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창업 바이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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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실패의 위험을 동반한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 4년 내, 우리나라에서는 2년 내에 신생 기업의 절반이 사라진다.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1990년 중반 창업한 인터넷 슈퍼마켓 웹벤(Webvan)은 세퀘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 소프트뱅크(SoftBank), 아마존 등으로부터 4억 달러를 투자받고, 1999년 기업공개를 통해 추가로 4억 달러의 자금을 더 확보했으나, 불과 2년 뒤 파산신청을 하고 만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개인 간 무료 음악파일 다운로드 서비스 냅스터(Napster)는 벤처캐피탈로부터 1천5백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고, 회원 수가 8천만 명까지 늘어나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음반회사와의 법적 공방에 시달리면서 2001년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패가 어떤 교훈도 주지 못하고 실패로만 끝난다면 역사의 발전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처참한 실패로만 끝나버린 것 같은 위의 두 경우를 다시 살펴보자. 웹벤의 창업자 루이스 보더스(Louis Borders)는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새로운 온라인 식료품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이미 도요타와 인그램 마이크로(Ingram Micro)로부터 3천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냅스터의 경우는 더 드라마틱하다. 냅스터의 공동 창업자 숀 파커는 그의 창업과 투자 유치 경험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에 투자자를 연결해줬으며, 페이스북의 성장에 큰 공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에 투자했고 지역 음반회사와의 협상을 이끌어내 미국 진출을 성공시켰다. 

창업 경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그의 재산은 21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경우 모두 보기 좋게 재도전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루이스 보더스와 숀 파커의 경우처럼 사업 실패 후 재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 기업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나온 대표적인 연구들을 토대로 몇 가지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 개인이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슬픔’ 다스리기


사업 실패는 잔인하리만큼 그동안 이뤄놓은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 집, 차를 빼앗는 것은 물론이고 친구를 잃게 하고 사회적 지위도 박탈한다. 심지어 가족까지 뿔뿔이 갈라놓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때 실패한 창업자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선다. 최근 미국 스타트업 전문 데이터베이스 기업 크런치베이스에서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 760명의 트위터 문구를 분석했더니 사업 실패가 진행되면 부쩍 ‘죽음’과 관련된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너무나 소중한 것을 잃을 때 나타나는 비통함과 맥을 같이 한다. 여기서 문제는 그 비통함이 실패로부터 학습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비통한 감정에 휩싸여 있는 한 과거의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따라서 재창업 성공 여부는 비통한 감정의 극복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무방하다. 

일단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게 필요하다고 한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명상이나 요가, 기도와 같은 이른바 ‘마음 챙김’ 연습이 창업자가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완화해준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실패 시점에 사업 이외의 생계유지 수단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도 비통함을 줄이는데 한몫한다. 스웨덴의 폐업 기업들을 조사해봤더니, 실패할 당시, 다른 생계유지 수단이 있었을 경우는 실패로부터 생기는 비통함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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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 벗어 던지기


실패로부터의 학습을 방해하는 또 다른 걸림돌은 기업가의 자기애(self-love)적 성향이다. 그리스 신화 나르키소스에서 유래한 말로 자기 자신이 훌륭하다고 여기는 뜻을 지닌 ‘나르시시즘’을 일컫는다. 

본인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믿음은 가끔 매우 성공적인 기업가를 만들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다. 나르시시스트 CEO들을 연구해 봤더니, 크게 성공하거나 크게 실패하는 양 극단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남의 시선을 끄는 무리하면서도 용감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나르시시스트들은 파티의 중심이 되기를 원한다. 언제나 근사한 이미지를 유지하고자 하는 동기가 깊게 깔려 있다. 

사업 실패라고 하는 중차대한 사건에 봉착했을 때조차도, 본인의 이미지가 위협받는 것을 더 못 견뎌 할 수 있다. 이런 자기애적 성향은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는 데 있어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재창업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최근 중국에서 실패 경험이 있는 창업자 180명을 조사해본 결과, 자기애가 높은 창업자들은 과거의 실패로부터 거의 배운 것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애가 높다고 생각되는 기업가는 현재 사업이 잘 나가더라도 시간을 내서 봉사활동, 타인을 위한 헌신, 경청을 통한 공감 능력을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혹시 모를 실패에 대한 정신적 보험을 들어놓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내 안의 문제 찾는 ‘오답 노트’ 작성하기


한번 틀리는 문제는 계속 틀리는 법이다. 그래서 상위권 학생들의 공부 비법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오답 노트’다. 스스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오답 노트’를 작성하면서 본인의 단점을 파악하고, 같은 문제가 나왔을 때 대비하는 것으로,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업 실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뼈저리게 과거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야 미래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미국의 106개 제조업체를 2007년과 2009년 추적 조사했더니, 실패를 덮고 넘어갔을 때 어떤 발전도 발견할 수 없었지만, 실패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수록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갈등이 유발됐지만, 놀랍게도 고통스러운 갈등이 많을수록 미래의 혁신은 더욱 도드라졌다. 

실패 원인 찾기를 할 때 또 하나 꼭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은 바로 ‘내 탓 하기’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일찍이 사람이 행동할 때 그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지 외부에서 찾는지에 따라 그사람의 성향을 판단해왔다. 

이를 대입해보니 창업 실패의 원인을 분석할 때 내부에서 원인을 찾는 사람이 나중에 재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 창업 실패 후 재창업을 시도한 203명의 재도전 기업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거 실패가 ‘경영능력 부족’, ‘예측 실패’, ‘전략 부재’, ‘자금 계획 실수’ 등 자기 자신의 부족 때문이었다 자책하는 창업자의 경우, 재창업한 기업의 성과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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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기민하게’ 움직이기


실패로부터 많은 학습이 이뤄졌더라도 바로 재도전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기민하게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 동분서주해야 한다. 수많은 실패로 서른의 나이에 1억 원의 빚밖에 남지 않았던 박현호 대표는 고향인 지리산 산청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사업 아이템을 찾았고, 결국 이스라엘 파이버(Fiverr)를 발견한 후 이를 벤치마킹해 국내에 프리랜서 오픈마켓인 크몽을 창업했다. 110억 원의 벤처 투자를 이끌었고, 작년 10월 누적 거래 1,000억 원을 달성했다. 마침내 재창업에 성공한 셈이다. 

LG 연구원 출신인 최혁재 대표도 끊임없이 사업 아이템을 찾아 결국 성공한 경우다. 그는 스마트폰 배터리 교체사업인 ‘만땅’을 시작했다가 일체형 스마트폰이 자리 잡으면서 시장을 완벽히 잃었다. 억대의 빚을 졌지만 마음을 다잡고 재도전했다. 팀원들과 100개가 넘는 사업 아이템을 검토하기를 여러 날, 드디어 스푼라디오라는 기업의 재창업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675억 원을 투자받았다. 

아이템을 찾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기업가적 기민함(alertness)이라고 한다. 과거의 실패를 통해 충분한 교훈을 얻었다면 이제부터는 기민함을 발휘해야 한다. 최근 나이지리아의 204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3년간 추적•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실패를 통해 충분히 학습하는 것만으로는 재창업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없었다. 학습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했다. 기업가적 기민함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학습 효과가 빛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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