘텐츠·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활용해 기존 사업을 혁신하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차원에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기존에 진행돼 왔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 최소 혹은 기약 없이 연기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최근 외신에 보도된 사례를 중심으로 주요 방송통신 업체들이 발표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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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생태계 확대 위한 액셀레레이터 프로그램 사례

미국 1위 이통사인 버라이즌(Verizon)은 6월 말 영국 디지털 기술 및 혁신 분야 비영리단체인 ‘디지털 카타퓰트(Digital Catapult)’와 제휴를 맺고, 기업용 5세대 이동통신(이하 5G) 활용 분야 개발을 위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소매 업체와 브랜드 파워를 보유한 대기업들이 정보기술(IT) 스타트업들과 협력해 5G 기반 기업용 솔루션의 효과와 잠재력을 테스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버라이즌은 5G 네트워크가 빠른 무선 데이터 전송을 실현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용 사례가 발굴돼야 시장이 확산한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통신사임에도 영국에 자체 5G 서비스 개발 및 테스트 시설을 설립하고, 정보기술 스타트업 참여를 통해 5G 기반 증강 쇼핑, 가상 이벤트, 스마트 소매업, 지능형 자산관리와 증강현실 기반 작업 공간 등 다양한 5G 응용 분야를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버라이즌은 2019년 1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행사에서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100만 달러 규모의 5G 서비스 경진대회인 ‘Built 5G Challenge’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1년여에 걸친 과정 끝에 2020년 1월 29일 3개 스타트업을 최종 선정 업체로 발표했다.

최종 선정 업체에는 순위별로 각각 100만 달러, 50만 달러, 25만 달러의 상금과 함께 버라이즌 전용 5G 랩(lab)을 이용해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졌다. 8주간 버라이즌 전문가들의 네트워크 접속 및 개발 지원도 받았다.

최종 선정 스타트업들은 주로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분야 업체들이었다. 1위 ‘아리오(Ario)’는 증강현실(AR) 안전 및 효율성 플랫폼 업체였으며, 2위 ‘가로우(Garou)’는 다양한 가상현실 콘텐츠 이용과 복잡한 가상 공간 내에서 상호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선보였다.

3위 ‘렉스셋(LexSet)’은 사진이나 비디오로 인공지능을 훈련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3차원(3D) 콘텐츠에서 생성된 합성 이미지 데이터를 이용해 인공지능 시스템을 훈련시키는 프로젝트를 선보여 최종 선정됐다.

한편, 미국 통신사 티모바일(T-Mobile)은 올해 5월 19일 2020년 ‘티모바일 액셀러레이터(T-Mobile Accelerator)’ 프로그램 참가 스타트업 명단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종전게티이미지뱅크‘스프린트 액셀러레이터(Sprint Accelerator)’로 운영됐으나, 티모바일이 스프린트를 인수합병하면서 티모바일이 운영하게 됐다.

특히 2020년 프로그램은 ‘엑셀러레이팅 테크 위드 5G(Accelerating Tech with 5G)’라는 주제로, 티모바일의 5G 네트워크로 상용화될 수 있는 혁신적인 상품과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자율주행 무인비행기(UAV) 개발 업체인 ‘어웨어 비히클(Aware Vehicle)’ ▲자동 아파트 관리 솔루션 업체 ‘홈베이스(Homebase)’ ▲경기 플레이어 시각의 실시간 NFL 경기 스트리밍 솔루션 업체 ‘올비 프라임(ORBI Prime)’ ▲비전 인공지능과 모바일 가상현실 기반 미디어 기술 업체 ‘시어스랩(Seerslab)’ 등 미국 스타트업과 ▲드론·로봇 등 지능형 자동화 단말 분야 영국 업체인 ‘언맨드 라이프(Unmanned Life)’ ▲네덜란드 인공지능 기반 업무 생산성 솔루션 개발 스타트업인 ‘조이 미트(Zoi Meet)’ 등 6개 업체가 선발됐으며, 7월 30일 온라인상에서 가상의 데모데이를 통해 결과물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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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디어 업계,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시도

미국 미디어 업체가 시도하는 스타트업 액셀레레이터 프로그램의 대표적 사례로는 ‘디즈니 액셀러레이터(Disney Accelerator)’와 컴캐스트(Comcast)의 ‘리프트 랩 액셀러레이터(LIFT Labs Accelerator)’를 꼽을 수 있다.

‘디즈니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 2020년 3월 지원 신청을 받았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된 반면, 컴캐스트의 ‘리프트 랩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1월 신청 오픈과 5월 마감에 이어, 9월 8일 선발 업체 대상 교육이 시작돼 12월 1일 종료되는 스케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0년 3회차를 맞이하는 ‘리프트 랩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커넥티비티(connectivity),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액셀러레이팅 전문 기업 ‘테크스타즈(TechStars)’와의 협력을 통해 스타트업 멘토링과 현업 네트워킹에 주안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2018년 1회 프로그램에는 차량 공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게임 등 10개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2회 프로그램에는 인공지능 및 스포츠미디어 분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11개 업체가 함께 했다. 2020년 3회 프로그램에는 미래의 일(future of work), 커넥티비티, 디지털 경험 분야 스타트업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0년 프로그램에서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장애인과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 간의 연결과 커뮤니케이션, 장애인 친화적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리프트오프(LIFToff) 챌린지’도 포함된다.

상세한 프로그램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며, 선발된 스타트업에게는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 단계의 제품 및 서비스 개발, 멘토링, 테스트 환경과 관련된 데이터가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컴캐스트 산하의 NBC유니버셜(NBCU)이 시도하는 스포츠 기술 분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인 ‘스포츠 테크(SportsTech)’도 흥미로운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NBC 스포츠(NBC Sports), Sky 스포츠 골프 채널(Sky Sports Golf Channel) 등 NBC유니버셜 산하의 스포츠 채널들이 나스카(NASCAR), 미국 스키·스노우보드협회, 수영연맹 등 스포츠 단체들과 맺은 제휴를 기반으로 한다. 1월 신청 오픈과 5월 마감, 8월부터 선발된 업체에 대한 멘토링과 네트워킹 등을 거쳐 3개월간 집중 육성 및 지원 과정이 진행된다.

컴캐스트나 산하의 스포츠 채널이 직접적인 스포츠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포츠 테크 프로그램을 통해 스포츠 단체나 향후 스포츠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스포츠 테크 분야 유망 스타트업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스포츠 테크가 미래 스포츠 중계나 스포츠 콘텐츠 분야에 미칠 영향에 대응하는 생태계 조성 방식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리프트 랩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과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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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방송통신사, 5G·몰입형 콘텐츠 개발 중심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진행

미국의 방송통신사업자들이 직간접적, 중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사업과 관련한 아이템을 발굴하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차원에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면, 독일에서는 특정 분야에서 잠재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팅 사례가 있다.

텔레콤(Deutsche Telekom)과 민영방송인 매디고르프 RTL 도이칠란트(Mediengruppe RTL Deutschland, 이하 RTL)가 미국 벤처캐피탈인 퀘이크 캐피탈(Quake Capital)과 협력해 진행하는 5G 기반 몰입형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2020년 2월 초 버라이어티(Variety) 지(誌)에 소개된 이 프로그램은 최대 15개의 초기 단계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업체당 최대 10만 유로를 투자하고 멘토링 및 교육 과정을 진행한다. 투자는 퀘이커 캐피탈 유럽 지부가 주도하고 RTL은 몰게티이미지뱅크입형 콘텐츠 개발과 제작, 도이치 텔레콤은 제작된 콘텐츠를 5G 네트워크를 통해 송출 및 유통하는 측면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하게 된다.

RTL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유망 몰입형 콘텐츠를 확보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도이치 텔레콤 역시 5G 유망 서비스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몰입형 미디어 콘텐츠 사업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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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절호의 기회

지금까지 살펴본 해외 방송통신사업자들이 개최하거나 참여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기존의 다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참여 스타트업들에게는 좋은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단 방송통신사업자들은 정부로부터 사업권을 받아 일정 규모의 네트워크와 커버리지를 갖추고 사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기업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이들이 진행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 양적, 질적 측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방송통신사업자들은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콘텐츠를 시청하는 최종 이용자 혹은 시청자들과의 접점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 대상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시도하는 스타트업들에게는 이들이 진행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의 고객 반응을 테스트해 볼 수 있다.

또 방송통신사들은 다양한 상품·서비스·콘텐츠 개발, 유통, 제공, 결제 등 다양한 밸류 체인에 걸쳐 협력업체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업 간 거래 사업을 시도하는 스타트업들에게도 업계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다시 말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방송통신사업자들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초기 투자금 유치는 물론, 업계 네트워크 구축, 멘토링을 통한 인력 개발의 계기가 될 수 있고, 기존의 대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참신한 사업 아이템을 갖고 있음을 증명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치열한 경쟁과 엄격한 심사를 거쳐 방송통신사업자들이 진행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는 것 자체가 일정 부분 시장에서 검증을 받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추가 펀딩을 받는데도 유리하다.

한편, 방송통신사업자들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 스타트업에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방송통신사업자들에게는 성장이 정체 혹은 둔화된 방송통신 시장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 콘텐츠, 사업모델을 발굴해 기존 사업을 혁신하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방송통신사업자 입장에서도 스타트업을 혁신성을 가진 사업 발굴의 협력 상대이자, 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선구자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이 같은 역할을 감당할 스타트업을 찾고,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 미래 전략의 일부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국내 방송통신업체들도 직접적 사업 개발뿐만 아니라, 혁신 생태계 구축과 개방적 혁신 전략 차원에서도 좀 더 과감하고 지속적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컴캐스트와 NBC유니버셜의 스포츠 테크나 독일 도이치 텔레콤과 RTL의 사례처럼 다수의 업체들이 공동으로 전략적 목표를 갖고 전문 기관과 함께 진행하는 액셀러레이터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민간과 시장이 주도하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또 액셀러레이팅 활성화 정책 수립에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스타트업과 혁신 정책 당국도 관련 동향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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