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타트업이 우주 발사대에 서게 될까

카운트다운 3, 2, 1. 발사대에 섰던 140톤짜리 우주선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관중들은 어딘지 모를 별을 향해 멀어져가는 우주선에 시선을 빼앗긴다. 지구의 중력과 대기의 저항을 거슬러 무사히 궤도에 들어설 무렵, 노란 불을 내뿜던 추진체가 제 몫을 다하고는 우주선을 떠나보낸다. 새로운 행성을 탐험하기 위한 첫걸음은 이처럼 우주선을 우주로 보내는 일이다. 로켓으로 비유되곤 하는 스타트업에게 액셀러레이터란 바로 이 추진체와 같은 존재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 관련 용어는 유독 외래어가 많다. '스타트업'마저도 창업 초기 단계의 '벤처' 기업을 지칭하는 말이다. 투자 업계에서는 벤처캐피탈 외에도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 등 사업화 단계에 따른 육성 주체에 대한 개념이 세분화되고 있다.

창업기획자로 공식 번역되는 액셀러레이터는 미국에서 2000년대 중반 처음 등장했다. 창업가 출신으로 후배 스타트업을 위해 개인적으로 각종 자원을 지원했던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이 설립한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가 그 시초로 알려져있다.

벤처캐피탈이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재정 조달에 초점을 둔다면, 액셀러레이터는 사업 검증이 필요한 스타트업에 초기 자금과 성장 자원을 제공한다. 창업 초기의 높은 위험을 분담하는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스타트업은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구체화된 목표와 실행계획을 만들어 원대한 시장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액셀러레이터의 역할

창업은 예술의 영역이라고 한다. 예술가가 상상 속에 있는 형상을 표현해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듯, 창업가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가설을 검증해나간다. 아이디어의 유무보다는 실행 계획과 성과를 가지고 창업팀의 역량을 판단하는 이유다.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창업가의 철학과 팀의 역량, 사업 로드맵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시화되지 않은 초기 창업팀은 사업의 당위성을 증명하는데 편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액셀러레이터는 좋은 아이디어가 공상에 그치지 않고 고객이 찾는 솔루션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창업팀의 초기 사업화 계획을 검증하는데 초점을 둔다.

액셀러레이터가 제공하는 자원은 창업 생태계의 성숙도에 따라 변화해왔다.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정책과 대중적 관심이 확산되기 이전에는 법인 설립과 팀원 모집, 공간 마련부터 시작되는 초기 지원이 필요했다.

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창업가들이 생태계에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정기화된 공개 모집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특정 분야 전문성을 가진 액셀러레이터도 등장하고 있다. 일반적인 공개 모집 절차는 지원서 접수, 대면 면접, 사업계획서 발표, 투자 심의 순으로 진행되며 선발 후에는 평균 3개월간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가진다.

액셀러레이팅은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초기 창업팀의 제한적 자원을 집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도출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액셀러레이터의 투자 여부와 시기에는 편차가 있지만 창업팀의 인건비와 사업비 등을 고려해 약 6개월간 생존할 수 있는 자금을 적정 규모로 산정한다. 이때 스타트업의 첫 가치 평가와 함께 지분을 취득하게 된다.

액셀러레이터의 투자 시점에 사업의 리스크가 가장 높다는 점을 감안해 기업 가치는 낮은 편이지만, 회사의 성장에 따른 후속 투자 유치 등을 통해 기업 가치는 점점 상승한다. 결국 창업팀과 액셀러레이터는 다음 성장 단계로의 도약을 함께 준비하는 운명 공동체와 같은 관계를 맺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액셀러레이터의 스타트업 선발 기준

우주 탐사와 예술에 비견되는 창업이지만 고객 문제 정의와 제품 설계, 시장성 검증 등 일련의 과정은 방법론으로 제시될 수 있다.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을 6단계로 구분하면 아이디어 도출, 고객 발굴, 고객 검증, 전략 검증, 스케일업, 지속가능성 확보로 요약된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사업화 단계상 외부 자원 투입으로 속도를 낼 수 있는 시점에 효과가 극대화된다. 창업팀은 최소한 가설 검증이 가능한 수준으로 솔루션을 만들고, 시장에서 테스트를 하는데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핵심 가설, 최소 기능 제품(MVP), 초기 고객 지표를 갖추고 고객 검증 단계에 진입할 때 창업팀과 액셀러레이터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실행 계획이 없는 아이디어나 대표자 1인 기업인 경우 등 지나치게 이른 단계에서는 액셀러레이팅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때는 정부 지원 사업이나 인큐베이터의 도움을 받아 초기 사업화를 진행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진단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4가지 기준은 팀, 제품, 시장 그리고 성과다. 창업팀은 해당 사업을 전개해나가기 위한 전문성과 판단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사업의 성공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지 확인받는다.

제품의 경우 해당 문제와 솔루션의 적합성(Problem-Solution Fit)과 제품과 시장의 적합성(Product-Market Fit) 발견 여부가 중요하다. 세부적으로는 문제의 규모, 최소 기능 제품 설계, 초기 고객 피드백과 확장 가능성을 평가한다.

시장은 잠재 고객 예측, 경쟁 환경 분석과 사업 확장 계획을 판단하기 위한 요소다. 성과의 경우 창업팀의 실행력뿐만 아니라 시장 수요에 대한 정량적 증거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위 항목들은 창업팀 스스로 사업을 점검하기 위한 기준이기도 하다.

투자심의 기준표,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매뉴얼. (출처: 소풍벤처스, 2019)
투자심의 기준표,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매뉴얼. (출처: 소풍벤처스, 2019)

액셀러레이터를 고르는 기준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된 액셀러레이터가 260여 곳에 달하고, 경연 대회와 육성 사업이 다양해지면서 액셀러레이터 간에도 유망한 창업팀을 발굴하기 위한 경쟁이 생겨나고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사업의 성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예를 들면 시장에 집중하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솔루션 관점의 테크 액셀러레이터, 목적 중심의 임팩트 액셀러레이터 등 저마다의 특징을 파악해 창업팀의 철학과 방향성에 따라 지원할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의 설립 취지과 투자금의 원천이 되는 펀드의 성격, 선발 분야에 따라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나 가중치가 다르다는 점도 지원 시 고려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는 재무적 투자자일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다양한 자원을 조달하는 동반자다. 가장 배고프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창업가를 위해 사소한 고민까지 경청하고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팀원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때로는 팀의 솔루션을 열렬히 대변하는 영업 사원으로 변모할 수도, 사업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참모가 되어줄 수도 있다. 좋은 액셀러레이터는 창업팀의 독립적인 결정권을 존중하되, 사업을 위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아낌없는 조언을 제공한다.

모험적인 환경 속에서 수년간 분투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사업의 목적에 공감하고 과정과 결과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액셀러레이터가 필요하다. 단순히 투자금의 규모를 비교하는 것보다 팀의 성장을 위해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솔직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까닭이다. 창업 경험이 있는 파트너와 인내 자본 성격을 가진 펀드, 풍부한 동문 기업 네트워크 등은 이를 판단해볼 수 있는 핵심 요소다.

소풍은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을 위해 2008년 설립된 임팩트 액셀러레이터다. 이런 스타트업을 소셜벤처라고 부른다. 2020년 8월 기준, 포트폴리오 기업은 70곳이며, 올해 상반기부터는 매월 공개 모집을 통해 약 40:1의 경쟁률로 창업팀을 선발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선발 기준으로 팀, 제품, 시장, 성과 외에도 창업팀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시급성과 심각성, 수혜자의 규모 등을 산출해 사회적 가치를 평가한다. 고객 검증 단계로 진입하는 사업의 경우 표준 투자금은 1억 원 규모이며,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시작 전 최종 선발이 완료돼 투자 계약을 진행한다. 3개월간 진행되는 액셀러레이팅에서는 전담 파트너와 심사역이 배정돼 팀십(Teamship) 기반의 밀착 관리와 다양한 성장 자원이 제공된다.

모든 스타트업은 고유의 여정을 만들어간다. 그렇기에 혁신의 최전선을 향한 도전을 시작하는 창업가들을 대면하는 순간은 액셀러레이터의 심사역으로서 언제나 고무적이다. 창업은 스타워즈 같은 공상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사업계획서는 엔진 설계부터 궤도 설정까지 실행 가능한 수준의 정확한 진단과 구체적인 계획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스페이스X’의 설계도가 돼야 한다. 우주를 향한 발사대에 선 스타트업에게 액셀러레이터가 추진체와 같다면, 끝이 정해지지 않은 여정을 떠나는 창업가에게 파트너와 심사역은 동료 우주비행사와도 같다고 소풍은 정의한다. 오늘도 사회 문제 해결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에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전하며, 우주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친 창업가들의 연락을 기다린다.

 


소풍 고영곤 심사역

액셀러레이터 소풍에서 투자팀 발굴, 선발 및 액셀러레이팅을 담당하고 있다. 실버문, 블루비커 등 배치 7, 8기팀을 전담 관리하고 있으며 포트폴리오사 대상 브랜딩, 홍보PR 및 임팩트 지표 관리와 임팩트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및 실행,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마스터 코스 등 신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배치 모집, 데모데이,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방법론(IAM),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리포트(IAR) 등 콘셉트 기획 및 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한국임팩트투자네트워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에서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관련 발제 및 강의 진행을 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