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따라 ICT도 변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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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UN)에서는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일 때 고령화사회, 14%를 넘을 때 고령사회, 그리고 20%를 넘을 경우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일본과 영국이 초고령사회로 이미 진입한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각각 2020년대 중반과 후반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른바 실버세대의 비중은 더욱 늘어나는 중이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한다는 것은 경제가 발전하면서 영양과 위생상태가 좋아지고 보건 및 의료 기술이 발전한 결과라는 점에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산 주체인구 및 비경제활동인구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를 침체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출산율을 높이고, 실버세대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등장하는 가운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산업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미 의료 및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질병의 원인을 분석해 예방하고 노인 계층의 건강상태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오래전부터 주목받은 가운데, 이제 정보통신기술(이하 ICT) 산업에서도 실버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웨어러블 단말, 실버세대의 건강과 안전 책임진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스마트워치와 밴드, 히어러블(hearable) 단말을 포함한 웨어러블 단말의 지난 2분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1% 성장한 8,620만 대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출하량이 증가한 것은 이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그리고 애플의 ‘애플워치’와 삼성전자의 ‘갤럭시 워치3’로 대표되는 스마트워치는 실버세대를 겨냥해 제작된 것은 아니지만, 헬스케어 기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실버세대에게 특히 유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추가되고 있다.

최신 제품에는 혈압과 산소포화도 측정은 물론 심전도 측정 등 건강 모니터링 기능은 물론, 낙상 감지와 숙면 체크 등의 기능이 추가됐으며 긴급상황 시 보호자나 의료진에게 바로 연락할 수 있는 기능들도 제공된다.

개발 단계부터 실버세대를 겨냥해 제작되는 특화형 웨어러블 단말도 존재한다. 치매 노인의 실종 방지를 위한 위치 추적 단말이 대표적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동통신사들은 휴대폰 기반의 자녀 및 부모 위치추적 기능을 제공했으나, 이 서비스는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고 있으면 무용지물이며 위치 정확도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최근의 치매 노인 위치추적기는 손목 또는 목걸이 착용형으로 간편하게 소지할 수 있으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사물인터넷 전용망 등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위치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이상 상황 발생 시 자녀는 물론 사회복지사 등 보호인력에게도 정보가 전달되는 등 효과를 더 높였다. 이에 향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무상 보급이나 보조금 지급 시도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히어러블 단말의 기능은 이제 보청기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노년층 대부분이 겪게 되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청력 감소다. 그러나 보청기는 의료기기로, 매우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필요로 하는 모든 노인이 이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약 9.5%의 노인 인구가 보청기를 필요로 하지만, 이 중 약 35%만이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히어러블 단말 시장은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도입해 의사의 처방 없어도 구입할 수 있는 소리증폭기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단말의 가격대를 낮춤으로써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일반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제공하는 이어폰들도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특정 음역의 소리를 증폭하는 등 보청기가 제공했던 기술적 요소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제 이어폰과 같은 히어러블 단말이 의료기기는 아니지만, 저렴하면서 성능 좋은 의료기기로 불리기에 걸맞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우버는 장애인 및 노년층을 위한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 어시스트(Uber Assist)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 우버 홈페이지)
우버는 장애인 및 노년층을 위한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 어시스트(Uber Assist)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 우버 홈페이지)

인공지능 기반 음성비서, 거주 편의성 증대시켜

최근 ICT 업계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플랫폼과 단말 중 하나는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비서와 이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및 스마트 디스플레이다. 이는 작은 화면을 보면서 터치하거나 텍스트를 입력할 필요 없이 다른 사람과 말하는 것처럼 음성으로 원하는 사항을 요청하고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노인들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음성으로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마치 인격을 가진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 독거노인들이 외로움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

특히 음성비서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는 집 안의 텔레비전(TV) 등 가전기기는 물론 로봇 청소기와 스마트 전구, 온도조절기 등의 스마트홈 기기를 연동해 말로 쉽게 작동하고 작동 상황을 알 수 있게 한다. 즉, 음성비서 및 이와 연계되는 스마트홈 단말•서비스가 거주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복지 측면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실버세대를 위한 스마트홈 서비스는 여기서 한층 더 발전하는 중이다. 오랜 기간 텔레비전이 작동하지 않는 등 전력 사용량이 거의 없거나 오랜 시간 동안 집 안에서 사람의 움직임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거주하는 노인이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자동으로 인지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고도화된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있다.

 

소셜 로봇은 노인들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출처: 보아(VOA) 유튜브 채널 갈무리)
소셜 로봇은 노인들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출처: 보아(VOA) 유튜브 채널 갈무리)

동반자로서의 역할 확대되는 소셜 로봇

스마트 스피커에서 한층 더 발전한 것이 바로 소셜 로봇이다. 소셜 로봇은 ‘다양한 센서와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인지능력과 사회적 교감 능력을 갖춰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스마트 스피커는 ‘음성’을 매개체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데, 소셜 로봇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음성은 물론 로봇에 내장된 카메라 등 여러 센서를 통해 동작이나 표정 인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다 풍부한 커뮤니케이션과 이에 맞춘 대응이 가능해진다.

이미 여러 소셜 로봇 제작사들이 주요 고객으로 노년층을 지목하고 있으며, 실버세대에 특화된 기능과 맞춤형 보호 기능을 도입한 전용 로봇을 제작하는 업체들도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소셜 로봇이 가정 내에서 생활의 동반자 역할을 한다면, 외골격 로봇은 실버세대의 이동성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노인 중 상당수는 뛰는 것은 물론 걷는 데에도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외골격 로봇이 이를 도와줄 수 있다.

외골격 로봇은 공사장 등의 작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보다 적은 힘으로 무거운 짐을 옮기는 등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근력을 보조하는 외골격 로봇이 장애인은 물론 노인들의 작업활동과 이동 자체를 보조하는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외골격 로봇은 신체 활동이 저하된 노년층의 생활을 돕는 보조기구로서뿐만 아니라 보다 큰 관점에서 실버세대의 노동을 보조함으로써 노령화 시대를 맞아 줄어드는 노동인구를 늘릴 수 있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소셜 로봇과 외골격 로봇 모두 아직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 보급의 최대 걸림돌이다. 그러나 점차 많은 업체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고, 지속되는 연구개발을 통해 보다 저렴한 로봇들이 등장한다면, 향후 주변에서 매우 쉽게 볼 수 있는 필수적인 기기가 될 수도 있다.

 

사물인터넷 전용망 로라(LoRa)를 활용하는 목걸이형 위치추적기 지퍼(Gper). (출처: 스파코사(Spacosa))
사물인터넷 전용망 로라(LoRa)를 활용하는 목걸이형 위치추적기 지퍼(Gper). (출처: 스파코사(Spacosa))

자율주행차도 실버세대가 주요 고객

최근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는 물론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물론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적 측면에서 더 발전해야 하며 법규제는 물론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화돼야 한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조만간 핵심적인 이동수단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또 자율주행차는 노인들의 이동성을 보장해 줄 수 있으며, 이 관점에서 본다면 실버세대는 핵심적인 고객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운전실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나이가 들수록 시력, 반사신경, 순간적인 판단력, 근력 등에 문제가 생겨 운전이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에서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는 1.5배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만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면허 갱신 및 적성검사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운전면허증 자진반납자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이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실버세대가 자율주행차를 타고 더 먼 지역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쇼핑과 관광 등 다양한 산업이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기 이전인 현시점에도 노인들의 이동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가 승차공유 업체들을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승차공유 업체인 우버와 리프트는 노년층을 위한 전용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이 외에도 고 고 그랜드페어런트(Go Go Grandparnet), 어라이브(Arrive), 실버라이드(SilverRide) 등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승차공유 서비스들이 존재한다.

특히 이들은 정기적인 검진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노인들을 위한 병원 방문 및 귀가 서비스를 위해 의료기관들과 연계하고 있다. 운전자들도 노인들에게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교육하는 등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버세대도 변화한다···서비스 고도화 기회 맞아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ICT 산업 역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단말과 서비스의 개발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한 시도를 늘려가는 중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등장한 여러 사례들의 상당수는 노년층에 대한 하나의 ‘가정’을 하고 있다.

즉, 노년층이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에 비해 ICT 기술에 익숙하지 않으며, 기기의 조작이나 서비스 이용이 서툴다는 것이다. ICT 기술이 최근 10~20년간 급속히 발전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 같은 가정이 어느 정도는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ICT 산업의 빠른 발전을 직접 몸으로 경험한 중장년층도 이제 곧 실버세대 대열에 합류하게 되며, 이는 실버세대도 ICT 기술에 익숙해지는 새로운 시대가 다가옴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새로운 실버세대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와 단말이 한층 더 고도화되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물론,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와 서비스 구성 등에서 연령대에 따른 신체적 변화를 감안한 최적화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실버세대’ 구성 자체와 생활 패턴, 지식 수준 등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며, 이는 기존의 실버산업에 속해 있던 기업들은 물론 새로운 스타트업들에게도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노인들의 작업을 돕는 일본 이노피스(Innophys)의 외골격 로봇 머슬 슈트(Muscle Suit). (출처: 이노피스)

[스타트업투데이=정근호 전문기자] news@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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