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19 회복세로 물가 빠르게 상승
반도체∙해운산업 공급 문제∙∙∙인플레이션 원인 지목
“인플레이션 지속될 가능성 크지 않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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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3년 뛴 도요타 캠리 중고차 가격이 연초 1만 8,000달러(약 2,058만 원)에서 5월 2만 2,000달러(약 2,516만 원)까지 치솟았다. 모델에 따라서는 중고차가 신차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했다.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면서 내구재와 일용품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경기가 예상외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물가상승률도 빠르게 오르는 모습이다. 

미국보다는 덜하지만 다른 선진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등 개발도상국은 물가급등 대응책으로 6월 이후 금리인상에 나섰다. 

일반적인 인플레이션(헤드라인 인플레이션)율은 2% 수준의 목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농산물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코어 인플레이션)율이 뚜렷이 높다는 것이 이번 인플레이션의 특징이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물가상승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성을 띨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거시경제에 경고등을 울린다. 

인플레이션 배경으로 작용했던 반도체와 해운산업의 공급 애로 요인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공급능력 증가를 위해서는 팹(fab) 건설 등 반도체 생산시설이 확충되고 선박 투자가 늘어야 하는데, 이는 상당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줄곧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전망하던 미국 FRB의 톤 역시 최근 들어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반도체 부족 등에 따른 내구재 부족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이미 피크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내구재의 가격 수준이 높게 유지된다고 해도 가격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율은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내구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속 우려는 크지 않다. 

전반적인 수요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 미국의 가계소비가 둔화하면서 가계저축률이 12%에 달하고 있다. 또한 현재 서비스 수요 증가에 따라 임금, 집세가 오르는 것에 비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지 않다는 점도 지속적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낮춘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자기실현적 기대로 전환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아 이들 가격이 지속해서 오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전환으로 자산가격이 급락할 가능성 역시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시장에서는 특히 2013년 사태의 재연 가능성을 우려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수년간 미국이 양적 완화를 이어오다가 당시 버냉키 FRB 의장이 시중에 푸는 돈의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을 언급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적이 있다. 실제로 테이퍼링이 실시된다 해도 커다란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많은 경우 위기는 예기치 못했던 사태 발생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나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여기에 해당한다. 예상된 리스크는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니다.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에 나선다 해도 규모와 속도를 강력하게 추진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올해 상반기 내내 장기국채금리가 크게 오를 때마다 미국 주가가 큰 폭 하락을 반복하는 등 인플레이션은 경기와 금융시장을 둘러싼 주요 리스크로 작용했다. 주식과 채권, 주택 등의 높은 자산가격은 저금리가 지속되리라는 가정하에 형성된 것이다. 물가가 계속 오를 경우 저금리에 기반한 금융체계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그렇지만 인구고령화에 따른 수요부진, 혁신 한계 등 구조적인 저성장에 빠진 세계 경제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긴축정책으로 경제와 금융시장을 억압하는, 이른바 오버킬을 일으키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신민영 한국M&A협회 부회장
신민영 한국M&A협회 부회장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민영 부회장은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과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M&A협회 학술부문 부회장과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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