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창업 성공의 아이콘 박현호 대표 인터뷰

크몽 박현호 대표
크몽 박현호 대표

 

크몽은 프리랜서의 전문성을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것처럼 의뢰인은 디자인이나 프로그래밍 등 전문가가 하는 일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박현호 대표는 크몽이 자리 잡기까지 여러 번의 피보팅과 10차례에 걸친 창업 실패를 겪었다. 그러나 크몽의 누적 거래액은 2019년 10월 기준, 1,000억 원을 넘었으며, 매출액은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크몽 사무실에서 만난 박대표는 한번 하기도 어렵다는 재창업에 끊임없이 도전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털어놓았다.

 


프리랜서 재능이 곧 상품


크몽을 소개해달라.

크몽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프리랜서는 플랫폼에 자신의 재능을 소개하고 가격을 책정해 올린다. 의뢰인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검색한 후 리뷰 등을 참고해 프리랜서의 재능을 구매하면 된다. 여기서 의뢰인은 개인이 될 수도, 기업이 될 수도 있다. 디자인부터 시작해 현재는 마케팅, 번역 및 통역, 문서작성, 컴퓨터 등 각 분야 전문가만 약 9만여 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재능 거래 건수만 약 27만 건이다.

프리랜서의 재능이 곧 상품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파이버(Fiverr)를 벤치마킹했다. 2010년 탄생한 파이버는 긱 경제(gig economy·임시직 경제)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단돈 5달러에 각종 심부름, 디자인, 문서 번역 등의 재능을 판매하며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본가가 경남 산청이다. 지리산 산골짜기에서 처음 플랫폼을 개발했다. 처음부터 비즈니스용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어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고객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상경해서 본격적으로 크몽을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잡코리아, 사람인과 같은 구인·구직 플랫폼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우선 프리랜서 시장 자체가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했다. 크몽은 프리랜서를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크몽은 프리랜서 시장에서 가장 독보적인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랜서는 긱 워커(gig worker)다.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고 일회성 일을 맡는 근로자다. 때문에 전업을 할 수도, 투잡을 할 수도 있다. 청소, 드라이버, 집수리, 통·번역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한다. 프리랜서 자체가 회사가 될 수도 있고 개인으로 활동할 수도 있다. 

크몽이 말하는 프리랜서는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전문가다. 프리랜서는 일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 프리랜서에게 일은 곧 수익창출로 연결된다. 크몽은 기업과 프리랜서를 연결한다. 기업과 기업 간 연결도 있다.

단순히 연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거래가 일어날 수 있도록 플랫폼 내 결제주문도 한 번에 진행한다. 에스크로(escrow) 기반이다. 리뷰도 입력할 수 있어 사후관리 시스템도 제공한다. 

 


장기적 안목이 중요


크몽 전에는 어떤 회사를 운영했었나?

대학교 2학년 때 PC방 관리프로그램을 개발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창업을 했지만 수익은 없었다.

또 용산전자상가에서 디지털 기기 쇼핑몰 ‘라밤바’를 운영하기도 했다. 2000년 당시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사업도 동시에 어려워졌다. 이후 웹사이트 개발,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 게임 아이템 거래 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을 했다. 

크몽도 처음부터 프리랜서 마켓은 아니었다. 몇 번의 피보팅이 있었다. 처음에는 맛집 리뷰사이트였다. 사업성이 없는 것 같아서 당근마켓과 같은 지역커뮤니티로 전환하기도 했다. 여기서 다시 사업을 바꾼 것이 지금의 프리랜서 마켓이다. 

 

사업을 여러 번 전환한 이유는 뭔가?

지금도 아이디어 자체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맛집 리뷰 사이트 망고플레이트나 지역 커뮤니티 당근마켓을 보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 트렌드는 잘 파악했던 것 같다. 그러나 사업을 장기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꾸준히 못 했던 것이 아쉽다. 지금까지 했던 사업 중 하나라도 꾸준히 했다면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빠르게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길어야 1년 안에 대박나야 한다는 마인드로 접근했던 점이 아쉽다. 

사업계획을 구상한 다음 자금을 어떻게든 만들어야 했다. 대부분 창업자들은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투자나 대출을 받는다. 그러나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마케팅 등 생각지 못한 지출이 생길 때가 많다. 그러면서 운영이 어려워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 최악의 경우 문을 닫기도 한다.  

 

박현호 대표(가운데)와 크몽 구성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출처: 스타트업투데이)
박현호 대표(가운데)와 크몽 구성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출처: 스타트업투데이)

 


실패 최소화 위해 '조급함' 내려놔야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크몽 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많은 해외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하나의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을 때 먼저 시작한 기업을 찾고 그들의 시행착오를 우선 본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가정 보다는 사용자 반응을 보고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크몽 플랫폼에 프리랜서 카테고리가 300개 정도 된다. 처음부터 300개를 한 번에 정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먼저 분석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마케팅, 웹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점차 카테고리를 늘려갔다. 

예전에는 우리가 아이디어를 직접 내고 플랫폼을 만들어 보여주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고객의 니즈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따른 해결방안을 제공하는 식이다. 

 

예비창업자 또는 스타트업에 재도전 중인 창업자에게 조언하자면.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각각 다른 이유로 실패할 수도 있지만 같은 이유로 실패할 때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고 반복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창업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조급한 마음’이다. 한 번 실패하면 이를 만회해야 한다는 심리가 크다. 모험이 반복되면 더 큰 리스크를 안게 된다. 그러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급함이 발목을 잡는다. 재창업을 할 때 6개월 안에 대박만 꿈꿨지 충분한 시장조사나 검증을 마치지 않았다. 도박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크몽을 시작할 때는 조급함 대신 과거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을 갖겠다고 결심했다. 단순히 개인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비우니 조급함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고 시작하려는 것은 굉장히 위험이 크다.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이나 검색엔진 네이버 등도 지금의 모습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카카오톡은 애플리케이션 기반 채팅 서비스, 네이버는 지식인 검색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는 뉴스 플랫폼을 비롯해 금융,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다방면에서 서비스를 제공할만큼 회사가 커졌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고객의 니즈에 맞게 점차 서비스를 확산하는 등 꾸준함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크몽의 시작은 재능마켓이었다. 단돈 5,000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국내 최대 프리랜서 마켓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언택트 시장이 커지고 있다. 원격근무도 늘고 있다. 이와 함께 프리랜서 시장도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옛날처럼 기업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 아웃소싱을 통해 일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크몽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로 국내 아웃소싱을 플랫폼화 하는 것이 목표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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