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전시장, 역동적으로 개척하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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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2019년 어느 날 지방에서 사업을 하는 지인으로부터 현대판 청개구리 이야기를 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실시하면서 태양광 발전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자 그 지인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선산의 나무를 베어내고 태양광 시설을 만들었다. 

그런데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 묘가 떠내려갈까 봐 걱정이 되어 구슬프게 우는 청개구리처럼 비가 오면 쏟아져 내려오는 빗물에 태양광 시설이 유실될 것이 걱정되어 삽을 들고 산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2020년 8월, 폭우가 쏟아져 섬진강 제방이 유실되면서 남원, 구례, 하동 등의 많은 농경지가 유실되고 가옥이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섬진강 제방 사업 후에 이렇게 넓은 지역에 걸쳐 수몰된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집중호우가 주원인이지만 나무를 베어내고 산비탈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무분별하게 설치하여 빗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온 것도 원인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설치로 인한 토사유출 등 산사태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었다. 

 

한국의 원전 경쟁력

필자가 말레이시아에서 근무할 때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적이 있다. 2010년 12월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방문이 추진되었을 때에도 원전 수출문제는 가장 중요한 이슈였는데, 정상회담에서 말레시이시아 총리가 한국의 스마트 원자로에 관심을 표명하였다. 

한국형 원전 산업의 기술력과 안전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3세대 원전인 APR 1400은 미국 외 국가로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유일하게 따냈고, 유럽 사업자 요건 인증도 받았다. 

원전 건설비용이 프랑스의 절반,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할 만큼 경제성도 강했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전 사업을 따내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였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많은 나라들이 탈원전을 추진했었으나  다시 원전 비중을 늘리는 추세이다. 이 때문에 해외진출의 호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던 원전 산업이 문재인 정부의 느닷없는 탈원전 정책으로 기회를 상실함은 물론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던 원전 산업이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고 있다.

7,000억 원 들여 보수한 원전을 멈춰 세우고, 공사 중이던 원전사업을 중단했으며, 건설이 끝난 원전은 허가를 내주지 않은 일이 계속됐다. 그 결과, 원전 기업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핵심 인력의 해외 유출 문제도 심각해졌다. 대학 원자력 전공 학생 수도 줄고 있다. 

2018년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하는 등 탈원전 정책 여파로 두산중공업이 입은 손실은 수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임원 대규모 감축 뒤 사업 조정, 유급휴직, 명예퇴직 등 강도 높은 자구적 노력을 펼쳤지만 누적 순손실이 크게 불어나자 구조조정 강도를 높였다. 

탈원전 정책의 ‘나비효과’는 비단 두산중공업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한국전력에서부터 발전 관련 부품을 만드는 중소 협력사에 이르기까지 원전 생태계 전반이 붕괴되고 있다. 앞으로 제대로 버텨낼 기업이나 인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전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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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다시 만드는 데는 이전보다 몇 배의 힘이 든다. 국가 발전을 생각하고 국민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정부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공약에 얽매여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원전 생태계가 붕괴하든 말든, 세계 일류 원전 기술이 사장되든 말든,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든 말든, 그로 인해 국가 경제가 망가지든 말든, 탈원전 정책은 요지부동이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막대한 돈이 투입됐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값싼 전력 공급원인 원전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에서는 엄청난 전력이 소요된다.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전력이 적자의 늪에 빠지고,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해졌다. 그런데 정부는 표를 의식하여 전기료 인상에는 주춤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한국전력의 부실화로 이어지고 한국의 전력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원전 사업 진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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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수출국 한국의 원전 산업이 붕괴되고 있는 참담한 상황이지만 미국이 협력의 손을 내밀면서 희망이 보이고 있다. 5월 말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양국이 원전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해 해외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탄소중립 달성에 원전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본 바이든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특히, 미국은 원전을 국가 안보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1979년 미국 원전사고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한 미국으로선 세계 원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라는 파트너가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미 양국의 원전 동반 진출 방안이 발표된 후 탈탄소 핵심기술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같은 원전 소형화 및 차세대 원전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담은 규모가 300메가와트(㎿) 이하인 소규모 원전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경제성 문제로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란 공동의 목표가 생기며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SMR처럼 안전성과 경제성이 핵심인 제품을 국내에서 건설도, 운영도 해보지 않은 채 수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다른 문제는 SMR 기술 개발과 수출, 실제 제작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국내 공급망이 살아있어야 SMR 개발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 상황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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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원전 굴기는 원전산업이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되고 있는 한국과 비교된다. 2018년 5월 기준 중국에서 가동되는 원전의 수는 총 38개이고, 18기가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중국은 산업 인프라 구축, 금융지원 패키지 등을 제시하며 원전 수출 경쟁력을 높이면서 세계 원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 중요한 시기에 한국이 원전 건설을 중단해 원전부품 공급망을 붕괴시키고 신인도를 떨어뜨리다니 참담한 심정이다. 우리의 먹거리 산업인 원전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현재는 무엇보다도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가 급선무다. 무너지고 있는 원전 부품산업의 완전 몰락을 막아야만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원전 생태계가 급속히 붕괴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다.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은 항공모함과 같아서 한 번 방향이 바뀌면 다시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 이제라도 정부는 현실을 직시하여 탈원전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국가 에너지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 우리의 원전 산업을 다시 정상적인 궤도로 되돌리고 세계 원전시장을 역동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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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편집부] news@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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