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달 대표, 계란 정기구독 소셜벤처 스타트업 '월간계란' 운영
평사 내 방사 사육방식으로 낳은 친환경 유정란
판매된 계란 수의 10%를 매달 기부하는 '월간기부 프로젝트'

친환경 계란 구독 서비스. (사진= 월간계란)
친환경 계란 구독 서비스. (사진= 월간계란)

[스타트업투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면서 구독경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구독경제란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아 소비하는 방식이다.

이미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구독은 물론, 이제는 공간, 자동차, 꽃, 그림, 패션, 가전 등으로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구독 서비스 중 식자재, 그중에서도 ‘계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양계장 속 계란을 식탁으로

월간계란은 계란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월간계란)
월간계란은 계란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월간계란)

주여달 대표가 운영하는 월간계란은 갓 낳은 달걀을 매월 또는 매주 정기구독방식으로 배송하는 소셜벤처 스타트업이다.

월간계란은 2019년 봄부터 시작됐다. 계란 정기구독의 배송 주기는 1·2·3주, 1개월 중에서 선택 가능하다. 배송되는 계란의 개수 또한 10·15·30알로 소비자가 고를 수 있다.

“양계장에서는 매일 건강한 닭이 달걀을 생산해내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습니다. 안정적인 판로가 있으면 닭이 낳은 달걀을 바로 배송할 수 있기 때문에 재고 관리의 부담도 적습니다. 그래서 정기구독 고객이 모집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정기구독 상품을 판매하지만, 미리 맛을 보고 품질을 느낄 수 있도록 일회성 주문도 가능하게 했다. 보통 30알 한 판을 먼저 주문하고, 후에 매월 또는 매주 정기구독으로 등록한다.

 

건강한 닭이 건강한 계란을 만든다

우리나라 닭 중 95%는 케이지에서 사육되며 평생 땅을 밟지 못한다. 보통 두 마리가 A4 용지보다 작은 케이지 안에서 사육되며 공간에서 오는 답답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월간계란은 닭의 건강 관리를 위해 평사 내 방사 사육방식을 택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닭 사육환경의 쾌적함 유지를 원칙으로 한다.

이를 위해 유기농 왕겨를 주기적으로 뿌려주고 밤껍질을 도포해 닭의 위장 건강과 냄새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광합성 제재로 유용한 미생물을 공급하거나 맞춤형 사료를 통해 닭의 면역력 상승에도 힘쓰고 있다.

주요 제품으로는 무항생제 유정란 클로렐라 계란과 맥반석 황토가마에서 12시간 구운 계란이 있다.

일반 계란(왼쪽)과 클로렐라 계란(오른쪽)을 비교한 모습. (사진= 월간계란)
일반 계란(왼쪽)과 클로렐라 계란(오른쪽)을 비교한 모습. (사진= 월간계란)

클로렐라는 녹조류의 일종으로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소가 풍부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인 식품으로 연구하면서 유명해졌다.

클로렐라 계란이란 클로렐라 배양액을 먹인 닭이 낳은 유정란으로, 월간계란이 충남 홍성군 농업기술센터와 차별화된 친환경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함께 연구해서 탄생한 품목이다. 

클로렐라 계란은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기본 달걀, 신선란보다 칼슘 함량은 높고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다. 껍질이 단단해 보관기관이 길고 탄력 있는 선명한 노른자가 특징이다.

초란 유정란을 사용해 구운 계란. (사진= 월간계란)
초란 유정란을 사용해 구운 계란. (사진= 월간계란)

또 다른 월간계란의 주요 제품인 구운 계란의 경우 초란 유정란을 사용한다.

“초란은 햇닭이 알을 낳고 한 달 동안만 낳는 알이기 때문에 초란이면서 유정란이면 귀함이 배가 됩니다. 저희는 평사 내 방사 사육방식으로 사육환경번호 2번에 해당하는 달걀을 판매하기 때문에 국내 닭 사육환경 상위 5%에 속하는 달걀을 주로 판매합니다.“

최근에는 작년 9월에 들어온 청계닭 병아리가 자라 청계란 판매도 시작했다. 

클로렐라 계란의 주요 소비자는 30~40대로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주로 찾는다. 수술 환자 식단으로도 많이 나간다. 구운 계란은 다이어트나 식단 관리 중인 20대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계란으로 나누는 따뜻한 마음, 월간기부 프로젝트

월간계란은 기술보증기금 소셜벤처 가치평가센터로부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소셜벤처기업으로 선정됐다. (사진=월간계란 홈페이지)
월간계란은 기술보증기금 소셜벤처 가치평가센터로부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소셜벤처기업으로 선정됐다. (사진=월간계란 홈페이지)

주여달 대표는 월간계란을 소셜벤처라고 소개한다. 이는 월간계란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모두 추구하고자 설립된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월간계란은 현재 판매된 계란 알 수의 10%를 매달 기부하는 '월간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기술보증기금 소셜벤처 가치평가센터로부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소셜벤처기업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대학생 시절 성북구 쪽방촌 노인분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반찬 배달 봉사를 오랫동안 했어요. 매주 쪽방촌 노인분들을 1:1로 만나며 반찬 제작 봉사팀이 만든 반찬을 배달했고, 집안에서의 어려움이나 건강 상태, 행정적인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면밀히 확인해 봉사센터와 함께 도움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주여달 대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월간계란 운영 초기부터 빈곤계층의 노인들에게 기부하고자 준비했다.

그렇게 정해진 기부처는 용산구 쪽방촌 빈곤 노인분들을 위한 ‘동자동 사랑방’이었다. ‘동자동 사랑방’은 쪽방촌에 계신 노인분들께 평일 점심 식사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데, 월간계란의 계란은 주로 목요일 비빔밥 메뉴에 활용된다. 

'동자동 사랑방'에서 사용되는 계란. (사진=월간계란 홈페이지)
'동자동 사랑방'에서 사용되는 계란. (사진=월간계란 홈페이지)

나아가 기부처의 다양성을 위해 가정폭력피해 아동 쉼터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그룹홈)’의 아이들로까지 기부처를 확대했다.

“그룹홈의 경우 가정 위탁시설로 정원 최대 8~9명의 아이가 시설장님과 봉사자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윤리 보호를 위해 외부에는 비공개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도움의 손길의 사각지대라고 생각합니다.” 

창업 초에는 경기도 광주 지역의 그룹홈 1곳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서울, 경기도, 전라남도, 부산 등으로 총 그룹홈 6곳으로 달걀을 보내고 있다.

주여달 대표는 이렇게 현재는 기부 방향성을 노인과 아동, 두 가지의 카테고리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부 때문에 비싼 계란?’

계란 정기구독 사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월간계란은 전날 산란한 달걀을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며 바로 배송하기 때문에 신선도 유지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전했다. 

“외할아버지께서 달걀을 판매하시던 40~50년 전의 경우 충남 홍성의 달걀이 서울까지 배송되려면 배송 기간만 2주가 걸렸습니다. 그래도 달걀은 난각이 단단해 실제 유통기한이 한 달 이상이어서 가능하긴 했지만, 요즘은 전날 산란한 달걀을 신선 택배로 산지 직송으로 바로 배송해 신선도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월간계란은 전날 산란한 달걀을 신선 택배로 배송한다. (사진= 월간계란)
월간계란은 전날 산란한 달걀을 신선 택배로 배송한다. (사진= 월간계란)

어려움은 오히려 월간기부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다.

처음 1년 동안에는 소비자가 계란 구매 시 기부처를 직접 옵션으로 선택하게 했다.

그런데 막상 소비자들은 기부처 선택에 대해 다소 귀찮다고 느끼거나, 기부 때문에 달걀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기부는 별도로 월간계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가격과는 무관했지만, 기부를 하지 말고 제품 가격을 낮춰서 판매해 달라고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여달 대표는 여러 멘토를 만나 소셜벤처의 방향성에 대해 조언을 받았다. 그리고 기부를 앞세우기보다는 계란 자체에 집중하기로 했다.

월간기부 활동은 매달 리포트 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소비자의 편의를 제고하고 오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현재는 기부처 선택 옵션은 없애고 매달 기부 현황을 사진 등으로 기록해 홈페이지에 업로드하고 있다.

다만 자체 쇼핑몰에서 계란을 구매할 때는 소셜 미션을 알리기 위해 원하는 기부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지해 놓고 있다. 

 

더 많은 소셜벤처 탄생을 위해

월간계란은 '동자동 사랑방' 쪽방촌에 계란을 기부하고 있다. (사진=월간계란 홈페이지)
월간계란은 '동자동 사랑방' 쪽방촌에 계란을 기부하고 있다. (사진=월간계란 홈페이지)

월간계란의 소셜 미션은 소비자들에게 각자의 소비행위가 기부를 통해 이웃들에 대한 나눔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10명의 소비자가 1명의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도록 함으로써 기부 소비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주여달 대표는 기부를 위해 달걀을 구매해 보고 싶다는 연락이 올 때 가장 보람차다고 전했다.

“저희의 취지를 100% 이해하고, 그 뜻과 함께하고 싶다는 분들을 만날 때 마음이 따뜻해지고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느끼곤 합니다. 또한 기부 때문에 별 기대 없이 주문했는데 달걀 품질이 좋아서 주변 분들에게 홍보해준다고 말씀해주실 때 매우 큰 기쁨을 느낍니다.“

그는 앞으로 스타트업, 특히 소셜벤처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이 더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소셜벤처·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이 많이 생겨나면서 예산이 지속해서 확대됐고, 기관이나 운영처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반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모두 고민하는 사업자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책들이 앞으로도 잘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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