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 스타트업 '애니레프트'
한일시멘트와 콜라보하며 화제
패션디자인과 동기 넷 뭉쳐
버려지는 것에 새생명 불어넣어

최근 애니레프트는 한일세시멘트의 폐작업복을 미니파우치 등으로 재탄생시켜 화제가 됐다. (사진=애니레프트 제공)
최근 애니레프트는 한일세시멘트의 폐작업복을 미니파우치 등으로 재탄생시켜 화제가 됐다. (사진=애니레프트 제공)

[스타트업투데이] '세상에 쓸모 없는 쓰레기는 없다'는 사실을 '손'으로 증명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땀냄새가 가득 밴채 소각될 위기에 놓여있던 작업복을 절개선 따라 일일이 해체해 에코백, 마스크 줄 등으로 재탄생시키고 옷장에 방치된 대학교 단체점퍼는 노트북 파우치로 변신시킨다. 최근 한일시멘트의 낡은 작업복에 새생명을 불어넣은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애니레프트(Anyleft)'다.

주목할 점은 애니레프트가 수많은 의류 폐기물 중에서 폐작업복을 콕 찝었다는 것. 이유를 묻자 "정기적으로 버려지고 교체되는 유니폼은 그 양이 추산조차 되지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분명 셀 수없을 만큼 많은 작업복이 버려지고 있는데도 집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활용 순위에서 조차 홀대받는 '폐기물 중의 폐기물'.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네 명의 대학생은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패션디자인을 접목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게 애니레프트가 시작됐다.

한일시멘트와의 콜라보 작업현장. 수북이 쌓인 유니폼을 세탁 후 일일이 해체하는 수작업을 거쳤다. (사진=애니레프트 제공)
한일시멘트와의 콜라보 작업현장. 수북이 쌓인 유니폼을 세탁 후 일일이 해체하는 수작업을 거쳤다. (사진=애니레프트 제공)
한일시멘트와의 콜라보 작업현장. 수북이 쌓인 유니폼을 세탁 후 일일이 해체하는 수작업을 거쳤다. (사진=애니레프트 제공)
한일시멘트와의 콜라보 작업현장. 수북이 쌓인 유니폼을 세탁 후 일일이 해체하는 수작업을 거쳤다. (사진=애니레프트 제공)

▲ 최근 한일시멘트의 작업복을 업사이클링해 의미있는 패키지로 만들며 화제가 됐어요. 고객사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고민을 했을 것 같아요. 

- 한일시멘트라는 시멘트 회사의 다른 면모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저 시멘트를 제조하는 회사가 아닌, 나눔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환경적 활동 또한 알리기 위해 직원들의 열정과 추억이 묻어있는 유니폼 새활용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제품군 선정 또한 한일시멘트와의 논의를 통해 일상에서 흔히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구성해 시멘트 회사는 우리 일상과 굉장히 밀접해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한일시멘트의 아이덴티티를 살리기 위해 제품에 다시 로고를 새겨 넣고 전체적인 패키징 디자인 또한 한일시멘트의 대표 컬러인 블루로 이뤄졌습니다.

애니레프트 대표들은 2019년 대학생 때 창직어워드로 한일시멘트와 인연을 맺었다. (사진=애니레프트 제공)
애니레프트 대표들은 2019년 대학생 때 창직어워드로 한일시멘트와 인연을 맺었다. (사진=애니레프트 제공)
애니레프트 대표들은 2019년 대학생 때 창직어워드로 한일시멘트와 인연을 맺었다. (사진=애니레프트 제공)
애니레프트 대표들은 2019년 대학생 때 창직어워드로 한일시멘트와 인연을 맺었다. (사진=애니레프트 제공)

▲ 한일시멘트와 이번 작업을 하기 전부터 인연이 있다고요? 

- 저희 넷 모두 동덕여대 패션디자인과 졸업생입니다. 4학년 졸업 패션쇼와 마지막 전공 발표를 마무리 한 후 남은 반 학기 동안 무엇을 할지 고민하던 자리에서 당일 모집 마감이었던 창직 경진대회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최소 인원이 필요한 대회라 참가를 망설이던 중 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나머지 한 분에게 전화를 걸어 참가를 제안했고, 평소 팀플을 하면서 팀워크가 좋았던 관계라 설레는 마음으로 모이게 됐습니다. 

이 때 창직 경진대회에 ‘상생가치디자이너’ 라는 직업으로 출전하게 됐어요. 함께 할 기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60여 개 기업에 직접 컨택했는데 관심을 가지고 다시 회신을 준 기업 중 하나가 한일시멘트입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단양 공장을 방문하고 유니폼과 포장 지대를 활용한 새활용 제품을 제작하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창직 어워드‘에서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상으로 대상과 장려상에 입상했습니다. 이후, 2019년 학생신분으로 만났던 당시의 인연이 2021년도 애니레프트 대표로서 만남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셈이죠.

 

▲ 세상의 모든 쓸모없는 것들을 위해’ 라는 회사의 모토가 인상적이에요. 현재 업사이클링하는 폐자원은 플라스틱 병뚜껑과 옷인데, 이렇게 두 가지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 우선 의류를 선택한 이유로는 패션디자인을 전공해 의류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있을뿐더러, 전공을 배우면서 의류가 환경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일반 의류 폐기물의 양은 추산이 되지만 기업이나 단체에서 매년 교체되고 버려지는 유니폼의 행방은 불분명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는 주목하지 못했던 폐기물의 존재를 알리고, 유니폼의 존재 이유인 결속력과 상징성이 그대로 녹아있는 새활용 제품으로 제작했습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플라스틱 문제를 알리고 플라스틱 병뚜껑의 쓰임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해 유니폼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병뚜껑도 활용하게 됐습니다. 버려질 뻔한 것들에게 또 다른 쓰임새를 부여해 제품을 받는 모든 사람들이 환경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싶어요.

 

▲ 애니레프트는 무슨 뜻인가요?

- Anyleft는 ‘어느·어떤’의 뜻을 가진 ‘any’와 ‘남다’의 뜻을 가진 ‘left’의 합성어로 이뤄진 이름입니다. 어느 남는 것이듯 남는 것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의미인데요. 세상에 쓸모를 다 한 모든 것들에 새로운 쓰임을 부여하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어요.

저희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기업이 오히려 환경을 살릴 수 도 있다는 아이러니함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폐자원을 맞춤 업사이클링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합니다.

 

▲ 네 분이 공동대표라고 들었어요. 각자 맡은 업무는 뭔가요.

- 동남아 여행에서 보았던 다양한 소재의 새활용 제품들을 보고 우리의 시선에 따라 물건의 가치와 의미가 달라진다고 느낀 박지유 대표는 생산. 특정 새활용 브랜드를 좋아해, 더 다양한 환경 제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차정연 대표는 마케팅. 평소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디자인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하는 사람 남상지 대표는 디자인. 그리고 환경과 사회를 위한 기부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안정우 대표는 기획. 이렇게 네 명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동덕여대 과점퍼를 기부 받아 새활용한 파우치. (사진=애니레프트 제공)
동덕여대 과점퍼를 기부 받아 새활용한 파우치. (사진=애니레프트 제공)

▲ 동덕여대 과잠을 수거해 미니 파우치로 재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특히 졸업하고 나면 학교 점퍼를 입지 않잖아요.

- 약 60여명의 학생들이 과점퍼를 기부해줬어요. 기부해준 분들께는 할인 쿠폰을 제공했고, 수익금 일부는 취약계층 청소년들의 여성용품을 위해 기부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구매해주신 분들에게 자체 기부증서도 함께 보내드리고 있고요.

이렇게 기부받은 과점퍼는 노트북파우치와 미니파우치로 제작됐습니다. 기부 받은 과점퍼의 크기가 각각 달라서 파우치의 개수는 통일되지 않지만 대부분 노트북파우치 1개와 미니파우치 4개가 나옵니다.

세탁을 거쳐 해체되는데, 이 때 가위를 사용하지 않아요. 겉감과 안감, 팔, 앞판, 뒷 판을 절개선대로 뜯어냅니다. 최대한 모든 면적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죠. 그렇게 해체된 원단을 도면에 맞춰 제품으로 제작합니다. 이번 동덕여대 과점퍼 제품은 과점퍼의 주머니, 안감, 무늬 등을 그대로 살려 과점퍼의 특성을 담은 디자인으로 탄생했습니다.

동덕여대 과점퍼를 기부 받아 새활용한 파우치. (사진=애니레프트 제공)
동덕여대 과점퍼를 기부 받아 새활용한 파우치. (사진=애니레프트 제공)

▲ 공정과정에 손이 매우 많이 갈 것 같아요. 작업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있다면요?

- 아무래도 두껍고 탄탄한 유니폼이나 과점퍼를 해체할 때 힘든 부분이 있어요. 또한 기부해주신 소중한 유니폼이나 과점퍼가 이미 많이 손상된 것들도 있어서 어떻게해야 가장 알차게 사용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 새롭게 준비 중인 프로젝트나 출시 예정인 제품이 있나요?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 현수막 혹은 헌 옷을 활용한 플로깅 키트, 해녀복을 활용한 쿨링백 등과 같이 지역과의 상생을 위한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어요. 애니레프트 자체라인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보통 제품이 제작될 때 여러 번의 샘플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남고 버려지는 원단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요. 저희는 이러한 공장의 잉여원단을 먼저 사용하자는 취지로 ‘Use used first’ 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새활용 시장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패션 잡화를 넘어서 라이프스타일에서 선보여 질 수 있는 인테리어와 팬시류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스타트업투데이=김나영 기자] mmm@startuptoday.kr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