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답다’라는 용어는 일부 명사에 붙어 그런 성질이 있다는 뜻을 가진 형용사를 만든다. 흔히 ‘홍길동답다’ 또는 ‘최사장답다’라고 쓴다. 우리가 평소 이런 ‘답다’라는 표현은 자주 하지만 정작 나다움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해야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 결코 쉽지 않은 질문이다.

고정욱 작가는 299번째 책 <나에게 나다움을 주기로 했다>를 통해 나다움을 잘 정리해 줬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성인들에게도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세상 일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일이 더 많다. 출생이 그렇고 가정환경, 성격, 외모 등이 그렇다. 하지만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당당하게 때로는 단순무식하게 나답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라고 고 작가는 강조한다.

나이 50세를 훌쩍 넘기고 오래 다녔던 직장을 퇴직하고서야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직장이 튼튼하고 운이 좋아 60세 넘어 퇴직한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퇴직 전과 후가 판이하게 달라 현실 감각을 찾는데 무척 어려움을 겪는다. 그건 직장 생활을 20년 하고 40대 후반에 일찌감치 퇴직했던 필자가 직접 경험해 봐서 잘 안다. 요즘 필자의 주위에 전과자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전과자란 대학 전공을 바꾸거나 직장에서 퇴직 후 전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우물을 파야 한다고 부모와 교사에게 평생 듣고 살아온 사람 중에도 세상의 변화를 겪으면서 전과한 사람들이 꽤 많다. 그만큼 세상이 요동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나다움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거울이 필요하다. 거울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거울이란 부모나 형제 그리고 친구들을 의미한다. 세월이 흘러가면 지난날 자신의 모습을 자신보다 친구들이 더 잘 기억한다. 그들이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작가는 소아마비 장애로 전혀 걷지 못한다. 그런 그를 학창시절 많은 친구들이 업어줬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수도권 중학교에 강연을 갔는데 학생 시절 운동장에서 그를 업어줬던 선배를 만났다고 했다. 벌써 40여 년 전 일이다.

그 선배의 동생이 소아마비여서 아마 고 작가를 더 애틋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고 작가가 친구들을 만나면 그 때의 고마움을 표시하고 자주 밥을 사기도 한단다. 이렇게 어릴 적 친구들은 나다움을 실현하기 위해 큰 도움을 준다.

한번 밖에 기회가 없는 우리의 삶에 나답게 살아가기가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살기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답게 그리고 아름답게 세상을 살아가려면 결국 나답게 살아야 한다. 잘 살아도 못 살아도 오롯이 나답게 사는 삶이 우리의 선택이다.

절대 남과 비교하지 않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삶은 오히려 아름답다. 나답게 살아가려면 자신의 삶에 스토리를 불어넣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이 없는 삶은 무언가 무미건조하다. 고의로 이름을 남기기 위한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을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전대미문의 어려운 시기를 우리 모두가 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나다움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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