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센서로 출발해 헬스케어 서비스까지

박도형 모닛 대표
박도형 모닛 대표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Creative Lab) 출신 스타트업인 모닛(Monit)은 직접 경험한 육아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보자는 노력에서 출발했다. 삼성전자로부터 분사해 2017년 4월 10일 법인을 설립한 모닛의 박도형 대표를 만나 삼성전자의 C랩과 모닛의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Q.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저는 40세에 결혼을 해 현재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두 아이가 연년생이라 퇴근 후 둘째의 육아를 도맡았는데 아기띠를 메고 몇 시간 동안 집안을 서성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허리에 급격한 통증을 느껴 119에 실려 가기까지 했죠. 열흘간 입원해 있으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이렇게 힘든 육아를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적절한 제품과 서비스가 절실하다고 느꼈습니다.

2015년, 저는 삼성전자 내의 해커톤(Hackathon)에 주목했습니다. 해커톤은 48시간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스스로 콘셉트를 도출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이를 발표하는 끝장대회입니다. 재미있을 것 같아 참가한 이 대회에서 저는 스마트 아기띠 아이디어를 선보였습니다.

스마트 아기띠는 무게중심 변화를 통해 통증을 회피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보통 아기띠를 멨을 때 허리 통증이 유발되는데 이는 무게 중심이 한 곳에 고정돼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다리를 번갈아 가며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아기띠를 어깨에 메고 있다가 통증이 발생하면 힙시트를 펴서 허리로 무게를 분산시킬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육아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내 우수과제로 선정됐습니다. 그해 말에 삼성전자 창의과제 데모데이에서 우승한 이후 2016년 C랩에 참여해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7명의 엔지니어(6명의 아빠와 1명의 엄마)와 팀을 이뤘는데, 이 멤버 중 6명이 함께 창업하겠다고 삼성전자에 사표를 제출했던 거죠.

보통 기술 기반의 기업의 경우, 주어진 특정 기술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 지를 고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돌이켜보면 저희 팀은 실제로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모여 동기부여 측면에서 남다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 내에서 프로젝트는 성공적이라는 검증을 받았고, 좀 더 나아가기 위해 해외 반응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201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ABC 키즈 엑스포라는 세계 3대 유아용품 전시회에 콘셉트 제품만을 들고 참가해 베스트 제품상을 수상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러한 검증과정을 거치면서 저희는 삼성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한 데 이어, 2017년 3월 말 7명 중 6명이 창업에 합류하면서 4월 10일 모닛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업무협약에 이어 양산단계까지 돌입
Q. 전통적인 제품에 IoT를 접목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일 것 같습니다.

모닛은 대소변, 발진 등을 알려주는 기저귀 센서와 공기질 측정 허브를 개발했습니다. 유아의 경우 기저귀를 제때 교체해주지 않으면 발진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아기의 기저귀 상태를 정확히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 부모의 일과 아기의 건강에 대한 걱정을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모닛은 다섯 가지 센서로 구성된 멀티센서를 내장해 기저귀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기질 측정 허브는 아기 주변의 온도, 습도, 유해가스 등을 모니터링하고 이상이 발생할 경우 바로 스마트폰으로 알려줍니다. 이러한 센싱 모듈과 함께 센서가 전송하는 데이터를 파악하기 위한 패턴 러닝 알고리즘도 개발했습니다.

센서를 앞세우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모닛은 하드웨어 기반이 아닌 패턴을 구별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기술력을 확보한 스타트업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공기질 측정 허브는 아기 주변의 온도, 습도, VOC 가스를 모니터링하고 스마트폰으로 부모에게 알림을 제공해 아기가 생활하는 공간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출처: 모닛)
공기질 측정 허브는 아기 주변의 온도, 습도, VOC 가스를 모니터링하고 스마트폰으로 부모에게 알림을 제공해 아기가 생활하는 공간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출처: 모닛)

Q. 유한킴벌리와의 업무협약 등 창업 후 1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 배경은 어디에 있습니까?
모닛은 2017년 12월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가게 됩니다. 하드웨어 기반의 스타트업이 양산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물량과 자금이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 두 과제는 1~3년차 스타트업에게는 엄청난 장벽으로 다가옵니다. 모닛은 이러한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사내벤처로 출발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삼성전자 내에서 파트너를 선정하고 계획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품업체, 양산업체 등 모두 삼성전자의 퍼스트 벤더들인데, 이들과는 사내벤처 시기부터 끊임없는 네트워킹을 통해 자연스럽게 양산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이를 통해 모닛은 2017년 약 10만 대 이상의 제품을 양산, 시장에 판매할 계획입니다.

유한킴벌리와는 10월 17일에 스마트 프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유한킴벌리는 예전부터 IT를 유아용품에 접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모닛은 유한킴벌리와의 제휴를 통해 하기스 기저귀와 유아동 쇼핑몰인 맘큐에 IoT 서비스를 접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즉, 유한킴벌리의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과 모닛의 시장 진출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회, 성인용 기저귀 시장
Q. 시장 진출 및 확대 전략은 어떻게 수립하고 있습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인데, 저는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첫째, 기술의 발전은 항상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됩니다. 센서의 소형화, 배터리의 성능 향상, 기기의 연결성 등으로 인해 모니터링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둘째, 맞벌이 가구의 증가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1인 가구 수 539만 7,615가구, 맞벌이 부부 등 2인 가구 수가 500만 가구를 돌파하는 등 주거 형태가 3~4인에서 1~2인 가구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를 보면, 맞벌이 가구의 가장 큰 고민이 육아(74.4%)로 나타났을 정도로, 육아 문제는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해외도 마찬가지죠. 즉, 육아 문제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셋째, 이머징 마켓에서 중산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IoT 기반의 제품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기저귀 분야에서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에 있습니다. 현재 중국의 프리미엄 유아용 기저귀 시장의 80%는 팸퍼스, 하기스, 마미포코, 메리즈 등 외제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모닛은 세계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그 중에서도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미국, 아시아·태평양,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계약을 추진 중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모닛은 유아 시장을 타깃으로 제품을 런칭했는데, 의도치 않게 실버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즉, 성인용 기저귀 시장에서 모닛의 스마트 기저귀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단적인 예로 일본의 성인 기저귀 시장은 1조 5,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데,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저 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성인용 기저귀 시장이 2013년 160억 원에서 2017년 410억 원 규모로 약 30% 성장했습니다.

특히, 요양시설은 성인용 스마트 기저귀 수요 측면에서 중요해질 것입니다. 일전에 KIC-워싱턴을 통해 미국의 선라이즈라는 요양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많은 이들이 수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시장 창출의 기회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고령자를 위한 대소변 센싱 기술을 통해 기저귀 교체 시기, 발진 문제를 해결해 욕창 방지는 물론, 낙상 경보, 운동량 체크 기능 등을 더해 전반적인 헬스케어 서비스로 제품을 패키지화해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모닛은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월정액 등 일정기간 사용료를 지불하는 형태의 헬스케어 서비스회사로의 비즈니스 변화를 꾀할 것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모닛은 앞으로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할 것인데, 특히 중국에서는 디바이스 판매 전략보다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 중심의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전략을 중심으로 가장 효과적인 시장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Q. 창립에 이어 양산단계, 마케팅 전략 추진 등 정신없는 한해였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2018년이 더욱 중요할 텐데요. 내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많은 세계 시장에서 계약을 추진 중인데,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볼만 합니다. 따라서 2017년 말부터 2018년은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제품과 서비스를 런칭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하드웨어 기반의 스타트업에게 더욱 필요한 것 역시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박도형 대표는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발굴했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에서 얻었다. 2017년이 삼성전자로부터 독립해 비전을 구체화하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기업의 성장과 시장 발전을 위해 정진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박도형 대표의 포부는 매출도 중요하겠지만, 이 시대의 중심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이들의 소소한 일상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다. 모닛의 시작이 그러했고, 함께 창업한 동료이자 동업자들의 생각도 그러했다.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은 스타트업의 숙명이다.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