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이 ‘세계 최초’, ‘국내 최초’ 이끌어내

2월 9~25일까지 17일간 이어진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세계 최초의 5G(Five Generation) 통신 시연, HD(High Definition)보다 4배 선명한 UHD(Ultra-High Definition) 방송, 거대한 오륜마크를 만든 1,200여 대의 드론, 자율주행 수소자동차 등 시선을 사로잡았던 첨단기술들이 돋보인 ICT 올림픽이었다. 

선수들의 함성과 에너지로 가득찼던 주요 경기장에도 눈에 보이지 않은 첨단기술들이 적용되어 몇몇 경기장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최고의 경기장이란 평가를 받았으며, 선수들의 좋은 경기결과에 도움을 줬다. 강원지역의 큰 자산으로 남을 평창올림픽의 주요 경기장들과 적용된 첨단기술들을 살펴본다.

대림산업에서 신기술을 도입해 2017년 12월에 준공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슬라이딩 센터 (자료: 대림산업)
대림산업에서 신기술을 도입해 2017년 12월에 준공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슬라이딩 센터 (자료: 대림산업)

높은 근접성으로 동계올림픽 사상 가장 콤팩트하다는 평가받아

평창동계올림픽의 모든 경기장은 개·폐회식이 열리는 올림픽 플라자를 중심으로 차량으로 30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참가 선수의 75% 이상이 숙소에서 경기장까지 10분 안에 도착이 가능하다.

이러한 근접성과 접근성은 선수 중심의 대회가 가능하게 하고 동계올림픽 사상 가장 콤팩트하다는 평가를 받게 했다. 15종목 102개의 세부종목이 12개 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설상·썰매 종목 7개 경기장은 ‘평창 마운틴클러스터’, 5개 빙상 종목 경기장은 ‘강릉 코스탈 클러스터(Gangneung Coastal Cluster)’에 자리 잡았다.

경기장 건설에 총 8,723억 원이 투입되었으며, 역대 올림픽 최초로 경기장을 조기 완공하고 경기장별로 최첨단 친환경 공법을 도입해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예산을 절감했다. 모든 경기장은 국제경기연맹의 인증을 획득했다.

 

최고의 기술력을 요하는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

동계올림픽 경기장 중 최고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경기장인 슬라이딩 센터는 2013년 12월 착공해 2017년 12월 준공됐다. 유럽의 수작업 중심의 건설공법에다가 기계·자동화 공법 등 신기술을 많이 도입했다. 덕분에 보통 30개월이 소요되는 트랙 공사기간을 12개월로 대폭 단축해 주목을 받았다.

완성된 트랙은 국제경기연맹(IBSF, FIL)의 10차례 현장 검측을 통해 완벽하다는 평가와 함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18m의 트랙에 80km가 넘는 냉동배관을 매설 후 변화무쌍한 트랙곡선을 구현하기 위해 특수 콘크리트 뿜어 붙이기 공법(숏크리트: Shotcrete)을 적용, 가장 부드러운 곡선을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슬라이딩 센터를 건설한 대림산업(대표 강영국)은 2022년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중국 베이징의 트랙공법 자문을 요청 받는 등 대한민국 기술력을 세계로 수출하게 됐다. 

강릉 아이스 아레나
강릉 아이스 아레나

피겨 퀸의 점프를 담아낸 강릉 아이스 아레나

인기종목인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강릉 아이스 아레나(Ice Arena) 경기장의 첫인상은 건물 전체를 휘감고 있는 흰색 패브릭 마감재다. 눈 덮인 산봉우리,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을 떠올리게 하는 외관은 사실 피겨 퀸 김연아 선수의 점프 동작을 형상화했다. 실제 경기 속 점프 장면을 분석해 얻은 유연한 곡선을 천장에 녹여냈다. 지상4층 규모로 1만 2,000명을 수용한다.

오전 피겨스케이팅, 오후 쇼트트랙 경기를 병행할 수 있게 3시간 이내에 빙면 온도를 변환(피겨 영하 4도, 쇼트트랙 영하 7도)하는 최첨단 제빙 시스템을 갖췄다. 빙상경기장 최초로 관람석 온도 15도, 습도 40%를 유지하는 공조시스템도 설비됐다. 올림픽 이후에는 빙상장을 포함한 다목적 복합문화 스포츠시설(공연장, 전시장)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설계와 감리를 맡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대표 정영균)는 강릉 아이스 아레나를 비롯한 수많은 스포츠시설 수행 경험을 통해 세계 최고의 전문 기술력과 혁신적인 디자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비드북(유치제안서), 마스터플랜, 메인스타디움 및 각 종목별 경기장, 국제방송센터(IBC), 오버레이, 사후관리 등 스포츠 이벤트 전 과정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 앞세워 지난해에는 우즈베키스탄과 카타르에서 빙상경기장과 월드컵경기장을 각각 수주하기도 했다.

강릉 아이스하키 경기장
강릉 아이스하키 경기장

국내 최초·유일의 아이스하키 전용, 강릉 아이스하키 경기장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아이스하키 전용 경기장이며, 하키스틱 8개를 형상화한 8각 지붕의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으로 구성돼 있다. 해체와 조립이 용이한 분절개념의 구조를 적용한 모듈 설계와 임시관람석 설계로 경제성을 확보했다.

대지 면적 9만 6,105m2, 연면적 3만 58m2의 지상 3층 규모로 관람객 1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외부 벽면에는 LED 조명으로 눈 내리는 형상을 구현해 야간 경관의 완성도를 높였다.

관람석 하부에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하고 아이스링크와 1.6m로 가까워 쾌적한 환경에서 생동감 있는 경기관람이 가능하다. 또한 국내 최초로 관중석 9,300석에 개별 냉난방 공급방식을 적용했다. 에너지 절약형인 응축 폐열을 활용하는 제습 공조기를 설치해 최적의 제습은 물론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도록 설계됐다. 

 

기둥 없는 건축물 중 국내 최대 규모,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본래의 언덕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경기장을 배치했다. 이로 인해 절·성토를 최소화했고 결과적으로 사업비 경감에 성공했다. 경포호수를 배경으로 시원한 400m 트랙이 연상되는 외형으로 디자인해 ‘빙원의 경치(Ice Scape)’라는 주제를 강조했다. 기둥 없는 건축물(연면적 3만 7,846m2)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기둥사이 거리가 가로 210m, 세로 120m이다.

최고 빙질을 위해 스크루냉동기 등 첨단 제빙시설을 갖췄다. 테스트이벤트 때에는 빙면 온도와 얼음두께를 균일하게 유지하면서 많은 기록을 경신해 선수와 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실내경기장 최초로 경기 관람용 좌석 7,600개를 지그재그 형태로 배치해 경기장의 어느 곳에 앉든지 전체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게 설계한 것도 특징이다.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강풍을 70%까지 막아주는 방풍네트 설치,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

국내 유일의 사계절 사용가능한 스키 점프대다. 스키점프대, 스키점프타워, 스타디움으로 구성되며, 이 중 스타디움의 경우 2016년부터 강원 FC의 홈경기장으로 사용되어왔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는 세계적 수준 이상의 시설로 탈바꿈했다. 눈을 쌓아 홈을 파서 이용하던 구형 트랙을 자동화 냉각 시스템을 적용, 쿨링시스템으로 교체해 선수들의 안전과 운영상의 작업 간소화를 가져왔다.

평창 알펜시아의 매서운 바람을 줄이기 위해 여러 차례 풍동시험과 모형시험을 거쳐 강한 바람의 세기를 70%까지 감소시킬 수 있는 방풍네트를 설치했다. 스키점프 경기규정은 풍속 5m/s 이상에서는 경기를 취소하도록 돼있다. 이로써 선수들의 비행 중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고 경기 지연 가능성도 최소화했다.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남녀 코스 통합한 정선 알파인 경기장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국제스키연맹(FIS) 및 IOC와 협의해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여자 경기 코스를 남·여 코스로 통합했다. 알파인스키 경기장은 길이, 표고차, 평균 경사도 등 IOC와 FIS가 정한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므로 남녀 활강코스를 별도로 건설해야 하는데, FIS와 수차례 협의한 끝에 2013년 2월 세계 최초로 남녀 활강 경기 코스를 통합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로써 30% 이상의 산림을 추가 보전하는 등 가리왕산의 환경 훼손을 최소화 했고, 수백억 원의 사업비도 절감했다. 시공 단계에서 비옥토를 채취하고 수목을 이식하는 등 대회 종료 후의 친환경 생태복원에도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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