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개선, 금융그룹 재무 건전성 확보 등 목적
“스타트업 생태계 자본흐름 마중물 될 것”

[스타트업투데이] 공정경제3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정경제3법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금융그룹 재무 건전선 확보 등을 목적으로 한다.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다. 내년 말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Corporate Venture Capita) 보유가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나 M&A(인수∙합병), 밸류체인 확장 등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스타트업 생태계에 자본흐름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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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C란?

CVC는 대기업 등이 유망 벤처투자를 위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금융회사다. 기업혁신과 가치창출을 목표로 R&D(연구개발)를 보완하고 가속화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스타트업 투자에 활용되는 구조다.

그 동안 한국에서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인 CVC를 보유할 수 없었다. 신기술기업에 투자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롯데는 롯데액셀러레이터, CJ는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은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등 각각 계열사 형태로 CVC를 보유하고 있었다. SK와 LG 등은 해외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CVC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대기업 자금을 벤처투자로 끌어들여 국내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다.

당시 정부는 대기업의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투자 활성화를 통해 ▲벤처투자 확대 ▲벤처 생태계의 질적 제고 ▲벤처 기업 및 대기업 협력 에너지를 통한 동반 성장 촉진 등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CVC는 이미 해외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 구글(Google)은 2009년 구글벤처스(Google Ventures)를 설립한 이후 수많은 투자 성공사례를 보이며 모범 CVC로 평가받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기업 세일즈포스(Salesforce)도 2009년부터 세일즈포스벤처스(Salesforce Ventures)를 통해 22개국 375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인텔(Intel)의 인텔캐피탈(Intel Capital) 역시 전 세계 1,500개 벤처기업에 125억 달러(한화 약 13조 6,550억 원) 이상 투자했다.

국회 본회의장 전경. (출처: 국회)
국회 본회의장 전경. (출처: 국회)

 

부작용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핵심은 일반지주회사의 CVC의 제한적 보유를 허용한 것이다. 이와 함께 타인 자본을 통한 지배력 확대,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했다.

일반 지주회사는 CVC 지분을 100% 소유할 수 있다. 부채비율은 200%, 펀드 내 외부자금은 40%로 제한했다. 또 CVC 계열사 및 총수일가 지분보유기업 투자 금지, 총수일가에 대한 투자 지분 매각 금지 등이 추가됐다. 기업 내 풍부한 유보자금을 벤처∙스타트업 등 생산적인 부분으로 유인하고 전략적 투자 활성화를 통해 활력 있는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또 사인의 금지청구제도를 도입했다. 불공정행위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는 피해자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해당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소액사건 피해구제를 위해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조치가 완료된 사건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 신청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법 위반 행위별로 과징금 상한을 2배 상향 조정해 담합은 관련매출액의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남용은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강화했다.

주성진 L&S벤처캐피탈 대표파트너는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기술만 편취한 사례가 종종 있었고 이런 것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있다”며 “CVC의 제한적 허용은 공정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제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출처: 기획재정부)
정부는 지난 7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제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출처: 기획재정부)

 

대기업-벤처∙스타트업 동반성장 기대

한편 업계에서는 “CVC의 활성화가 대기업과 벤처∙스타트업 간 상생효과를 불러 동반성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법 위반을 억제하고 규율 사각지대를 해소해 공정경제의 기반을 강화하면서 기업경쟁력 제고가 목적이다. 이로써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의 투명성∙책임성 제고 등 법 시행의 효과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성진 대표는 “CVC의 목적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신규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거나 신기술 트렌드 파악, 특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적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스타트업 입장에서 투자를 받거나 대기업과 협업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정희 벤처혁신연구소 부소장도 “CVC는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전략적 투자 방안 중 하나”라며 “벤처∙스타트업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도 “여러 제약 조건은 있지만 대기업의 벤처투자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술만 빼간다거나 기업총수의 사적이익 편취 등 CVC를 악용하는 사례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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