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투데이] 임시정부 수립 이후 올해로 꼭 100년을 맞은 대한민국의 역사는 눈부신 성공의 기록이다. 군사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방과학 기술 수준은 세계 9위에 달한다. 민간 평가기관인 GFP(Global Firepower)는 대한민국의 군사력을 세계 7위로 평가하고 있고, 군비 지출 규모 역시 세계 10위권에 올라 있다. 북한이라는 직접적인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눈부신 경제성장과 뛰어난 연구인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후의 불모지에서 세계적인 명품무기를 수출하는 데까지 성장한 우리 방위산업계가 조화를 이루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우리는 2013~ 2017년 사이 세계 무기 수출 시장의 1.2%를 점유하며 세계 12위의 방위산업 수출국으로 성장했다. K9 자주포나 FA-50, 비호복합 등 다양한 무기체계가 국경을 넘어 세계로 나가고 있다. 직접적인 국민 계정상의 효과뿐 아니라 부품의 생산에서 유지보수 등 후속조치까지 무기체계의 전 과정에서 유발될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영향을 고려하면 국민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바가 자못 크다.

 

방위산업 위기론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는 아직 방위산업의 잠재력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대략 정부예산의 10%가량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는데, 제조업 내 방위산업의 고용비중은 0.9% 수준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정부예산 대비 국방비 비중 16%, 제조업 대비 방위산업 고용 비중 14%)이나 미국(15%, 10%)과 비교하면, 방위산업과 국민경제를 연계시킴으로써 일으킬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방위산업의 성장은 그 자체로 국가 안보의 강화와 직결된다. 당장 세계 재래식 무기 수출 시장만 살펴보더라도 이는 자명하다. 무기 수출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34%)을 선두로 러시아(22%), 프랑스(6.7%), 독일(5.8%), 중국(5.7%) 등 모두가 세계적인 군사력을 자랑하는 국가들이다. 국내 방위산업은 외국과 비교할 때 보안성과 적합성, 그리고 유지보수의 신속성 등 모든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 국내 방위산업의 성장을 정책적으로 촉진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등장한 방위산업 위기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업계의 어려움은 제조업 대비 낮은 이익률(2017년 기준 매출액 영업 이익률: 제조업 평균 7.6%, 방위산업 0.5%)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2017년에는 방위산업 업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4% 감소(2016년 14조 8,163억 원→2017년 12조 7,611억 원)하며 세간에 충격을 던졌다. 방위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안보와 국민경제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선진 각국과 비교하면 국가적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구나 한반도 평화의 진전과 미 · 중 패권경쟁, 그리고 동북아 역내 구도의 유동성 증대 등으로 안보환경의 격변기에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국내 방위산업의 중요성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대한민국 방위산업 위기에 대한 원인 분석이 다양한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목되는 것이 국내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복잡한 절차나 규제, 업계나 관련 기관의 움직임을 위축시키는 방위산업 비리 프레임, 적극적 행정을 가로막는 제도의 문제, 빈약한 방위산업 생태계 등이다. 이러한 여러 요인은 본 위원장도 회의나 세미나 등을 통해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방위산업의 네 가지 위기 요인

하나씩 살펴보면, 먼저 복잡한 절차와 규제가 문제다. 방위력개선사업 절차는 소요군 등 소요제기기관의 소요제기로 시작돼 사업추진 기본전략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분기점을 맞는다. 바로 연구개발과 구매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 여부다. 이를 크게 국내 연구개발과 구매, 그리고 미국의 대외군사판매(FMS; Foreign Military Sales)로 대별하면, 국내 연구개발의 경우 약 140여 개, 구매의 경우 60여 개 이상의 세부 절차를 이행해야 하는 한편, FMS의 경우에는 불과 43개의 세부 절차만 거치면 된다. 140여 개의 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국내 연구개발이 다른 방식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두 번째는 방위산업 비리 프레임 문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9월, "무기도입 시 중개업자가 리베이트만 안 받아도 국방예산을 20% 감축할 수 있다"고 했다. 방위산업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사정기관의 조사는 강도 높게 진행됐다. 2014년 “방위산업 비리는 이적행위”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출범한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 역시 방위산업 전반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이어갔다. 하지만 방위산업 비리에 대한 분노는 거창한 수식에 불과했다. 2018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방위산업 비리로 구속된 사건의 무죄율은 50%에 달한다. 일반 형사소송의 구속 후 무죄율 2~7%에 비해 약 7~25배에 달하는 수치다. 자극적인 말 한마디를 위해 방위산업은 희생양이 돼야 했다.

세 번째는 적극적인 행정을 가로막는 제도의 문제다. 이는 유기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수립되고 집행되는 방위사업의 영향력에 비해 개별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책임이 과도하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지체상금 문제다. 불완전한 계약이행에 대한 제재는 마땅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의문이 있는 경우에는 그를 속히 해소하고, 처분을 책임에 합당한 범위로 조정해야 한다. 특히 과도한 지체상금은 기업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중소협력업체의 경우 도산의 위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계약 이행의 책임을 판단하고 계약 내용을 조정하며, 사후적으로 지체상금 등을 감면하는 과정에서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주체는 개별 공무원이다. 자칫하면 징계나 형사 절차에 연루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실질적 계약이행의 적정성보다 계약서 자체의 문구에 얽매인 보수적인 판단을 유도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빈약한 방위산업 생태계 문제다. 방위산업의 발전방향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향해 뻗어 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초창기 주도적인 역할은 정부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 업의 특성상 수요가 극히 제한적이고, 초기 투자비용이 매우 많이 들뿐더러 사업 추진 기간이 비교적 장기에 걸쳐 있는 특성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주도로 시장을 먼저 구성한 뒤 국내시장을 보호하며 수출을 지원하고, 내수시장이 안정화된 이후 업체주도의 투자와 개발을 시도해야 한다. 업계의 주요 전략이 내수시장에서 세계시장 공략으로 옮아가는 것은 그 이후다. 

그러나 우리 방위산업 정책은 그렇지 못했다.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전문화·계열화 정책의 폐지다. 2008년 말 업체 간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전문화·계열화 정책을 폐지했으나, 아직 미성숙했던 국내 방위산업 시장을 지원하고 보호하기에는 미흡했다. 특히 방위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소 방위산업 업체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방위산업계는 중복투자와 저가입찰로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에 매몰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중소 방위산업 업체의 설 자리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변화의 시작

방위산업의 장래를 어둡게 볼 필요는 없다. 이미 많은 변화가 시작됐다. 방위산업의 육성과 국방R&D 혁신, 그리고 투명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방위사업법」,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 「방위산업진흥법」 등의 법률이 발의 국회 국방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무분별한 방위산업 비리 프레임에 대한 비판과 반성 역시 충분히 검토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사업부서와 계약부서를 통합하고, 국방과학연구소는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고 핵심기술 확보에 집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구조를 재구성하는 등 관련 정부기관은 발전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내부조직부터 변화하고 있다. 성실수행인정제도를 확대하고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지체상금심의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제도적 개선 역시 이루어지고 있다. 방위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다파고(DAPA-GO) 등으로 현장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고, 국회 국방위원회 역시 다각도로 대·중소 방위산업 업체와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정부와 군, 국회 등 다양한 차원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국방예산, 그중 방위력개선비의 증가 역시 우리 방위사업의 발전적 미래를 담보하고 있다. 정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국방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연평균 증가율 노무현 정부 8.9%, 이명박 정부 5.2%, 박근혜 정부 4.1%, 문재인 정부 7.9%)해 왔다. 2020년에는 5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방위력개선비의 증가 폭은 더욱 가파르다. 2020년 정부안까지 고려하면 방위력개선비는 최근 3년간 각 10.8%, 13.7%, 8.6% 증가하며 16조 7천여억 원에 달했다. 20~24 국방 중기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총 103.8조 원이 투입되며 연평균 10.3% 증가할 계획이다.

물론 앞으로도 개선돼야 하는 부분이 많다. 부품이나 소재의 국산화를 촉진하는 한편, 수출에 적합한 범용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진화적 획득 시스템을 무기체계 연구개발의 원칙으로 삼고, 다소 큰 비용이 들더라도 국내 개발을 우선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방위산업 업체가 서로의 장점을 융합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R&D 예산이나 기술료 등의 측면에서 방위산업 업체의 수출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역시 모색해야 한다. 우리 방위산업이 장기적으로 국방력의 강화와 국민경제의 발전, 그리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책을 결정하는 국가기관과 현장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은 가장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다. 이를 위해 방위산업 비리 프레임 아래 지난 10년간 강화된 감사·감독 체계를 재정비하는 제도적 접근뿐 아니라 공무원과 기업 담당자의 만남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개선 역시 수반돼야 한다. 국회 국방위원장으로서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이 많음을 느낀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성장한 우리 방위산업은 어느새 대한민국 국방력과 국민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의 발전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해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의 도전에 제대로 응전한 문명은 융성하고 그렇지 못한 문명은 소멸의 길을 걷는다. 한반도 평화의 진전과 4차 산업혁명, 그리고 대내외 안보환경의 변화가 중첩된 시대, 방위산업의 미래는 우리의 응전에 달려 있다. 그리고 세계사에 유례없는 성공의 역사를 써내려 온 우리 국민이 함께하기에 그 결과는 밝을 것이다. 대한민국 방위산업 성공의 길에 국회 국방위원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18·19·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안규백 위원장은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약철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교 무역대학원에서 무역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고, 2017년부터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8년 2월부터 8월까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