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제품 사용의 진입장벽 낮춘다는 목표로
풀을 가공한 ‘풀 빨대’, 커피 찌꺼기로 만든 ‘커피퍽 빨대’ 선보여

클로에코의 플라스틱 대체 빨대 중 하나인 풀 빨대. (사진=클로에코 제공)
클로에코의 플라스틱 대체 빨대 중 하나인 풀 빨대. (사진=클로에코 제공)

[스타트업투데이] 2015년,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의 해양생물 연구팀이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희귀종 ‘올리브바다거북’을 발견했다. 코에 박힌 빨대로 괴로워하는 거북이 사진은 전 세계인들을 충격에 빠트렸고,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 경각심을 높여주는 계기가 됐다.

2019년 환경부는 국내 19개 브랜드의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의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량을 조사한 결과, 9억 8,900만 개로 675톤(t)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빨대는 9억 3,800만 개를 차지할 만큼 사용량이 많았다.

국세청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의 카페 수는 7만1,906곳으로 전년 대비 15.5% 증가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포장·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더욱더 많은 양의 플라스틱 빨대가 소비되고 있다.

플라스틱이 자연적으로 분해되려면 50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자연뿐만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인간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플라스틱 빨대는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어있기 때문에 재활용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플라스틱 대체 빨대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친환경 스타트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체 빨대로 시작하는 작은 실천

클로에코의 풀 빨대 사용 모습. (사진=클로에코 제공)
클로에코의 풀 빨대 사용 모습. (사진=클로에코 제공)

클로에코(대표 배성준)는 ‘자연에 더 가까운’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다.

일상 속에서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는 기업으로, 주요 제품은 플라스틱 대체 빨대이다.

배성준 대표는 새로운 자연 친화적인 제품을 시장에 공개하고 공급하여, ‘친환경은 비싸고 번거롭다’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클로에코를 설립했다. 친환경이 어려운 것이 아닌 조금의 관심만으로도 사회의 책임을 다 할 수 있다고 알리는 걸 목표로 한다.

“많은 법령과 규제가 강제성을 띠게 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은 많은 부담과 반감을 품게 됩니다. 이러한 점을 최소화하여 작은 실천이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환경 보호가 막연하게 힘든 것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간편하게 실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와 함께 알맞은 상품을 공급하고자 합니다.”

배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적 요소는 프런티어 정신이다. 그는 프런티어 정신을 대변 할 수 있는 요소는 제품 개발이 될 수도 있고, 유관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국내에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클로에코에서 출시하는 모든 상품에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클로에코라는 브랜드가 처음 출시하는 제품만큼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제품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자연에서 온 빨대

클로에코의 풀 빨대와 라탄케이스. (사진=클로에코 제공)
클로에코의 풀 빨대와 라탄케이스. (사진=클로에코 제공)

클로에코의 대표적인 주력 제품 중 하나는 풀로 만든 ‘풀 빨대’다.

“20대 초반부터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면서 궁극적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기회가 주어져 풀 빨대를 사업 아이템으로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대체 빨대로 많이 알려진 종이 빨대의 경우 오랜 시간 액체에 담겨있으면 종이가 흐물거린다는 단점이 있다. 스테인리스 빨대는 100% 자연 물질도 아닐뿐더러 세척에 어려움이 있다. 풀 빨대는 100% 자연 물질로, 뜨거운 물이나 차가운 물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밀·쌀 빨대에 비해 형태 지속성도 뛰어나다.

풀 빨대 제작 과정. (사진=클로에코 제공)
풀 빨대 제작 과정. (사진=클로에코 제공)

풀 빨대는 베트남 풀(학명 레피로니아 알티큘라타(Lepironia Articulata))로 제작되었다. 재배 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비료는 선별적으로 사용한다. 재배한 풀은 세척 및 절단, 내부 세척과 재세척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식수로 사용되는 물에 3번 이상 세척한 후 건조한 후 살균과 멸균을 거쳐 유통된다. 

2019년 12월 25일 설립, 지난해 5월 31일부터 실질적 제품 유통과 판매를 시작했다.

“풀 빨대의 경우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제품이다 보니 정부 유관부서와 여러 논의를 거쳐야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대화가 지연되면서 출시도 늦어졌습니다.”

풀 빨대를 처음 수입하고자 했을 때 많은 양의 자료를 준비하고 제출했다. 해외 사례, 풀 제조 방법, 클로에코 풀 빨대에 사용되는 풀의 안전성, 공급 목적을 망라한 약 20장 내외의 서류를 제출하고 수입 가능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에 맞선 결과, 수입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을 수 있었다.

커피 찌꺼기로 만든 커피퍽 빨대. (사진=클로에코 제공)
커피 찌꺼기로 만든 커피퍽 빨대. (사진=클로에코 제공)

또 다른 대표 제품으로는 ‘커피퍽 빨대’가 있다.

커피퍽 빨대는 커피콩과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식물성 원료 자연분해 수지(PLA)와 배합하여 제작된다. 커피 찌꺼기를 수거해 즉시 건조 시킨 후 작게 분쇄한다. 그 후 PLA와 배합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플라스틱과 유사한 사용감으로 깨물거나 음료를 저어도 파손의 위험이 없다는 장점을 가진다.

커피퍽 빨대는 180일 이내 생분해되며 소각된다고 하더라도 유해한 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 미국 생분해성 제품 인증(Biodegradable Products Institution·BPI)과 유럽의 딘세르토(Dincerto) 생분해 인증을 획득했다. 풀 빨대에 비해 비용도 저렴하다.

클로에코의 기업 간 거래(B2B) 주 고객층은 카페 납품 식품 접객업을 영위하는 사업주이며,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의 경우 20~3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배성준 대표는 B2C 고객들을 위한 굿즈도 지속해서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중 하나인 라탄으로 만든 ‘풀 빨대 라탄케이스'는 디자인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폐플라스틱 컵홀더’는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해서 제작했다. 음료를 마실 때 무심코 사용하는 컵홀더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제작됐다.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컵홀더. (사진=클로에코 제공)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컵홀더. (사진=클로에코 제공)

 

친환경 시장 발전을 위한 한걸음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진 만큼, 클로에코가 정부에 바라는 지원 정책이나 지원 사업은 없을까?

배성준 대표는 친환경 업체에 직접적인 지원도 좋지만, 점진적으로 시장을 넓히는데 조력자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또한, 여러 스타트업이 자생할 수 있는 발판 마련을 위해 ‘매출’ 기준의 지원이나 ‘제조업’ 등의 카테고리화 된 경직적 판단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유연한 사고와 대응으로 새로운 시장을 확장 시키는 등의 기여도가 고려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주관적인 영역에서의 역할은 급진적인 정책 방향의 반감을 최소화할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의 자생력을 길러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선순환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아울러 급진적인 정책 변화보다는 다소 느리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친환경 시장을 위한 객관적인 정책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 또한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로에코의 풀 빨대 사용 모습. (사진=클로에코 제공)
클로에코의 풀 빨대 사용 모습. (사진=클로에코 제공)

일회용품 사용 규제 추세에 맞게 국내외적으로 환경 이슈가 부각되며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기존 일회용품의 편리성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클로에코는 환경보호라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축소하는 데 일조하기 위한 노력도 전개하고 있다.

클로에코는 점진적으로 사업이 안정권에 접어들 때까지 빨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해외 거주 경험 기반의 브랜딩을 통해 클로에코가 생산하는 제품과 주문자위탁생산(OEM) 방식의 제품을 통해 수출 중심의 기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성공한 스타트업, 사라진 스타트업 사례 모두 저에게 롤 모델입니다.” 배성준 대표는 불확실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모든 사업가의 정신을 이어받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