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홈, 2023년 153조 원 규모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음성인식 스피커 판매량 중 아마존 알렉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2위인 구글 어시스턴트(24%)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출처: 아마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음성인식 스피커 판매량 중 아마존 알렉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2위인 구글 어시스턴트(24%)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출처: 아마존)

2017년 스마트 홈 시장에서 최대의 이슈는 음성인식 기술이었을 것이다. 음성인식기술은 스마트 홈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 홈 분야에서는 음성인식 기술 외에 운영체제를 통합하거나 센서를 활용해 스마트 홈을 구현하려는 시도들도 등장하면서 관련 기술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은 ‘2023년 전 세계 스마트 홈 시장’ 보고서에서 스마트 홈 시장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3.61% 성장하며 2023년에 1,379억 1,000만 달러(152조 6,00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 홈 시장의 성장은 IoT 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편의성, 안전성, 보안, 에너지 절약 및 탄소배출 관련 솔루션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스마트 홈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홈 발전에서 전기료는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갈수록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의 종류가 증가함에 따라 전기료에 대한 부담감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에 대한 이슈로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스마트 홈 관련 가전은 최근 에너지 절감의 효과적인 솔루션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가정에서는 에너지 비용의 최소화를 위해 스마트 가전을 채택하려는 분위기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스마트 홈은 인터넷에 연결 가능한 허브, 컨트롤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이하 앱) 등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특히 이 솔루션들이 유선으로 가전에 연결될 경우, 케이블 정리 문제를 심각히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용 앱 역시 골칫거리였다. 홈 자동화 솔루션이 대부분 다른 OS, 인터페이스 그리고 제어용 기기를 사용해야만 했다. 예를 들어, 각기 다른 제조사의 가전을 사용할 경우,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별도의 앱을 제조사별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따라서 고객은 하나의 통합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가정 내 스마트 홈 시스템을 제어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스마트 홈 시장 규모를 키우려면 ‘통합’이라는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는 것이 중요했다.

 

2017년 스마트 홈 최대 이슈는 음성인식
이 과제를 해결함에 있어 가장 빠르게 발전한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인식 기술이다. 인공지능과 음성인식은 워낙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뛰어난 기술이어서 많은 발전이 있었는데, 이 두 기술이 결합됨으로써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었던 분야 중 하나가 스마트 홈이었다.

흔히 말하는 ‘음성인식 비서’ 또는 ‘음성인식 스피커’는 대부분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 기술은 단순히 스마트 홈의 제어를 위한 도구에서 벗어나 보안, 냉난방 제어, 에너지 관리, 조명 등 다양한 홈 자동화 제품의 프로그램, 유지 및 관리의 복잡성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IT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반의 비서 혹은 스피커를 스마트 홈의 허브로 삼아 각종 기기 및 센서를 연결하고 있다. 아마존(Amazon)의 알렉사(Alexa), 구글(Google)의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 애플(Apple)의 시리(Siri),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코타나(Cortana) 등은 스마트 홈 시장의 선두를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사 간의 경쟁에 네이버, 카카오 등의 인터넷 기술 기반 기업들도 합류한 상황이다.

이러한 경쟁 구도에서 긴장한 곳은 바로 부동산 및 건설업계다. 최근까지 건설사들은 이동통신사 등과 사업협약을 맺고 주택건설시장에 홈 IoT 인프라를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일례로 카카오의 경우 포스코건설·포스코ICT, GS건설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인공지능 플랫폼인 카카오I(아이)를 활용한 스마트 홈 구축에 나섰다. 네이버는 대우건설, LG유플러스와 함께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홈을 구축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구도가 형성되면서 건설업계에는 스마트 홈 시스템을 이동통신사나 IT 기업에 의존하다보면 미래 시장 공략에 있어 자체 역량 확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등장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향후 스마트 홈 시스템 분야에서 건설사 스스로가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시도도 등장했다. 현대건설의 경우, 스마트 홈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체 스마트 홈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홈 시스템인 보이스 홈(Voice Home)과 함께 홈로봇, 스마트 홈&카(Car)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네이버-라인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클로바(Clova)’가 탑재된 스마트스피커 프렌즈 (출처: 네이버)
네이버-라인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클로바(Clova)’가 탑재된 스마트스피커 프렌즈 (출처: 네이버)

 

하나의 운영체제로 집을 제어한다
음성인식을 허브로 사용하려는 글로벌 IT 기업과 이동통신사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 기술만이 스마트 홈의 미래상은 아니다. 비록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나 진정한 음성인식을 실현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흐름과는 달리 단일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이하 OS)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 홈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려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통신 플랫폼의 통합 시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가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기존의 통신 플랫폼 대신 글로벌 통합형 OCF(Open Connectivity Foundation: IoT 표준화 단체이자 기술 규격) 플랫폼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22일 업계 최초로 스마트 TV, 패밀리허브 냉장고, 에어컨 등에 OCF 인증을 받은 바 있으며, 인증 확대는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삼성전자는 10월 25~26일에 ‘삼성 오픈소스 콘퍼런스(Samsung Open Source Conference: SOSCON)’를 개최했는데, 행사 중에는 OCF를 제품에 탑재한 개발사들이 참여하는 국내 OCF 기기 상호 연동 테스트인 ‘OCF 코리아 플러그페스트(OCF Korea Plugfest)’가 포함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18년 CES에서 OCF 인증을 받은 가전을 대거 전시할 계획이다. LG전자의 경우 스마트 홈 플랫폼인 스마트씽큐(SmartThinkQ)의 개발자 사이트를 개방한 데 이어, 사이트에 가입한 개발자들에게는 LG전자 스마트 홈 파트너로 등록시켜 LG전자 가전제품과 연동하는 IoT 기기를 만들 수 있도록 기술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렇게 표준화된 OCF로 플랫폼을 설계하면 가전 제조사는 다른 업체의 기기와 상호연동이 가능한 서비스 및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엔드유저(End-User) 측면에서 보쉬의 스마트홈 시스템은 하나의 앱으로 가정 내 커넥티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데, 보쉬에서 제공하는 시나리오 매니저를 통해 시나리오를 활성화하면 단 한 번의 터치로 가전의 일상적인 제어가 가능해진다.

한편, 스탠포드 대학교의 데이비드 체리턴 컴퓨터 공학과 교수와 인공지능 스템 전문가인 코넬 대학교의 아쉬토쉬 삭세나 교수는 공동으로 Brain of Things(이하 BoT)를 설립하고 스마트 홈 시스템인 캐스파(Caspar)를 개발했다.

캐스파의 핵심은 IoT 기기를 단일 OS 플랫폼으로 연결해 집안에서 생활하는 인간 행동을 학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즉, 조명, 커튼, 냉장고, TV,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기존에는 따로 존재하고 있던 사물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어함으로써 고객이 겪을 수 있는 사용 측면에서의 복잡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별도의 단말기 없이 사용자의 음성인식이나 행동만으로 스마트 홈이 작동되는 환경 구축이 가능하다.

BoT는 미리 수집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한 후 스마트 홈을 제어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 형태의 초기 모델을 기준으로 캐스파를 구성했다. 핵심은 캐스파가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즉, 사용자가 스마트 홈에서 오래 생활할수록 캐스파는 이들의 거주 행태에 맞춰 시스템 제어 방식을 변경하거나 보완함으로써 거주자 친화적 환경을 구현해낸다. BoT는 캐스파가 거주행동을 학습하고 행동 예측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스마트 홈 내부에 모션 비주얼, 음성, 온도, 습도, 조도, 진동 등 각종 센서를 적용했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캐스파는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감지하고 이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학습하며,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의 음성인식을 사용하고 최적의 동작은 게임이론을 통해 결정하게 된다. BoT 측은 캐스파가 약 3,200만 가지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며, 이 시나리오 조합을 통해 수억 가지의 패턴을 만들어 최적의 조합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것은 BoT는 어디까지나 인공지능(AI) 기반의 시스템을 만들 뿐이며, 가전을 비롯해 주택 내 하드웨어는 모두 기존 기업들이 개발한 것들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BoT는 현재 미국 내 100개 이상의 캐스파 도입 실적을 기록했으며, 부동산 개발회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약 2만 가구에 적용을 추진 중에 있다. 캐스파는 현재 미국에서 기본 서비스를 약 50 달러의 월정액 형태로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으며, 일본 도쿄, 오사카 등지에 체험형 전시실을 마련하고 글로벌 시장으로의 서비스 확대를 추진 중에 있다.

보쉬의 스마트 홈 시스템은 360도 내부 카메라,외부 카메라, 연기 감지기, 컨트롤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보쉬)
보쉬의 스마트 홈 시스템은 360도 내부 카메라,외부 카메라, 연기 감지기, 컨트롤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보쉬)

층간소음, 스마트 홈이 해결할까?
BoT의 캐스파는 국내의 아파트에서 민감한 문제인 층간소음에 대한 일부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가전의 소리를 규정 이상으로는 높일 수 없도록 제어할 수 있는데, 기계학습을 통해 어느 정도의 소리가 적당한 지를 분석하고 적용할 수 있어서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에서도 층간소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IoT를 활용한 스마트 홈 기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LH에서 추진하는 층간소음 경보시스템은 세대 내에서 발생하는 진동, 소음을 모든 층에서 감시하고 소음 임계치 이상의 데이터를 가상공간에서 자동으로 저장·분석해 스마트폰, 월패드 등을 통해 경고알림을 전송하는 기술이다. LH는 층간소음 경보시스템 개발을 위해 LH ICT실무부서(주택시설처), 연구부서(LHI) 및 전문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시스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IoT 기능을 탑재한 가전이나 스마트 홈 솔루션을 구매하려면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즉, 사용자가 추가적인 비용을 충분히 지불할 만큼의 가치가 있을 정도로 편의성, 활용성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가전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 중이기도 하다.
일례로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연구팀은 센서를 단순히 콘센트에 꽂는 것만으로도 가전을 스마트하게 변신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합성센서(Synthetic Sensor)’라 불리는 이 플러그인(Plug-In) 센서 패키지는 방안의 소리, 진동, 빛, 열, 전자기 노이즈, 온도 등 다양한 현상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머신러닝을 접목한 합성센서를 상용화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비싼 스마트 홈 시스템을 구입하거나 원하는 가전에 센서를 부착할 필요성을 없앤 측면에서 볼 때 스마트 홈 구축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앞으로의 스마트 홈은 사용자의 간섭이 필요 없는 환경의 구현을 지향하고 있다. 그 중심에 음성인식이 있을지, OS가 있을지 더 지켜봐야겠으나, 캐스파의 사례처럼 별도의 앱조차 필요 없는, 사용자의 행태분석을 통해 사용자별, 공간별, 맞춤 서비스로의 진화야 말로 궁극적인 스마트 홈의 발전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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